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소원은 정말 '위대'할까 - 영화 '위대한 소원'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3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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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성적인 단어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감독



  영화를 만들어내고 숨쉴 수 있게 해주는 장본인이다. 시나리오 선택부터 영화가 관객에게 드러나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그 막중한 이름은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하다. 각 영화마다의 색깔은 주로 감독에 의해 결정되어지곤 한다. 한국의 유명한 감독들을 쭉 생각해보았다. 많은 이름들이 언급될 수 있겠는데, 그 중 혹시 여자 감독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남자 감독에 비해 지극히 적은 숫자인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많은 영화들이 남성에 의해 선택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의 여성은 자주 약자로 등장했으며 주체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감독이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무의식적인 생각이 반영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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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위대한 소원>은 본래 밝은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루게릭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친구 고환이, 그리고 고환이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노력하는 오랜 친구들. 이게 기본적인 플롯이다. 그러나 결코 이 슬픈 소재를 구슬프게 풀어내지 않는다. 가끔 감동을 위한 장면이 등장하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는 감정은 코믹이다.

 시나리오가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또한 그 목적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SNS의 특성 상 목적이 왜곡되었던 현상을 꼬집은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조금 뻔할 수는 있겠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캐릭터를 완벽히 해석하여 체화 한 듯한 배우들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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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위대한’ 소원의 수단이 여성이었다는 점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예고편에서부터 고환이는 외친다.

“섹스하고 싶다.”


 본 영화는 주로 ‘성(sex)’을 이용하여 유머코드를 만들어냈다. 무작정 성적인 유머를 비판하고자 하지는 않는다. 이런 부분에서는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이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무서웠던 이유는 지극히 남성주의적인 시각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었으며 병을 핑계로 성매매를 정당화했기 때문이겠다. 아무도 그 과오를 지적하지 않았고 끝까지 깨닫지 못한 채 영화관에서 상영이 되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성매매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이다. 비록 고환이와 관계를 맺은 직업 여성은 돈을 받지 않았지만, 돈을 주고 성을 사고자 했다는 점에서 어찌 되었던 성매매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이는 ‘루게릭 병에 걸린 고환이를 위해서니까’ 라는 이유로 아무에게도 문제 삼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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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덕이가 여자 지인들에게 하는 말들은 더욱 가관이다.

 
 
“니가 그렇게 잘한다면서?”

“불쌍하잖아. 니가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재능 기부하는 셈 치고”

“누나, 아다야?”

 

 영화에서 여성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말들은 명백한 성희롱이다. 이렇게 옳지 않은 대사들이 시한부 인생 친구의 마지막 소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암묵적인 허락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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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여성 인권이 신장되고 여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관심이 커지면서, 유행하는 영화의 색깔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현상이 보였다. 마초적인 성격의 영화보다 성에 한계점을 두지 않거나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의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영화 <위대한 소원>은 오히려 과거로 역행하여 발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관계자들이 시나리오 수정 때부터 이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할 수 있고, 이러한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남성주의적인 시각을 깨닫고 비판하게 되는 날은 언제쯤 올까. 성매매가 정당화되는 영화를 보고도 코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즐겁고 좋은 영화라고 추천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시각은 언제쯤 예민해질까.

 
[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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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다엑
    •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하셨네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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