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5.3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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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우리의 사고방식을 얕고 가볍게 만든다!"

인터넷, 정보기술, 스마트 기기의 발달은 우리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이제 책 한 권을 다 읽고 밑줄을 그으며 지식을 얻기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단 몇 분 만에 손쉽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것은 마치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일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도 정보를 찾아낸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의 정보들이 차고 넘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더 스마트해졌을까? 정말 똑똑해진 것일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집중력 저하와 건망증, 깊이 생각하기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에 대한 원초적 진단이다. 정보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인터넷 세상에서 링크와 하이퍼텍스로 이어진 정보를 따라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흘러 다니는 우리의 사고를 집중 조명한다. 도구의 발달이 우리의 사고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지식을 서치하고 스킵하고 스캐닝하며 인터넷이 주는 달콤함에 빠진 사이,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예리하게 보여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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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끈기있게 앉아 책을 보는 것을 꽤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독서'라는 것은 모든 일을 다 해놓고 여유가 생길 때 보는 것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따로 틈을 내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또래친구나 부모님에게서 까지 무쓸모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장문의 텍스트들을 몇 시간씩 본다는 것은 시작 전 큰 다짐을 해야할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책의 시작부분에서는 이제 독서하는 것이 일종의 '투쟁'이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매일 스마트폰을 통해 방대한 양의 정보들을 받아들이고 있고, 그것은 말 그대로 '스마트'하게 필요하거나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하여 우리가 일상의 시간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편리함'이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현대인들 생활의 이면에는 사고의 부족이 자리잡고 있다. 글을 읽는 것은 손 안의 작은 가상공간에서 스크롤을 내리는 행위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며, 그 마저도 선별적인, 어찌 보면 편식하는 글 읽기로 치우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반복적 행동이 습관으로 변하여 우리를 별 의식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게 하는 것과 같은 '고착화된 행동'에 가두고 있다.

이것은 도구가 인간을 지배하는지, 인간이 도구를 지배하는지에 대한 관점으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도구는 인간이 편리성을 위해 만들어낸 '수단'이지만, 점차 도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경각심보다는 효율성을 선택하는 수단으로 우리 생활의 도구들은 삶의 방식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일들을 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다만 그러한 '편리성'을 바라는 마음이 인간의 원초적인 사색의 능력을 앗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인간이 마주할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디지털화된 사회에 살고 있을 것이며, 요즘 매체에서 자주 언급되는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능을 가진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다. 기술의 발달이 인류에게 어떤 또 다른 함의를 가져다줄지, 우리의 생활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측 가능해진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확한 미래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래’는 여전히 우리가 두려워야하는 대상이다. 때문에 그 미래에 대비하고 계속해서 발전을 추구해야 하는 의무 아닌 의무를 가진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낸 기술과 차별되는 인간의 특징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자기검열의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뇌는 “더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다루자.”는 인식을 습관적으로 우리에 주입하게될 것이고 우리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 또한 그에 알맞게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기술이 지금보다 우리 삶에 사소한 것에까지 맞닿을수록, 기술은 더욱 인간의 유일한 사고방식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습관과 분리된 우리의 자의적인 인식과 인지는 인스턴트 정보시대, 끊임없는 연결성시대에서 테크놀로지로부터 벗어난 눈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자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전자책, 인터넷 기사 등 디지털화된 지식으로 읽을 수 있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서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점이 망하지 않고, 대형서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보는 것처럼 ‘책’이라는 어쩌면 가장 대중적이고 디지털 기술과 동떨어진 이 수단이 계속 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다수의 누군가는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에 대한 끈을 놓고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옛날 속담처럼, '사고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더 발전된 시대를 맞이하기에 앞서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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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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