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순간의 인상, 캔버스에 담기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글 입력 2017.06.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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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6. 03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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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라는 직업은 독창적으로 색채를 캔버스에
채워 나가는 것인 반면,
작가라는 직업은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여
문장을 구성해 페이지를 채워 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블라맹크의 전시는 어두운 조명과 잔잔함 음악 가운데서 감상할 수 있게 되어있었고, 작품마다 블라맹크가 남긴 단문의 글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블라맹크는 수많은 창작과정 중에도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시대와 삶의 현실 그리고 예술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기 위한 또다른 방법이었다. 그러한 그의 글들을 통해서 그림 외적으로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신념과 감정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고, 그의 작품을 더욱 폭넓은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블라맹크는 한마디로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지닌 화가이자 문필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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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통해 감상한 블라맹크의 작품들은 대부분 다양한 색채와 명확하지 않은 선의 경계들 그리고 원근법으로 입체성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특히 마을, 화병과 꽃, 자연 및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그림보다 글귀들에 먼저 눈길이 갔고, 글들을 먼저 읽은 후에 그림을 감상하니 그림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블라맹크는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게 된 어떠한 모습들과 그것이 그에게 준 순간적 인상들과 느낌을 캔버스 속에 오롯이 담아내고자 했다. 그에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멈춘 채 캔버스 안에 색채로 재현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자, 기쁨이었다. 그가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했던 풍경과 감정들은 한컷의 사진과 같이 풍경의 현실적 모습뿐만 아니라 블라맹크의 감성까지도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내면에서 불러일으키는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풍경에 대한 해석은 그의 그림의 원동력이었다. "그리는 것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 개인은 창조적이어야 한다."라는 그의 글에서 느낄 수 있다. 그가 그린 파리 근교나 거리 풍경, 설경들은 마치 내가 그 길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고, 실제 블라맹크의 눈앞에 펼쳐졌을 광경들을 현실적으로 묘사해보기에 충분했다. 또한 색채의 명암을 다르게 표현하여 무언가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차가운 색채로 구성된 작품도 말이다.



"사물에 대한 생각은 밝고 유쾌하게 시작되지만
캔버스에 표출된 것은 고뇌와 비참함이다."



그의 언어는 어떻게 보면 캔버스에 그림을 담아낼 때 마냥 행복한 것들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삶의 현실이 반영되어 있는 부분도 있다. 평소 자연을 바라보며 삶의 존재와 이유를 찾았던 블라맹크가 자연을 위대한 존재로 바라보았고, 언제나 치열하게 그것을 자신의 캔버스 안에 담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다양한 생각들이 담긴 그의 글들을 보면, 끊임없이 존재에 대한 고민과 삶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고뇌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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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그의 작품들을 감상한 후, 마지막 코너에 블라맹크의 작품 중 하나를 디지털화하여 마치 실제로 마을 안에 들어와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감상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굉장히 실제같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시대가 발달한만큼 눈으로만 볼 수 있었던 미술작품을 이런 형태로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나는 모든 색깔의 명도를 높여서
내가 느꼈던 모든 것
하나하나를 순수색의
관현악 연주로 전위시켜놓았다."



전시회를 나가기 전 마지막, 이런 문구가 크게 써있었다. 블라맹크의 모든 작품들, 그리고 그가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그의 자아, 감성, 그리고 메세지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순간의 인상과 감정을 비장하게, 영원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고 캔버스 속에 그의 눈에 담겼던 잔상과 인생을 남김으로서 오랜 세월이 흘러도 대중들에게 그의 신념을 펼쳐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담은 결과물들이 후대에 누군가에게 전시되고, 알려지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블라맹크의 고뇌, 그리고 그가 느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배워갈 수 있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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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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