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잃는 것도 괜찮아, 로스트 인 파리

글 입력 2017.06.14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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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 인 파리, 제목 부터가 잃고 있다. '파리에서 길을 잃었다.' 그러나 영화는 잃지 않았다.
이 영화는 대단한 인생의 해학도 우중충한 인생의 고뇌도 담고 있지 않다. 다만, 아름다우며, 유쾌하고, 
발랄하고, 어의없게도 사랑스럽다. 

부부 감독인 도미니크 아벨과 피오나 고든은 감독이자 배우로 영화의 안과 밖에서 열연한다. 
춤을 모티브로 한 영화를 여러 차례 제작해 온 이들은 이번에도 역시 무용하는 듯한 몸짓과 표정, 연기들을 영화 속 이곳 저곳에 녹여내었다. 

파리를 두고 사랑을 부르짖었던 이는 그 얼마나 많으며, 파리에 대해 감탄을 쏟은 이는 또 얼마나 많은가. 영화 속 인물 피오나의 이모 마르타(엠마누엘 리바) 역시 파리에 반해 젊은 시절 캐나다에서 파리로 떠난 여인이다. 그러나 여든이 넘은 노인이 되어 파리에 홀로 살고 있는 마르타를 그의 이웃들은 양로원에 보내려 하고, 자유롭지 못함이 죽기보다 싫어 보이는 이 낭창낭창한 노년의 여인은 조카 피오나(피오나 고든)에게 자신을 구해줄 것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캐나다에 있던 피오나는 이모의 편지 한 통에 아무런 준비 없이, 그저 배낭 하나를 들러메고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파리에서의 시작부터가 순조롭지 못한 피오나, 사진을 찍다가 세느강에 빠지질 않나, 가방을 잃어버리질 않나... . 

그녀의 잃어버린 가방은 세느강 주변에 상주하는 거지 돔(도미니크 아벨)이 줍게 되고, 돔은 가방 속에 있던 돈으로 근사한 선상 레스토랑에 가서 샴페인을 잔뜩 시켜 마시는데, 마침 실의에 빠져 레스토랑에 있던 피오나와 만나게 된다는 이런 영화스러운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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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미장센이 우선이고, 유쾌함이 우선이며, 말도 안되지만 있는 힘껏 말이 되는 그런 영화. 
현실에 준해서 생각하자면, 글쎄.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 하겠다.

그저 나사 하나 빠진 듯 허허 실실 생각없이 파리를 느끼고 싶은 이라면 추천한다. 때론 그런 공상같은 시간도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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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와 함께 파리가 아니라 인생 역시, 무언가 하나 잃는다 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복잡함을 줄여주는 시간이 되길 바래어 본다. 우리는 때로 너무나 많은 의미를 찾으며 산다. 몇 시간 쯤 그 의미를 내려놓고 그저 즐겨보는 건 어떨까? 잠시 잃어보는 건 어떨까?
 
 
[에이린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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