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시회에 가기 싫어요! [문화전반]

사진 스튜디오가 되어버린 전시회
글 입력 2017.06.0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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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짧은 불평입니다.*



  요즈음에는 참 다양한 전시회가 많습니다. 관람 요금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시를 보러 간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처럼 하나의 문화 생활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러한 변화가 참 반가웠습니다. 단순한 대중매체의 수동적 소비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의 개성있는 전시를 능동적으로 골라서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로지 작품만을 위한 공간에서 발걸음을 옮기며 그 감상을 만끽하는 시간이 꽤 가치 있게 느껴지곤 했습니다.



  새로운 전시가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SNS에 수많은 사진들이 올라옵니다. 예쁘고 새로운 작품을 배경으로 해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전에는 직접 눈으로 가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올라오는 사진들만 볼 뿐 전시회에 가는 것이 조금씩 꺼려지게 되었습니다. 전시장의 모습이 눈에 훤하기 때문입니다. 몇몇 혹은 다수의 사람들이 사진이 잘 나오는, 조명이 좋은, 색감이 예쁜 작품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해가며 이른바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찰칵거리고 있을 모습 말입니다.



  사실 사진 찍는 행위 자체를 탓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담아두고 싶은 작품의 사진 몇 장씩은 꼭 찍곤 하니까요. 문제는 '전시를 관람하는 (척 하는) 나'의 꽤 괜찮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으면 그만이라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SNS에 올릴 사진의 배경으로 쓰여버리는 작품은 작가의 정성 어린 마음과는 반대로 이들에겐 좋아요를 위한 도구가 되어버립니다. 그것도 사진 속에서 예쁘게 나올만한 작품만이 간택되어 병풍으로 쓰이곤 합니다. 찰칵거리며 사진을 찍던 사람들 중 작품의 이름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거나, 잠시 서서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참 안타까웠습니다.



  또 그림이나 작품 앞에 서서 감상하고 있으면 무작정 사진을 찍게 비켜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 입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고는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에도, 사진 찍어야 하는데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하는 소리도 이어폰 너머 들려오곤 합니다. 이럴 때면 사진 스튜디오에서 괜스레 자리를 차지하고는 촬영을 방해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번은 보고 있는 작품마다 옆으로 나와달라는 요청에 괜스레 뾰루퉁해 져서는 그 사람들처럼 똑같이 사진만 찍고는 얼른 나와버린 적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전시회를 다녀보며 느낀 바는 한층 더 성숙하고 다채로운 대중문화가 된 줄 알았던 전시회 관람 문화는 그저 ‘예쁜 사진 찍기’로 변질되었다는 것 입니다. 어떠한 전시였는지,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비판하고 싶은 부분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 없이 ‘나 이렇게 유명한 곳, 좋은 곳, 예쁜 곳 다녀왔다.’고 SNS에 증명하기만 하면 완벽한 관람이 되는 거죠. 전시회에 대한 관심과 이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다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과 같다고 느껴집니다.



  모든 사람이 전시회에 정말 관람만을 위해 오는 것이 힘들다면 차라리 전시 일정 동안 마음껏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날과 감상만을 위한 날을 따로 지정하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최선책이 될 수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사진 촬영만을 위해 지정되는 날이 훨씬 많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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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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