[Review] 블라맹크의 삶을 따라 본 프랑스 전원 -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글 입력 2017.06.15 23:2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자연 속 강렬함.
블라맹크의 삶의 따라 본
프랑스 전원 풍경


12.jpg
 
 
너무 좋았다고하면 광고느낌이 물씬 풍길까봐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기다리던 좋은 전시를 봤다. 사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은 3개월 전 쯤 위대한 낙서 전시를 보러 왔을 때 포스터를 보고 '아! 저 전시는 꼭 보러 다시 와야지.'라고 마음먹었었다. 최근 전시 동향이 사진 촬영이 가능해야 하다보니 전통 회화작품들의 전시는 보통 뉴미디어아트로 구성되는 것을 보며 좀 안타까워했다. 입체파, 야수파, 인상주의 등등 외국에서 작품을 가져와야 하는지라 국내에서 작품을 보기 힘든데 전시의 설 자리가 점차 잃어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피카소, 마네, 모네, 고흐 같은 고전 회화 작품 전시는 늘 인기있는 전시 주제이기는 하다. 어쨌든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는 전시가 아니고 붓터치와 물감의 색채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은 최근 봐온 전시 중 최고였다!

블라맹크의 전시는 총 5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 4개의 세션은 블라맹크는 지역을 옮겨가며 작업을 했는데 그 연대기에 따라 나누어져 있었다. 1장은 야수파에서 점차 벗어나 폴 세잔의 영향을 받았던 파리 근교 시기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세잔의 영향으로 야수파의 강렬했던 색감이 점차 완화되었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 시기에서는 다른 회화들과 비교해 보았을때 색채가 강렬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뒤로 갈수록 풍경화 위주인 반면 이 시기에서는 정물화를 곧잘 볼 수 있었다.


3 - Les Toits rouges, 1908, oil on canvas, 79 x 92 cm.jpg
 

두 번째 세션은 '1차 세계대전 이후 - 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이 세션에서는 블라맹크가 파리에서 떨어진 지역으로 이주하여 그곳에 많은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자연과 친해졌던 모습을 작품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 블라맹크는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품의 대다수의 주제인 눈덮인 풍경이 그려졌다. 마을을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무엇인가 평온하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느낌이 느껴졌다. 마을이 주제인 작품에 종종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보통 건물의 모습을 그린 것이 대부분이라 휑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세션의 사용 가능한 이미지가 없어서 작품 사진을 올릴 수가 없다. ㅠㅠ

세 번째 세션은 블라맹크가 50세가 되면서 파리와 파리근교를 완전히 벗어나 노르망디 쪽 작은 마을에 터를 잡기 시작한 시기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 마을을 블라맹크는 죽기 직전 까지 자동차를 이용해서 돌아 다녔으며 브르타뉴에 머무는 동안 작품의 새로운 주제인 해양화와 고깃배들을 그렸다. 그의 작품에서 눈덮인 배경들은 흰색이 밝으면서도 강한 색채로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작품에 사용된 색채가 어두운 톤이다 보니 대조를 이뤄서 더 강하게 와닿는 것 같았다. 흰색이 작품에 사용되면 경계가 모호해지고 이미지 표현이 잘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블라맹크는 유독 흰색을 잘 사용해서 뚜렷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30 - Rue de village en hiver, 1928-30, oil on canvas, 60 x 73 cm.jpg
 
43 - 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 cm.jpg
 
46 - Bouquet de coquelicots, c.1936-37, oil on canvas, 55,5 x 38 cm.jpg


마지막 세션은 블라맹크의 마지막 12개의 작품 석판화를 볼 수 있었다. 블라맹크는 1958년 11월 11일에 작고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한 열정이 작품에서도 정말 잘 느껴진다. 이 전 시기의 작품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는 표현력은 그가 지냈던 마을 풍경과 자연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보여준다. 그는 회화 작업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작가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그림에서의 표현력과 마찬가지로 집필할 때도 그의 표현력은 남달랐다.



봄이 도래했다. 생기가 돋고 생명이 흘러 넘친다.
여름과 가을, 건초 더미, 장작, 잡목에 늘어져 있는 성애,
안개가 가득한 잿빛 하늘의 추운 나날들. 겨울.
얼굴을 할퀴는 혹독한 북풍, 푹푹 빠져드는 쌓인
눈 더미로 거동조차 힘든 겨울.
뒤틀린 사과나무는 쓰러져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숲과 초목의 화음을 만드는 흔들림은
일련의 오케스트라와 같이 우울함과 기쁨,
비극적 혹은 회색 빛 감정을 일으킨다.
이런 진정 어리면서도 단순한 소리들은 외양간에
들어가는 양 떼의 울음 소리, 소의 울음 소리
비둘기의 울음 소리, 아침의 도래를 알리는
새와 닭의 울음 소리와 같이 울린다.



긴 겨울을 지나, 블라맹크가 세상을 떠난 해의 봄을 맞이하며 쓴 글이다. 블라맹크는 다시 겨울이 왔을 때 작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회화와 글을 쓰며 그만의 개성 넘치는 작품활동을 했던 블라맹크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다. 주로 눈 덮인 풍경이 대부분이었던 블라맹크의 작품들을 보며 '블라맹크는 전쟁 때문에 우울했던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차가운 눈의 이미지와 겨울의 황량함 때문에 느껴지는 우울의 감정을 강렬함과 동시에 밝은 이미지로 전달할 수 있는 작가는 블라맹크 밖에 없을 것 같다.


1.jpg
 
2.jpg
 

뉴미디어아트로 블라맹크의 작품을 재구성한 세션에서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하여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뉴미디어아트의 가장 큰 장점이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해주는 마지막에 있었던 이 작품은 블라맹크 작품의 여운을 그대로 갖고 전시장을 나설 수 있게 해주었다.


3.jpg
 
 
그리고!! 이번 전시가 더더더더더욱 좋았던 이유는 아트 굿즈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가격은 좀 비싸긴 하지만 아마 아트샵에 들린다면 꼭 한가지는 손에 들고 나오게 될 것이다. 특히나 나는 평소에 휴대폰 케이스를 직접 사서 바꿔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말 관심이 없었는데 아트샵에서 확 꽂히는 바람에 주문제작까지 해서 데리고 왔다. 마지막 아트샵까지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아쉬울게 하나 없었던 전시였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2017년 6월 3일 ~ 8월 20일
전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
전시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성인 (만 19세-64세 / 대학생 및 일반) : 13,000원
청소년 (만 13세-18세 /중, 고등학생) : 10,000원
어린이 (만 7세-12세 / 초등생) : 8,000원
유아 (36개월 이상-미취학아동) : 6,000원
(기타 할인 내역 참고)
주최: 예술의전당


[이정숙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