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삶의 가장 소중한 기회, 뮤지컬 '라스트 찬스' [공연]

삶의 가장 큰 기회는 바로 삶 그 자체이다
글 입력 2017.05.25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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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은 쉽지 않다. 수많은 장애물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며, 미래는 까마득하다 못해 코빼기도 안 보이고, 과거는 집착 많은 전 애인마냥 바짓가랑이를 잡고 놔주지 않는다. 아등바등 겨우 살아내다가도 절망이 눈 앞을 가리는 날이면 그만 놓고 싶어진다. 그렇게 힘에 겨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날이면 날마다 속출한다.
 
 극중 주인공 가연도 그 중 하나다. 파도처럼 덮쳐오며 숨을 옥죄는 생활고와 외로움에 못이겨, 한 카페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조차 맘대로 되지 않는다. 생판 모르는 노인이 그녀를 대뜸 살려놓고 카페에서 함께 지내자고 하는 것이다. 돈도, 갈 데도 없는 그녀는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노인을 비롯한 카페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기 시작한다.

 '가족'. 서로 물어뜯을듯 싸우다가도, 가장 외로울 때, 가장 힘들 때 거짓말처럼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름이다. 극중 인물들의 사연 하나하나를 듣다 보니, 가연 뿐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가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그 외로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다가 하나둘 이 카페에 모인 것이다. 그들은 가족처럼 함께 지내다 보니 어느 새 진짜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가족애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지내며 가연도 점점 삶의 희망을 되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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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일도 많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은 더 많은 퍽퍽한 일상을 살아가며 삶은 쉽지 않다고 불평만 늘어놓던 나는 이 공연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과 함께하며 정을 주고받을 때, 우리는 비로소 힘든 삶을 이어나갈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컴컴하게 시야를 가로막은 절망을, 가족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걷어낼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삶은 어쨌거나 흘러간다. 나를 뒤흔드는 기쁨도, 영원할 것만 같은 슬픔도, 그 어떤 행복도 불행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 그러니 한순간의 절망에 눈이 멀어 삶 자체를 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견디다 보면 어느 샌가 그 절망을 걷어줄 이가 곁에 올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꿋꿋이 살다 보면 기회는 꼭 온다. 그러니 다시 생각해 보면 삶 자체가 큰 기횟덩어리인 것이다.

 가연은 남은 생 내내, 그녀에게 행복이, 혹은 불행이 찾아올 때마다 그녀를 살렸던 노인을 생각하겠지. 그가 그녀에게 건넨 가장 마지막이자, 가장 큰 기회를. 결국 꿋꿋하게 살아낼 그녀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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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은 정말 오랜만에 본 데다가, 생전 처음 보는 소극장 뮤지컬이어서 더더욱 신선했던 공연. 공연장 규모가 워낙 작아서 그런지 관객과의 소통도 많았고, 눈도 자주 마주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치 나만을 위한 공연 같아 몰입이 더더욱 잘 되었다.
 
+ 배우들이 연기도, 노래도, 춤도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어 입을 떡 벌리고 봤다. 가족을 잃고 우는 장면에선 실제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결국 그 장면에서 나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농아인 딸과 대화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며 수화 안무를 함께 하는 장면이었다. 극의 디테일과 현실성을 살리려는 노력이 엿보여 무척 감탄하며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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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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