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럽미술의 숨겨진 거장, 블라맹크를 만나다

글 입력 2017.06.1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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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술의 숨겨진 거장, 블라맹크를 만나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43 - 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 cm.jpg
▲ 눈 덮인 마을(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cm
 
 
 
"네가 화가라면, 단순하게
너 자신이 내면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아라."

-모리스 드 블라맹크
  
 
8월 2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리스드 블라맹크 전>엘 다녀왔다. 블라맹크는 마티스와 함께 야수파(Fauvism)를 이끌었던 프랑스 화가다. 그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미술사에서 야수파의 주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블라맹크의 국내 최초 개인전이자, 전시 작품들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나 역시 마티스 외에는 야수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블라맹크 또한 처음 듣는 경우였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블라맹크와 유럽모던아트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28 - Vlaminck regardant un de ses tableaux a La Tourilliere, vers 1945-50.jpg
▲ 툴리에르(Tourillière)에서 자신의 그림 중 하나를 보고 있는 블라맹크, 1945-50년 경.
  
 
블라맹크를 설명하자면, '야수파'를 빼놓을 수 없다. 야수파는 20세기 초 인상파나 신인상파의 타성적인 화풍에 반기를 든 젊은 작가들의 일시적인 만남에서 형성된 프랑스의 미술운동이다. 사실 지금까지 국내 대중에게 소개된 유럽모던아트 전시는 모네, 르누아르, 고흐, 고갱 등 인상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인상파는 아름다운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인상파 이후의 유럽 미술에 대해서는 소개하는 바가 적었기 때문에 야수파를 알기 어려웠던 것이다. 야수파는 프랑스에서 인상파 이후의 모던아트를 이끌었고, 피카소와 브라크가 이끈 입체파(큐비즘, Cubism)의 활동이 시작될 때까지 유럽 미술 발전에 공헌했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는 1900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을 가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고흐의 영향을 받아서 생생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필치가 특징인 작업들을 선보였고, 이후에는 세잔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192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자신만의 독특하고 극적이며 강렬한 스타일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블라맹크의 독자적인 양식을 확립한 시기를 중심으로 집중 조명하여 풍경화 등 대표적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특히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작품 하나 하나에 함께 걸려있던 블라맹크의 글이었다. 블라맹크는 소설, 회고록 등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의 책에서 발췌된 글을 함께 읽음으로써 작품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46 - Bouquet de coquelicots, c.1936-37, oil on canvas, 55,5 x 38 cm.jpg
▲ 양귀비 꽃(Bouquet de coquelicots), 1936-37, oil on canvas, 55.5 x 38cm
 
 
"사실상, 가장 평범한 주제가
예술가에게 가장 위대한 작품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단, 그 예술가가 자신의 감정을 생생하고
강렬하게 표현하고 이해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신비이다."

- 모리스 드 블라맹크
  
 
전시는 총 세 파트로 구성된다. <세잔의 시기 - 파리근교>,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 발 두아즈 그리고 파리 근교>, 그리고 <샤르트르 근교, 노르망디, 브르타뉴>로 구성된 전시에서 원화 80여 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블라맹크 작품의 특징은 거침없는 필치와 중후한 색채, 그리고 표면에서 쏟아질 것 같은 마티에르의 느낌이다. 그림의 주제는 그의 말대로 '가장 평범'하다. 꽃을 비롯한 정물, 그리고 대부분이 프랑스 마을 및 바다를 그린 풍경화다.
 
특히, 어두운 느낌의 풍경화가 많은데, 거친 날씨의 어두운 풍경화에는 쏟아질 듯한 터치로 강한 생동감을 부여했다. 이는 블라맹크의 독창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선명한 색채와 두툼한 질감이 주는 실험적인 화면 구성을 전개해 강렬하고 역동적인 작품들을 그려냈던 것이다.
 
 
39 - La Route sous la neige, 1931, oil on canvas, 81 x 100.5 cm.jpg
▲ 눈길(La route sous la neige), 1931, oil on canvas, 81 x 100.5cm
 
 
"자연은 겨울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본질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푸르른 초목의 무성한 잎,
잡목의 무성한 새싹들이 서로 그 모습을 보여주지만,
겨울에는 대지의 기복을 감추고
그 존재의 이유를 내면에 숨긴다."

- 모리스 드 블라맹크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 가운데 대부분은 눈내린 마을의 풍경이다. 왜 이렇게 눈 내린 겨울의 풍경을 많이 그렸을까? 궁금했는데, 전시 중간 발견한 블라맹크의 말에서 그 답을 찾았다. 블라맹크는 겨울을 '본질'이라고 보았던 것 같다. 눈이 뒤덮인 거리에는 겨울이 감춘 대지의 기복이 있다. 블라맹크에게 어둡고 쓸쓸한 느낌의 겨울 풍경은 곧 인간이 감추고 있는 진실이기도 했던 것이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은 블라맹크의 국내 최초 단독 전시로, 미술사적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었던 바가 없었던 그의 작품 활동을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듯 싶다. 전시를 보기 전, 인상파-야수파-입체파로 이어지는 유럽 모던아트의 미술사에 대해 알고 간다면 좋을 것 같다. 또한, 블라맹크의 작품과 함께 옆에 적힌 글귀를 천천히 읽어 나가면 작품에 대한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그만의 필치와 마티에르를 느낄 수 있는, 유화물감이 만들어 내는 질감을 충분히 느껴보기 바란다.
 
 

*전시 정보*
 
 
전시 기간 : 2017년 6월 3일(토) - 8월 20일(일)
*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6.26/7.31)
전시 프레스 오픈: 6월 2일(금) 오전 10시-낮 12시
 
관람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
 
입장권
성인 (만 19세-64세 / 대학생 및 일반) : 13,000원
청소년 (만 13세-18세 /중, 고등학생) : 10,000원
어린이 (만 7세-12세 / 초등생) : 8,000원
유아 (36개월 이상-미취학아동) : 6,000원
 
문의 및 예매
일반관람문의
02-580-1300
단체관람문의
02-580-1616 / design@sac.or.kr
 
입장권  예매
인터파크     1544-1555 
네이버페이  1588-3819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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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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