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76년만에 부활한 여성 영웅 ‘원더우먼’ [영화]

영화 ‘원더우먼’에 대한 여러 단상들
글 입력 2017.06.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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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 31일 영화 <원더우먼>이 개봉했다. 앞서 말하면 솔직히 DC코믹스의 영화는 다들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평이 많기도 했지만 그런 걱정보다는 설렘이 가득 했다. 여느 영화에 등장하는 힘이 세고 멋진 캐릭터라 할지라도 그들이 여성이라면 대상화되어 그려지는 것이 늘 화나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서 원더우먼 만큼은 그렇지 않았으면 싶었고,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 그대로 화끈하게 다 패버렸으면 좋겠다! 라는 기대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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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더우먼의 외관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평가하는 남성 캐릭터들의 시선은 여전히 달갑지 않았지만, 이외 서사나 연출에서 포르노적인 요소 없이 액션 영화 그 자체로서 이끌어간다는 점이 좋았다. 특별한 ‘여성’ 영웅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멋진 영웅으로서 말이다. 다이애나가 원더우먼 수트를 입고 위풍당당 걸어가는 씬은 정말 울컥해서 눈물이 다 날정도로 멋졌다.


3. 제1차세계대전을 영화의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한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그 이전 시대의 전쟁들은 칼과 방패, 총을 들고 몸과 몸을 직접적으로 부딪혀 싸우는 전쟁이었다면 이 시기에는 화학 무기를 개발하여 민간인 학살에 이르는 본격적인 전쟁, 그야말로 시스템적인 전쟁이 일어난 것인데, 인간이 선하다고만 생각했던 다이애나의 입장에서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동시에 자신이 구원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희망과 욕구를 가지게 하는 적절한 시대였을 것이다.


4. 게다가 영화에는, 여성만이 존재하는 아마존과 그 밖에는 ‘사회적으로’ 남성만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다이애나가 처음으로 마주한 바깥 세계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자유롭지 않았으며 그들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던 빅토리아 시대였다. 그들이 진출할 수 있는 사회적 무대가 거의 없었다는 것과 여성의 권리가 참정권에 조차 미치지 못했다는 것. 영화를 보다 보면 온갖 차별과 억압이 만연했던 답답한 시대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영화 중, 다이애나가 회의장에 성큼성큼 들어서자 이상하게 쳐다보는 장면이 있다. 동행하는 ‘스티브’가 그녀를 두고 하하, 시각장애인 여동생이라 화장실을 찾는 중인가봐요, 하면서 둘러대는데 마냥 유쾌하지가 않았다. 여성이 회의에 가담하고 참여하는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는 시선이 불쾌했다. 당당히 돌진하고 공격하는 원더우먼.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구시대적 모습. 원더우먼과 제1차세계대전을 엮은 또 하나의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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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솔직히 영화관에 가면 2시간 동안 한 번은 시계를 보는데 이번에는 너무 몰입을 해서 그런지 2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봤다. 그리고 보는 내내 긴장감보다는 희열을 느꼈다. 연출이 아쉽다는 점에는 어느정도 동감하나,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현실이 아님에도 현실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에는 매우 만족한다. 단지, 영화를 보고 느낀 여러 감정들을 이 단상들만으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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