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야수파의 주역 '모리스 드 블라맹크'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화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
글 입력 2017.06.09 18: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65A7B160-9DCD-42BB-8472-4ED0FF941763.jpg



나는 얼마나 고집 있는
예술가(藝術家)였을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모리스 드 블라맹크>
글_공연예술 에디터_그녀윤양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은 마치 유행처럼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강렬한 이름의 야수파가 강렬한 이름만큼 짧게 타오른 만큼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웠으니, 이번 전시는 '기회'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기회를 놓치면 안 되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닌가? 6월 4일, 기회를 누리러 그녀윤양, 예술의전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59EE865E-E157-42DF-A6DD-45B876BA6E7A.jpg

 E9172EAD-84A4-4CB8-9C61-A66CB886FC80.jpg
 

처음 발붙인 전시장 1의 구성은 '세잔의 시기-파리 근교'
야수파 자체가 생소한 대다 그의 주역인 블라맹크는 더욱이 생소했기에 사전조사를 통해 이해를 도왔지만, 야수파란 거친 이름답게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그림은 내게 '심리적 난해함'으로 다가왔다.

사실 작품에 그려진 집이나, 꽃, 계절감은 알아보기 쉬웠지만 사용된 색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강한 톤의 사용 때문인지 우울한 느낌이었다. 거장에게 죄송한 말이지만 다소 성의 없는 느낌도 받았었다.

성의 없는 느낌이 과감한 표현 때문이라고 받아들여야 할까? 알 수 없는 우울감은 전시의 첫 구성부터 나를 잡아세웠다. 블라맹크의 작품은 멀리서 봐야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을 잘 전달받을 수 있었는데 각도에 따라 느낌이 조금씩 달랐다. 확실히 달랐다. 각도를 다르게 하지만 눈에 띄는 건 화창한 날이건 추운 날이건 몇 없는 사람들. 사람의 수, 한편으론 심리학적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CCAC4771-C955-49F4-99A6-DC5AA930D63F.jpg
 

전시장 2로 갈수록 블라맹크의 그림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림이 선명해질수록 화가, 예술가로서 그의 고집과 순수한 내면세계를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 홀린 듯 나에게 질문이 시작되었다. 주로 정물과 자연을 그려낸 블라맹크는 요즘 세상에 존재했다면 '외골수적 예술가'로 평가받았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조심스레 적어본다.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 같다. 그게 그대로 전달되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작품 하나하나 그냥 못 지나치고 감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너무나 확고하고 강력해서 야수파 표현기법에 맞는 대범함을 넘어 본인만의 독특한 이상 세계가 존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그가 독창적, 창조성을 강조하는 것에 반해 개인적으론 작품 자체에서 창조적인, 독창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아마 비슷한 그림이 많아서 그럴지 모른다. 하지만 작품에 담긴 감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술가들에겐 흰색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블라맹크의 흰색과 어둠의 대조적인 묘사에서 그가 캔버스에 옮겨낸 유쾌하고 밝음 속에 숨겨진 고뇌와 비참함이 느껴졌다. 그의 작품을 단순히 포근하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에 어려울 만큼 우울감이 느껴진 이유는 단지 시대적 배경의 이유였을까? 짧게 스쳐 지나가지만 그것들을 캔버스에 옮겨낼 때 블라맹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의 작품은 야수파가 어떤 표현을 했고 어떤 색을 사용했고의 미술 표현적 의미보다는 그의 사상과 인간 자체가 지닌 철학적 의미에 화두를 옮기게 했다.


"블라맹크..
그때의 당신 생각과 감정은
무엇으로 가득찼나요?"


AC29BFB4-2D7F-49C9-8D90-3ED4BE5E1AF5.jpg
 

전시장 3의 펼쳐진 그의 작품은 점점 안정감을 찾아갔고 그가 써 내려간 글들을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림 작품으로 만 그를 바라보기엔 너무 아쉬울 정도였으니까.
근대로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과거 예술가였던 나의 모습에 끊임없이 질타를 받는 것 같았다. 이제는 예술가를 벗어나 예술가의 곁을 지키는 사람이 되었지만 그는 예술 사상을 뛰어넘어 현대인들의 인생철학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기에 차분히 받아들였다.

인간 블라맹크는 그 자체로서도 굉장히 의미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 그대로의 것을 추구하며 살아갈까? 우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그 자체를 버리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 블라맹크의 글과 그림들.

모두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블라맹크의 전시를 통해 삶 자체를 예술로 보고 예술로서의 삶 속에서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들여다본다면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전시는 성공적이지 않을까 싶다.



아트인사이트2.png
 


[그녀윤양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