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물다섯의 어른아이 [문화전반]

스물다섯의 절반, 스물다섯의 나 돌아보기.
글 입력 2017.05.27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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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문득 무언가에 꽂혀지는 시선을 따라, 그리고 그 생각의 흐름을 따라 한참을 멍하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생각은 잠시 어떤 생각에 그치지 않고 과거와 경험의 기억과 그를 바탕으로 한 상상의 꼬리에 꼬리를 물어 깊은 심해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스물다섯의 여자'라는 명찰이 달려진 나는 이렇게 매일 같이 과거를 회상과 반성 그리고 후회를 하며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보기도 하고 현재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공상을 통한 미래를 꿈꾸어 본다. 나는 잘 살았는가, 잘 살고 있는가, 잘 살 것인가라는 답 없는 질문을 끝없이 반문하며.
 
반 오십. 스물다섯 살. 인생을 멀리 보면 지금의 나는 직선 위에 작은 점 같은 때 일 테지만, 25살의 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거의 경험해 본 어른 같기도, 그리고 아직도 모든 게 신기하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 많은 아이 같기도 하다. '어른 아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작년까지는 아이와 같은 느낌이 강했다고 생각한다. 진부한 어른들의 이야기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물론 항상 진부한 고민들은 나의 짝처럼 내 옆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작년까지의 나는 그저 재미와 행복을 위한 어떤 것과 모험을 찾아다니는 그저 해맑고 순수하고 에너지스러운 기운이 찬 느낌의 그 자체였을 뿐이 었다. 결혼은 먼 나라 이웃나라 얘기인 것만 같았고 취업은 어른들의 이야기만 같았으며 진지한 삶에 대한 큰 설계는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아직도 여전히 마냥 놀고 싶고 단순하게 행복만을 위해 살고 싶던 철없는 아이에 다를 바가 없었다.

"25살이 되어도 여전히 철이 들고 싶지 않다. 25살에도 여전히 철이 들지 않길."

내가 25살이 될 무렵에 썼던 글을 보았다. 이 글은 많은 의미가 담겼다. 그중 가장 큰 의미는 여전히 아이 같은 청춘이고 싶었던 것이다. 25의 나이가 된다고 해도 여전히 어린 청춘처럼 순수하며 유연한 사고를 지닌 행복을 달려가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리고 내, 외적으로 나이가 든다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나는 싫었다. 또한 어쩌면 어른이 되길, 어른으로 불리기를, 부정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실을 피해 보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때의 다짐은 반은 성공 반은 실패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나를 '어른 아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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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나도 어리지 않고 나이가 들고 있구나라고 느껴졌던 부분은 이런 것이었다. 내가 25살이 되고 두어 달이 지나 원래 갖고 있던 작지만 고질병 같은 병이 진화되어 내가 아픈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을 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간 대학병원과 한의원 등을 바삐 다니며 경과를 보고 약을 먹고 이러기를 반복, 지금은 조금 호전되어 체질 치료를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 유명하다는 한의원을 다닌다. 그것도 매주 집에서 차로 왕복 세 시간을 달려가며 고생 아닌 고생 중이다.

나의 병을 발견한 것은 마냥 젊고 어린 줄 알았던 나의 첫 충격적인 깨달음이었다. 안 그래도 통통한 편인데 살이 무척이나 쉽게 찌게 되었다. 그리고 빠지는 건 참 더뎠다. 또한 주름 걱정 없던 나는 전에는 못 보던 나만 아는 잔주름의 등장과 탄력과 윤기가 없어져 몇 달 새에 확 노화가 온 듯한 나의 모습을 보며 속상함에 노화 방지 화장품을 찾아보게 된 일도 있었다. 말이 심하게 저급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 "25는 안 팔리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다."라는 말이다. 특히 여자한테 자주 빗대어지는 말이다. 페미니스트로써 적폐 청산되어야 할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이 말이 왜 생겨났는지 처음으로 잠시 이해가 되었다.

내면적으로 어른과 성숙의 길에 들어섰다고 느낀 것은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흥이 넘치고 때론 장난스럽고 시끄럽고 왁자지껄한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클럽이나 펍, 공연, 축제 등의 분위기를 매우 선호하고 좋아했다. 지금도 그 흥은 가지고 있지만 나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조용하고 정적인 분위기의 그런 느낌을 많이 갖게 되었다고 할까?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의 어떤 것들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또한 나도, 나의 주변도 모든 게 굉장히 차분해진 느낌이다. 여행 때도 마찬가지, 작년에 여행 갔을 때 그리고 2~3년 전에 여행 갔을 때와 지금의 나의 분위기는 달랐다. 그때의 나는 좀 더 싱그럽고 과감한 그런 느낌이었다고 내 스스로가 기억한다면 지금의 나의 여행 스타일은 선비와도 같은 정적이고 잔잔하고 차분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뭔가 모험적이고 도전적이지 않아 배낭여행 말고는 나에게는 맞지 않고 덜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패키지여행이나 휴양여행도 25살이 되니 하고 싶어졌다.

학교를 가면 후배들이 나를 매우 어렵게 대하는 것을 보며, 그리고 대부분 나보다 어린 학우들을 마주할 때 예전에 보이지 않던 그들의 싱그럽고도 철없는 어린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나를 느끼며, 이런 게 성숙해진 것인가 싶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참 슬퍼졌다. 예전과는 다르게 적당히 맞춰주는 때도 많고 성자의 마음 짙은 인내와 포용 그리고 여유까지 담을 수 있게 되었고 포기해야 할 것은 정말 이제는 쉽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내 스스로가 조금은 철이 들어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느껴지는 그 느낌이 누군가에게는 좋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게는 진한 씁쓸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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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해지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산물이자 인생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과정임을 알고 있다. 25살의 내게 작지만 큰 변화의 시기가 왔지만 나는 이를 견뎌내고 성장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즈음 생각의 늪에서 사는 것 같다.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하며, 그리고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고 앞으로의 나를 준비해 나가며......

어른과 아이 중간쯤에서 어른의 자세에 서서 지금의 나와 훗날의 나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영 고되고 쉽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전처럼 아이 마냥 자유롭고 충동적인 계획 없는 삶을 살기보다는 자유 속에 절제가 있어야 하고 책임감도 필요하며 현실적인 계획에 무게를 두고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25살의 나는 그런 준비가 되었고 조금이나마 그 어른으로써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체감 중이다. 여태껏 짧지만 긴 인생을 살아본 결과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 말처럼 미래는 예측과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고 탱탱볼처럼 어디로 튀는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을 몸소 알고 있다. 이처럼 25살을 지나 정말 나이가 들고 남들이 어른이라 불릴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지 또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 전혀 알기 힘들지만 청춘의 마음만큼은 잃지 않고 살아가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영원히 행복한 어른 아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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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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