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마음의 꽃을 찾아서, 심화(心花)탐구 [시각예술]

함께 찾아볼까요, 우리의 꽃.
글 입력 2017.06.0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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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동기 한 명과 학과장님을 찾아갔었다. 겨울방학 동안 생각했던 기획서 4개와 함께였다. 2016년 한 해 동안, 나는 문화예술경영학과의 새내기로서 열심히 전시학회 일을 했었더랬다. 짧은 역사를 가진 신생 학과이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던 전시학회의 전시 개최도 해내었다. 전시 준비 과정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 관람객들과 작가님들, 도와주신 수 많은 분들을 통해 느꼈던 보람과 뿌듯함은 나로 하여금 한 번 더 전시기획을 하게 만들었다.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나와 우리 팀의 전시 과정은 수 많은 경력과 경험을 지나온 큐레이터가 바라보기에는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 격인 전시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막 20대의 첫 해를 지나보낸 21살과 미성년자를 겨우 벗어난 20살 몇 명이 모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커다란 은혜로만 이루어진 벅찬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2016년 학회활동을 연장해보고 싶었다. 한 회로 끝나는 일회적인 전시가 아니라, 팀이 결성된 만큼 우리 팀의 컨셉을 잡고 연속적인 전시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16학번 전시학회 AZT를 다시 열었다. 마음이 맞는 동기 한명 한명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전시를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같이 할래?’하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16학번과 새내기 17학번을 포함해 총 7명의 팀원이 나와 함께 하게 되었다.
 

  가까이 하고 싶지만 너무 먼 그 이름, 예술! 어렵게만 느껴지는 예술로 가는 길을 줌(zoom)해 본다면, 그 안의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을 거예요.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개인적인 측면에서도, 현대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잘한 흠집들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성신여자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16학번 전시학회, AZT (Art Zoom Team)는 예술을 통해 그저 건조하고 퍽퍽하게만 보이는 우리의 삶 속 여러 가지 의미를 재조명해보고, 작은 부분부터 차근차근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에서부터 마음의 회복을 전하려고 합니다. 우리만의 아지트에서 여러분과 함께 가까운 듯 먼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없는게 메리트展>에 이은 그 두 번째 이야기를 함께 나눌 당신을, 아지트에서 기다리겠습니다. AZT에 초대되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삶, 그리고 예술을 가까이 Zoom In 하다, AZT’

 
  팀이 다시 결성된 이후에는 다짜고짜 미팅 시간을 잡고 교수님께 전시 기획서 4개를 불쑥 내밀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떠한 언질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패기 넘치는 제자들의 계획을 진지하게 들어주고 받아주신 교수님께 감사한 마음이 제일 컸다. 아주 그럴 듯하진 않더라도, 조금의 틀을 갖춘 기획서 4개를 받으시며 교수님께서는 ‘그래도 준비를 좀 한 것 같구나’하고 말씀하셨다. 조마조마하며 내밀었던 기획서였지만, 교수님께 드리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기획서를 드린 것은 2월 초, 하지만 우리의 전시기획이 가능하다는 답변은 3월 중순에야 받을 수 있었다. 그 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섣불리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진행속도는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었다.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된 당일부터 우리 팀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규적인 회의를, 그리고 다른 수업 때 만나더라도 시간을 쪼개 틈틈이 의견을 나누고 진행상황을 보고하곤 했다.

  초기에 생각했던 기획서 4개 중 우리는 <심화(心花)탐구>라는 제목의 기획서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되었다.


  수많은 나날들을 지나 어린 시절 나의 상상과는 다른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오게 되었다. 지금 발디디고 서 있는 세상마저도 꿈 꾸었던 그것과는 다르다. 우리는 이처럼 참으로 낯선 현실 속에서 당장 눈 앞에 놓인 것들을 해결하고 따라가기에 급급하지만, 아직 내 마음 속 깊숙한 어딘가에는 분명 순수, 투명함, 열정 등으로 불리어지는 마음들이 남아있다. 한 아름 보따리 속에 간직해왔던, 지금껏 성숙한 어른이라는 이름 아래 감추어야 했던 그 마음들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마음속에 피어난 작은 꽃이다. 우리들은 자주 이 꽃의 존재를 잊고 살아간다. 세상살이라는 공부를 한 단계 넘어, 그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우리네 인생의 심화탐구는, 바로 우리의 마음 속 이 작은 꽃을 탐구하는 것이다.
  <심화(心花) 탐구>는 당신의 마음에 있는 그 꽃의 존재를 재고하고, 줄기 끝에 맺힌 봉우리가 활짝 펼쳐져 마른 마음에 향을 머금을 그 순간을 함께 이야기하고 기대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 당신이 품고 있는 마음 속의 꽃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 모두가 그 꽃의 향에 젖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가장 어렵다고 느껴진 것은 전시실 대관과 작가 미팅이었다. 지어진 지 몇 년 되지 않아 시설이 좋다고 자부할 수 있는 학교의 전시실을 빌릴 예정이라 전시실 대관에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다른 학과의 졸업 전시와 동아리 전시가 우리의 전시예정일 앞 뒤로 꽉꽉 차있어 전시를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하지만 무리를 하면서까지 전시를 유치시키고자 했던 나와 팀원들의 의지와 교수님의 도움으로 세팅·철수 기간을 단축해 가까스로 전시를 유치할 수 있었다. 또 전시 작가를 한 명 한 명 컨택해 모집한 이후에는 전시실에서 상영할 인터뷰 영상과 작품의 이해를 위한 미팅에 큰 어려움을 느꼈었다. 전시를 기획한 사람으로서 우리의 기획을 믿고, 매력을 느껴 기꺼이 작품을 출품해주신 작가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 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우리 쪽에서 더욱 작가와의 만남에서 경직되어 있기도 했다.
 
  약 3달간의 준비 기간이 끝나고 전시 세팅을 하는 날에는 무리한 세팅 기간, 때문에 불가피했던 연이은 밤샘 철야에 모든 팀원들이 많이 지쳐있음을 느꼈다. 작년에는 20년 넘게 도자기와 전시에 몸 담고 계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세팅을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온전히 우리의 힘으로 작품 및 와이어를 설치하고, 조명을 달고, 가벽과 전시대를 옮기고 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많이 부족함을 느꼈다. 또한 이틀의 세팅 기간을 지나 개회식을 하게 되었을 때에는 이른 시간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이 없었고 작품 설치의 문제가 생기기도 해 방문해주신 분들 앞에서 죄송스러움을 느끼고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음을 절실히 깨닫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를 오픈하는 날 오후부터 점점 늘어나는 관람객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하루 꾸준했던 인파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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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전시 때부터 계속해서 이어나가고자 하는 AZT의 전시 특징은 전시된 작품들을 지나고 나면 관람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참여 파트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음의 회복을 다루고자 하는 팀의 전시 목표는 관람객의 참여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가진 관람객 참여 파트에서 사진을 찍고 SNS에 후기를 남겨주는 많은 관람객들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팀의 목표를 이루는데 한 발짝 다가갔다고 생각할 수 있어 행복했다. 더불어 작품을 전시하게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작가님들, 전시 분위기와 주제가 좋다고 말씀해주시는 수 많은 분들 덕분에 그 동안 힘들었던 순간들이 사르르 녹는, 기쁨과 감사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AZT라는 팀을 통해 벌써 2회의 전시를 끝마쳤다. 조금 더 발전하기를 바라고 준비했던 두 번째 전시였는데 아직도 배울 점, 개선할 점은 많지만 그래도 작년의 우리를 한 단계 넘은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크다. 나만의 힘의 아니라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은혜로 이루어진 전시라고 생각한다. 함께 해준 팀원들, 기꺼이 참여해주신 작가님들, 든든히 지켜봐주시고 도와주시고 조언해주신 교수님과 부모님들께 절대 잊을 수 없는 감사의 말씀을 언제고 늘 드리고 싶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내가 얻은 성장은 나의 역사에서 큰 한 획을 그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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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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