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라비아의 길 :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글 입력 2017.05.2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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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길 :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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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아라비아의 길: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55주년을 맞아 사우디관광국가유산위원회와 함께 기획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쉽게 접해볼 수 없었던 중동의 문화를 다룬 전시라는 점에서 새롭고 이색적이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페르시아, 지중해 지역 문명권들과 활발히 교류했던 중근동 고대 문명의 교차로였던 아라비아의 역사를 다루기에 더욱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문명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시는 총 다섯 파트로 이루어져 있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아라비아에 인류가 정착하기 시작했던 130만년전 시기에서 출발하여 20세기에 건국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까지의 긴 시기를 망라하는 이 전시는 빠른 전개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역사를 보여주어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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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아라비아의 사람을 표현하고 재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인간 형상의 조각은 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사람들 자신의 모방이기도 하여, 당시 신과 사람, 인체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이상을 반영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술시간에는 이에 대한 사례로 과거의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와 ‘밀로의 비너스’를 비교하며 이상적인 여성의 인체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배웠습니다. 또한, 똑같이 인체의 완전성을 표현하고자 하였지만, 이집트에서는 인체의 왜곡을 통해 인체의 각 부분의 완전성을 중요시 한 반면, 고대 그리스에서는 아름다운 곡선과 운동하는 몸을 통해 완전성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도 인체를 묘사하는 방법이 다양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집트 벽화에 나온 인간상, ‘빌렌도르프의 비너스’가 추구했던 인체를 처음 볼 때도 어색함을 느끼고 놀랐었는데, 이번 ‘아라비아의 길’에서 보았던 인간상들은 이러한 사람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제 시각의 폭을 더욱 더 넓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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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에 처음 들어갈 때 마주하는 세 개의 기원전 4천년기의 ‘사람 모양의 석상’은 정말 기괴하고 새로웠습니다. 직사각형으로 단순화된 인간의 형태, 그리고 인체의 부분보다 강조된 장신구는 제가 알고 있던 사람의 재현방식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신석기 시대의 여성상의 경우에는 얼굴에 대한 묘사는 최소화된 한편 몸은 풍만한 곡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의 모양과 점점 비슷해지고, 몸을 표현하는 데에 더 많은 곡선이 사용되고 얼굴의 표현도 자세해집니다. 이집트의 영향으로 인체는 이집트 상들을 닮아가는 한편 기원전 4-3세기 울라 등의 석상들의 얼굴을 보며 눈이 지나치게 패여 있어 무섭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기원후에는 본격적으로 그리스-로마의 영향으로 조각상들이 아름다운 곡선들로 이루어지지만, 눈이나 사자 석상의 갈기 등의 부분에는 아라비아의 특성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석상들에 나타난 인간 묘사의 변화를 눈여겨두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도 하나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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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부분은 전시 끝에 등장하는 여러 묘비들입니다. 이 묘비들은 메카의 북쪽에 위치했던 말라 지역에서 출토된 것으로, 9-10세기경 이슬람교도들의 삶과 종교에 대한 감정이 잘 나타있다고 합니다. 이슬람의 기도문구로 시작하여 주은 사람의 이름과 직업, 가문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이슬람의 신앙 고백인 샤하다 쿠란 구절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묘비들은 비문에서 종교적이고 개별적인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에서도 특징적이지만, 이들이 쓰여 있는 서체들이 다채롭고 아름다워 묘비의 예술성도 극대화됩니다. 정말 묘비들이 모두 정교하고 아름답고, 비문의 내용을 부분 번역해놓은 구절들을 읽다보면, 묘비 주인의 평범하고 소소했던 삶을 비문에 소중하게 담아낸 마음을 느낄 수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소장품들이 전시되어있어, 관람자마다 서로 다른 감상을 하고, 각자의 생각에 빠질 수 있는 전시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멀고 알려지지 않은 문화이기에 공감이 되거나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새로운 시야를 갖게 해준 전시였습니다.





아라비아의 길
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일시: 5월 9일 ~ 8월 27일

시간: 월, 화, 목, 금요일 : 09:00 ~ 18:00
수, 토요일 : 09:00 ~ 21:00
일요일, 공휴일 : 09:00 ~ 19:00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입장료: 성인 6000원 / 중고생 5000원 / 초등학생 4000원
65세이상 및 유아(만 48개월 이상) 3000원

대여기관 : 사우디아라비아 국립박물관 등
사우디아라비아 내 13개 기관

주최: 국립중앙박물관, 사우디 관광국가유산위원회

협력: 국립박물관문화재단

후원: 사우디아람코




단체관람 문의: 1688-0361

홈페이지 (링크)




<상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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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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