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_아라비아로의 매혹적인 여행

글 입력 2017.05.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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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에 있는 신기하게 생긴 석상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고대를 탐험하는 영화나 게임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이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 <아라비아의 길>에서는 이러한 석상 말고도 어떤 신비로운 모습의 유물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되었다.

입장하자마자 각종 홍보물에서 보았던 사람 모양의 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아주 작아서 놀랐다. 뭔가 크기로 압도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오히려 더 그렇게 의외라고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보다도 기원전 4000년경에 만들어졌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처음에 얼핏 보았을 때에는 굉장히 작고 단조롭게 느껴졌지만, 그 옛날에 저렇게 꽤나 정교하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게 만들었다는 점에 오히려 경외감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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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기대했던 아주 거대한 석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은 그냥 ‘남성상’이었는데, 거대한 신전이나 무덤을 지키고 있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얼굴 부분은 소실되었지만, 크기 자체가 굉장히 웅장해서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앞, 뒤, 옆에서 계속해서 바라보게 되는 힘이 있었다. 설명이 바닥 부분에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그걸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했는데, 그 때문에 남성상에 다들 뭔가 고개를 숙이고 참배하고 있는 듯한 오묘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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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들에 글이 새겨져 있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우리가 흔히 우리나라의 유물에서 보던 한자가 아니라는 것이 당연한 사실인데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으레 우리나라의 박물관에서 보아왔던, 보통 떠올리는 유물의 모습과 이질적이어서 한 번 더 쳐다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문자들의 모습도 ‘미이라’ 같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고대의 비밀을 품고 있을 것 같은 글씨체여서 신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글자들이 기원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놀라웠는데, 그들의 문명이 얼마나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었는지 새삼 느꼈다. 그리고 그 문자들이 다 같은 하나의 언어가 아니라, 각기 다른 지역끼리 다양한 문자 체계를 갖고 있던 점에도 경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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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전시 말미에 있던 묘비들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나이, 성별, 계층의 사람들의 묘비를 원형으로 구성하여 그들의 묘비명을 훑어볼 수 있었는데, 각 개인의 삶의 압축되어 있기도 하고, 그 짧은 글 속에서 그 나름의 삶의 진리를 담고 있어서 잠시 멈춰 가슴 먹먹하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그 중 하나는 “죽음은 세상에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주었소.”라고 쓰여 있었는데, 정말 멋있는 묘비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뭐 그렇게 오랫동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기에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정말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우리의 삶이 한 순간 한 순간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전부터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의 그 생각을 다시 일깨워져서 놀랐고, 이런 글귀가 묘비명에 쓰여 있었기에 더 울림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나도 내가 죽을 때에 그 죽음에 오히려 감사하면서 이 때문에 내 삶이 더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꽤나 통찰력 있다고 느껴졌던 죽음에 관한 이런 생각이 이미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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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완전히 새로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 사실 이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는 갖고 있던 지식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기회가 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 시간에 맞춰서 혹은 매주 수요일 저녁에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시간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 정신없이 전시장에 입장하기도 했고, 막상 들어오고 나서는 조용히 감상해보고 싶어서 오디오 설명을 따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그 어느 것에도 구애 받지 않고 속도를 조절해가면서 감상하는 것도 그 나름의 즐거움이 있지만, 좀 더 설명을 듣는다면 하나를 감상하더라도 더 많은 것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혹시 이 전시를 방문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을 하는 시간에 맞춰 가든가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 설명을 듣거나 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도 전시장에 전체적으로 고대 아라비아의 느낌이 나는 배경음악이 잔잔히 들려와서 사우디아라비아에 풍덩 던져진 느낌이 들어 그 자체로 고대 문명 탐험을 온 것 같아 흥미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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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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