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는 평지보다는 '자갈길'을 걷고 싶다 [전시]

글 입력 2017.06.1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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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 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 cm.jpg

 
< 눈 덮인 마을(Village sous la neige) >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cm





  두꺼운 옷으로도 버틸 수 없는 매서운 눈보라가 친다. 거센 눈보라 때문인지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고 싶어서인지 땅은 자신을 온통 하얀색으로 덮지만 바람을 이길 수 없다. 휘몰아쳐 누군가를 집어 삼킬 것만 같은 하늘, 그 아래 굳게 만이 닫힌 붉은색의 집들이 위태롭게 자신의 자리를 지킬 뿐이다. 문과 창은 열릴 것 같지 않다. 지금, 집 안에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겠다. 언제쯤 이 눈보라가 사라지고 눈이 녹을 정도의 햇빛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 적어도 이 캔버스 안의 시간은 영원히 이 모습으로 남을 것 같다.

  어디서 멈추는지 알 수 없는 그의 그림처럼 광활한 전시장 안,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6월 3일부터 8월 20일까지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을 개최한다. 전형적인 전시장 안 액자에 걸린 유화 그림 같아 보이지만, 우리가 걷는 길은 매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블라맹크의 그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멀어지고, 멀리 떨어질수록 가까워진다. 멀리 떨어져 그의 유화를 볼 때는 뚜렷하게 보인 형체들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형체와 멀어진다. 그의 유화 앞으로 천천히 걸어가 목을 쭉 빼고 들여다보면 붓자국 하나하나 전시장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듯 하다. “유화는 정말 원화로 봐야하는구나!”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의지대로 선택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학교, 졸업, 취업, 결혼 …. 세상이 정해준 방향에 맞춰 우리의 인생을 움직인다. 그 틀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벗어나고 싶다 라기 보다 때로는 안정감을 느끼고 “잘 살고 있는 인생이구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

  블라맹크의 저서 『위험한 전환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사람들은 미술이 제시하는 것보다 더 편협한 규범에 집착한다. 화법을 바꾸는 것이 주체를 변화시키는 것인가? 나는 불편함을 느낀다. 이런 사변적인 생각들에 얽매여 있는 것은 나의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요구하던 규범과 틀을 과감하게 거부하고 자신의 본성을 찾아,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색과 붓을 찾아 여행하던 블라맹크의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블라맹크의 붓자국은 부드럽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지만 공통적으로 모든 붓자국엔 그의 강인함과 고집이 담겨있다. 그가 살아 있다면 남들이 가는 안정적인 평지보다는 울퉁불퉁해 한발자국을 떼기에 균형을 잘 맞춰야 하는 ‘자갈길’을 걷기를 선택했으리라. 다시 한 번, 블라맹크는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은 어느 위치에 서 있는가.



박 이 슬  / 아트인사이트 문화리뷰단


[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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