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글 입력 2017.06.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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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Maurice de Vlaminck _Regards sur l'œuvre et sur l'artiste, 1910~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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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과 검은빛이 어우러진 하늘, 바람에 흐르는 구름이 몹시 불안한 느낌을 주었던 ‘건널목’, 3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20세기, 위대한 화가들 -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를 통해서 모리스 드 블라맹크를 알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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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와 함께 야수파를 이끌었던 프랑스 화가라고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작품도, 그의 저서도. 그러나 프랑스 폴발레리 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블라맹크의 원화와 판화 작품 80여점으로 구성된 단독전시회가 열린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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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첫 번째, 세잔의 시기- 파리의 근교(1907~1915,16년), 두 번째, 제 1차 세계대전 이후-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1919-1925), 세 번째, 샤르트르 근교, 노르망디, 브르타뉴(1925~1958)의 시기별로 구분하여 전시가 이루어져있었는데 달라지는 양상을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블라맹크는 1901년 개최된 반 고흐 회고전에 압도당해 캔버스 위에 물감을 직접 짜서 칠하며 선명한 색채와 두툼한 질감이 주는 실험적 화면구성을 전개해 나갔다. 거친 날씨의 어두운 풍경화나 정물화에서 마치 쏟아질 듯한 빛나는 터치로 강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왜 유화를 원작으로 감상해야 하는지” 증명해주는 전시라던 소개문구가 더 실감이 나는 시기는 마지막 세 번째 시기라고 할 수 있었는데 아마도 그의 화풍이 무르익은 말년의 작품이어서 더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다. 많은 부분 차지하고 있던 눈 쌓인 풍경의 그림들은 유화물감이 길 위에 강물처럼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마치 마차나, 자동차들이 급히 지나가 길을 만들어 놓았을 것이란 상상도 하게끔 한다.


38 - Village sous la neige, 1930-35, oil on canvas, 65.5 x 81.5cm.jpg
(Village sous la neige, 1930-35, oil on canvas, 65.5 x 81.5cm)


이번 전시회에서 각별했던 것은 그림 옆에 블라맹크의 저서 속 아름다운 문구들을 발췌해서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그림도 멋있었지만 그의 말들은 그가 충분히 그의 작품을 통해 그의 철학을 전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고 감상할 때 마치 작가가 의도를 설명해주는 듯 한 효과를 주었다.

블라맹크가 끊임없이 언어를 이용해 글을 쓴 것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삶의 현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 소설, 시, 자서전을 통해 사회 철학적 성격의 개인 성찰의 길을 탐구하여 질문을 정형화 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블라맹크의 미술사적 위상이 재조명 되고 그의 다른 작품과 저서도 많이 소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실제로 관람객 중에는 그림도 좋지만 글이 훨씬 더 좋다는 사람이 많았으니 말이다.

사진촬영이 가능했던 유일한 곳, 미디어 체험관은 오리지널 작품이 움직이듯 꽃잎도 날리고 강물도 흐르는 영상으로 보이기도 하고 붓으로 터치하면 마치 화가처럼 그림이 완성되는 모습도 볼 수 있어 가족 관람객을 위한 곳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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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혀 새로운 영상이 있었는데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영상관이 그것이다. 여름을 향하는 이 계절에 눈 내리는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은 정말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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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다 보고나서 작품이나, 그의 저서 소개나 구성들이 정말 기획 단계부터 많은 노력을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기 있는 유명 화가의 개인전이 아니어도 훌륭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인식도 심어주었고 무척 감사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들의 좋은 작품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고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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