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눈으로 담아야 하는 전시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전시]

글 입력 2017.06.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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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하던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을 관람하러 간 날은 날이 슬슬 더워지는 현충일이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 전시장 앞에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야외에 설치된 조형작품들을 구경하며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을 기대했던 이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대의 작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선 수채화의 여리여리하고 투명한 듯한, 매끄러운 물방울이 모여서 맺힌 느낌보다 유화의 텁텁하고 거친 질감을 좋아한다. 또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의 강한 색채들이 모여 빽빽한 느낌을 좋아하기도 한다.

  하지만 블라맹크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야수파 화가이다. ‘야수파’라 하면, 마티스 이외의 다른 작가들에 대해서 그다지 잘 묘사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마티스를 이후 야수파를 이어간 화가 들 중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블라맹크이다. 이번 전시는 ‘서양 미술’하면 인상주의라던지, 초현실주의 등만을 익숙하게 여겼던 사람들에게 블라맹크라는 화가를 인식시킨다는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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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무엇보다 이 전시는 ‘실제로 작품을 본다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이야기한다. 전시설명을 보았을 때 그의 작품은 ‘왜 유화를 원작으로 감상해야 하는지’를 증명한다는 글을 보았다. 그 이유는 물감의 질감이 입체적이라는 유화의 특성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은 주로 풍경화가 많은데, 그의 날카로운 붓칠과 물감의 질감은 분위기 속에 휩쓸려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었고 또 빠른 바람을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그려낸 것 같았다. 물감은 느리게 흘러내리는 것 같기도,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눈 앞에서 바라보는 듯한 화질의 카메라나 디스플레이가 나와도 직접 눈으로 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 내 생각에 이번 전시는 그런 느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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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어떤 책에서 책과 여행은 가장 온건한 방식으로 지금까지의 세계를 허물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게 한다는 점에서 닮았다는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역시나 그림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림은 여행에 속하는 또 다른 언어라고. 블라맹크의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풍경 속을 거니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그의 풍경은 열정적이고 거칠은 붓칠로 이루어진 것이었지만 풍경은 어쩐지 나에게 사뭇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나에게 블라맹크 展은 작품의 과정과 분위기가 일치할 것이라는 나의 세계를 허물었던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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