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후회없이 그린 담대한 그림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에 가다
글 입력 2017.06.1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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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보기를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에 다녀왔다. 프리뷰를 쓰느라 야수파와 블라맹크를 조금 공부했기에 그래도 자신만만하게 전시실에 들어갔는데, 들어가자마자 조금 당황했다. 첫번째 세션부터 '야수파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다' 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한 블라맹크는 야수파를 이끈 핵심 멤버였는데 전시회에서는 오히려 야수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블라맹크의 그림부터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야수파로 활동하던 시절의 그림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야수파 블라맹크'가 아닌 '블라맹크'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그림 70여점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세잔의 영향을 받아 야수파에서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던 때 블라맹크의 그림들은 명도가 낮은 색이 많이 쓰였다. 전체적으로 톤이 살짝 어둡고 차분한 느낌이다. 내 부족한 어휘력으로는 표현이 다 되지 않으니까 그림을 직접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3 - Les Toits rouges, 1908, oil on canvas, 79 x 92 cm.jpg
빨간 지붕(Les Toits rouges), 1908, oil on canvas, 79 x 92cm


첫번째 섹션에는 이런 분위기의 그림이 많았다. 포스터에 나와 있는 그림들에 비해 따뜻한 색이 많이 쓰여서 그런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그에 비해 두 번째, 세번째 섹션의 그림들은 거친 질감과 무거움이 확 느껴졌다.


30 - Rue de village en hiver, 1928-30, oil on canvas, 60 x 73 cm.jpg
겨울 마을의 거리(Rue de village en hiver), 1928-30, oil on canvas, 60 x 73cm

38 - Village sous la neige, 1930-35, oil on canvas, 65.5 x 81.5cm.jpg
눈 덮인 마을(Village sous la neige), 1930-35, oil on canvas, 65.5 x 81.5cm


확실히 세잔 시기에 비해 선도 굵어지고 구도도 바뀌었다. 사진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직접 보면 캔버스에 직접 짠 듯한 유화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보인다. 그림에서 입체감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래서 유화를 직접 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블라맹크의 후기 작품은 주로 겨울철 거리나 마을의 모습을 그린게 많았다. 그림에는 사람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고 해도 흐릿하게 형체만 있을 뿐이고 대부분 배경이 사람을 압도한다. 그래서였을까 강렬한 필촉 사이로 쓸쓸함이 느껴졌다. 마치 겨울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평생 이런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을 시간의 전개를 멈춘 채, 캔버스에 고정시키기 위해 색체를 사용하여 말 또는 붓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다. 나는 또다른 풍경 소재 물체를 활용해서 영원히 묻혀버리고 사라져버릴 것으로 믿었던 감정들을 작품을 바라보는 이의 눈에서 재현되도록 노력했다.

<풍경과 사람>, 1953, 87쪽



이번 전시가 독특했던 점은 각 그림마다 블라맹크가 썼던 글들이 덧붙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블라맹크는 그림만큼이나 글도 꾸준히 썼던 예술가이기에 글을 통해서 그의 예술관이 잘 드러났다. 글에서 드러난 블라맹크는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관을 바탕으로 그림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언제나 내면에서 흘러넘치는 감정들을 캔버스에 담고자 했고 그것이 온전히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랐다.



"난 아무것도 원한 것이 없었다. 인생은 나에게 모든것을 주었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며 내가 본것을 그렸다"



블라맹크의 유언 중 한 구절. 미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을 평생 치열하게 고민했기에 남길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미디어 전시실에서 그의 겨울 그림 한복판에 서있으니 지금까지 봤던 블라맹크의 그림들이 모두 한덩이가 되어 내 곁을 스치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의 예술적 고뇌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지금 여기에 닿는다. 그가 캔버스에 그림을 담기까지 했던 고민들은 헛되지 않았다. 그의 감정들은 그가 원했던 대로 내 눈에서 재현되었다.





<전시정보>

기간: 2017년 6월 3일~8월 20일

장소: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관람가격: 성인 (만 19세-64세 / 대학생 및 일반) : 13,000원
청소년 (만 13세-18세 /중, 고등학생) : 10,000원
어린이 (만 7세-12세 / 초등생) : 8,000원
유아 (36개월 이상-미취학아동) :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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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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