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짓으로 표현되는 하나의 언어, 이강백의 '이불'

글 입력 2017.06.01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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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가 많이 오는 날, 과외를 조금 일찍 끝내고 학생과 함께 이강백의 「이불」을 관람하러 갔다. 비가 오는 데다 처음 가보는 공연장이라 길을 헤메던 도중에, 한국관광공사의 지하에 공연장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딱히 공연장이라는 표지를 찾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소극장의 모습과도 많이 달라서, 이번 공연 장소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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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 들어가자 의자가 공연장 주위로 빙 둘러싸여 있었고, 딱히 무대라는 것이 없어서 관객 바로 앞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구조였다. 우리는 시간에 딱 맞춰 와서, 머뭇거리다 의자 앞에 있는 방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공연의 시작을 기대하며 기다리던 중에 조명과 함께 붉은색 톤의 옷이 눈에 띄는 한 아이가 등장하였다. 공연은 이 아이의 대사로 시작되는데, 전체 공연을 통틀어서 극의 상황을 알리는 이 대사가 유일한 것이었다. 아이와 인형의 등장이 끝나자, 공연에 주로 등장하게 되는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공연을 관람하는 내내 정말 신기했던 점은, 배우들이 어떠한 대사도 없이 몸짓이나 표정만으로 연기를 해 나가는데도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물들이 지금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까지 말이다. 작은 손동작 하나, 표정의 변화와 음악의 조화는 복잡한 말로 설명되는 이야기보다 더 쉽게 다가왔다. 말하자면 이야기가 글로 받아들여져 특정한 감정으로 번역되는 것이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가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는 것이다. 대사가 아무것도 없어서 혹시나 이해하지 못하면 어쩌나, 같이 온 학생이 지루해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었다. 하나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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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극에서 사용되는 음악 역시 흥미를 사로잡았다. 극의 초반에 등장한 아이와, 함께 있던 인형이 극 전체 음악을 주관하는데, 모든 재료가 악기가 될 수 있었다. 멜로디온, 핸드벨, 우쿨렐레로 만들어지는 음악부터 파도 소리, 물방울 소리, 움직이는 소리 모두 극에 녹아들었다. 모든 소리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하나의 언어가 되었던 것이다.

공연을 관람하기 전까지 새로운 장르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있었지만, 살짝은 걱정했던 부분 또한 있었다. 내게 익숙한 것들에만 안주하여, 그 외의 다른 장르는 좀처럼 시도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무언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눈을 뜰 수 있었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 경험을 되돌아보며, 내게 조금 낯선 것들에도 눈길을 주는 순간순간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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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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