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완창 판소리로 듣는 '심청가' [공연예술]

11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이연주 명창의 심청가 완창, 그 감동의 무대
글 입력 2017.05.2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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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어제, 5월 27일자 완창 판소리 공연을 관람하고 왔다. 국립극장 레퍼토리 시즌 2016-2017으로 진행되어 올해에는 총 4번의 판소리 무대를 보여준다. 내가 보고 온 것은 그 중 세 번째 파트인 <이연주의 심청가- 강산제>이다.
 완창 판소리란 사설 대목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판을 말한다. 즉 심청가의 모든 내용을 노래한다는 것인데, 3시간의 러닝타임을 생각하면 아주 길고 힘겨운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이번 판소리의 경우 명창이 아주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판을 잘 이끌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참고로 강산제란, 쉽게 말해 판소리 유파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서편제의 수령 박유전이 만년에 전남 보성군 강산리에서 여생을 보내며 창시한 유파로, 체계가 정연하고 범위가 넓다. 강산제의 특색으로는 서편제가 일반적으로 너무 애절한 것을 지양하고, 될 수 있으면 점잖은 가풍을 조성하였고, 삼강오륜에 어긋나는 대목은 삭제 또는 수정하였다. 강산제의 대표적 판소리는 '심청가'이다.



명창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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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연주 명창은 전라남도 순천 출신의 소리꾼이다. 10살 때 국악학원에 다니다 서울에 올라오면서 강산제 ‘심청가’와 보성소리 ‘춘향가’ 및 ‘흥보가’와 ‘수궁가’를 학습했다고 한다. 이 명창은 튼실한 목청으로 상청과 하청을 넘나들며 잘 다듬어진 소리를 내기로 잘 알려져 있다. ‘지독한 연습 벌레, 철저한 자기 관리, 꾸준한 노력’ 모두 그녀에게 따라붙는 멋진 수식어들이다. 2013년 송만갑 판소리 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명실상부하게 명창의 반열에 오른 바가 있다.

 이번에 이연주 명창은 11년만에 ‘심청가’ 완창 무대를 갖는다. 그녀가 선보일 강산제 ‘심청가’는 서편제의 애잔함과 동편제의 웅장함이 어우러진 소리제로, 힘 있고 숙련된 실력을 가진 소리꾼 이연주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소리이기도 하다. 2006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심청가 완창.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단정한 소리를 선보이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전반주와 후반부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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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의 형태는 완창 판소리인데, 그 중에는 전체 부분을 빼먹지 않고 다 하는 판도 있지만 이번의 판소리는 주요 대목 중심을 짜 나갔다. 이 또한 새로운 묘미가 있었고 심청가의 진면목을 감상하는 포인트를 더욱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전반부에는 어려운 삶의 과정을 거쳐 온 심 봉사의 인생을 그렸고, 인당수에 팔려간 심청이의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슬픈 대목을 진양조장단으로 이끌어 나가 구슬픈 감정이 더욱 증폭되었다. 곽씨부인의 죽음과 젖동냥을 하러 다니는 심봉사의 모습 등 전반부의 대목들은 언제 들어도 애절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다 알고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빼게 한다.

 후반부의 과장에서는 가난하고 고달픈 삶을 사는 아버지를 위해 온 몸을 던진 심청이의 희생정신을 엿볼 수 있는데, 전반부보다는 확실히 후반부에 그러한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와 함께 후반부에서 볼 만한 주요 대목은 뺑덕어멈의 등장과 심봉사가 눈을 뜨는 대목이다. 뺑덕어멈의 교활함과 속아 넘어가는 심봉사의 모습을 골계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심봉사의 개안 장면에서는 어둠의 세계에서 밝음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그리고 심청전에서는 뚜렷한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포인트이다.



감상 리뷰

 판소리 공연을 보고나서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골계미와 비장미가 소설로 읽었을 때 보다 더욱 또렷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또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심청가의 몇몇 대목이 아닌 전체 과장을 멋지게 읊고 노래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공간 속에서 소리와 울림의 교감으로 더욱 풍성한 소리판을 만들었고, 이 현장에 가담하는 관객들과 함께 추임새를 넣어 소리꾼에게 힘을 실어주고 풍요롭고 살아있는 판을 만들어나갔다. 소리판은 공연자들끼리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심청가를 준비하며 ㅡ 명창 이연주의 한 마디

 “예술가는 터널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어둠 속에서 뭔가를 연구하고 계속 그 길에 정진하고 있다가, 오늘 같은 날에는 잠시 햇빛도 봤다가, 그러다 루즈해지기도 하고, 또 다시 어둠 속으로 들어가 골몰해 있다. 참 외로운 작업인 것 같다.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겪고 있을 문제 같은데, 취업이 힘들다는 기사를 본 적이 많다. 터널에 갇혀 있다가 잠시 빛도 보고 혹여나 다시 터널로 들어간다 하더라도, 포기하거나 이 이음을 끊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이루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공연 중에 부족하고 실수도 조금씩 했지만 적어도 오늘, 여기서만큼은 잘 즐겼다고 생각한다. 다음 무대에 설 때는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같이 경청해주고 웃어주어서 감사하다.”




공연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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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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