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에 관한 한 [문화전반]

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깃털이 달린 사람이 아닌 살갗이 벗겨진 사람
글 입력 2017.06.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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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한
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깃털이 달린 사람이 아닌
살갗이 벗겨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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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한, 우리는 깃털이 달린 사람이 아닌 살갗이 벗겨진 사람이래.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그가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 변화가 어딘가 낯설지 않은 변화여서, 그의 변화에 대해 찬찬히 관찰했던 때가 있다. 그가 하는 말, 그의 행동들. 그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생각한 끝에 깨달았다. 그의 변화의 익숙함은 그가 바로 나를 닮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내가 아는 그는 살갗을 드러내기보다는 알록달록한 깃털 뒤에 숨어,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던 사람이었다. 도저히 그처럼은 할 수가 없는 나는 불쑥 사랑 고백을 해야만 하고, 그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을 때는 티를 내야만 직성이 풀렸다. 적절한 거리, 나만의 시간, 내 공간. 일명 밀고 당기기. 그런 것들을 이해하고 기왕이며 멋있게 해보려 하는 체는 했지만 끝내 실패하고야 마는,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그에게 직설의 끝을 보여주는 사랑 고백을 퍼붓는다면 그는 주변을 살피고, 적절한 단어를 고르는 데에 시간이 걸리던 사람이었다. 물론 매번 그러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나와 그는 그런 방식으로 곁을 줬다.
 
언젠가부터 그는 나에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듣고 나면 절로 눈이 동그래질 말들을 하곤 한다. 가령, ‘같이 살자’라거나 ‘너무, 많이, 엄청’과 같은 부사들을 과감히 붙인다거나. 무엇보다 ‘제일’이라는 부사를 사용하는 그를 볼 때면, 그런 표현을 들을 때면 정말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다.
 
사람이 사람과 함께하고 결국에 이 세상의 결말을 사랑에 있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서로를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우리는 서로의 정확한 지점을 쿡 누를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서로의 살갗에 잔뜩 닿아버리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닮아간다. 깃털을 잔뜩 달고 있던 우리는 각자의 깃털을 벗어두고 맨살로 서로를 껴안고, 기어이 살갗이 벗겨져 온 몸이 따갑더라도 서로에게 곁을 주고야 만다.


살갗이 벗겨진 우리는 아프다. 서로가 더 아프다. 지극히 작은 것에도 아리고 쓰라리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픔과 깃털로 꽁꽁 싸매고 그 없이 지내는 것의 아픔을 비교하면 후자는 상상도 할 수 없어서 우리는 다 벗겨진 살갗으로도 서로를 찾는 거다. 이건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는 그들만의 특이한 감수성으로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첨부된 사진은 대림 미술관 셀비의 집 전시 사진 중 일부입니다.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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