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라비아의 길

중동문명을 읽는 대서사시
글 입력 2017.05.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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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8일 국랍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아라비아의 길>전을 다녀왔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인파로 붐비었다. 견학온 학생들부터 어린아이들이 함께하는 가족,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도슨트 설명과 함께 주의깊게 유물들을 감상하고 학습하는 모습을 보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긴 역사와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와 역사는 다른 서양사 보다 베일에 싸여있었고, 더욱이 이슬람 이전의 사우디 문화에 대해선 무지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평소 유물전이나 박물관 관람을 지루하게 생각해 작품전이나 미술전시 관람을 더 선호했던 나 역시 이번전시관람을 주저 없이 택했다.

 이번 전시는 이슬란 이전과 이슬람 시대로 나뉘어 총 다섯가지 챕터로 전시가 이뤄졌다. 이번 전시가 더욱 흥미뤄웠던 점은 단순히 역사 순, 시간 순으로 나눠진 것이 아니라 아라비아의 길을 순례자가 되어 나아가는 것처럼 시간과 공간의 이동이 존재하는 하나의 로드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처음 이 길로 들어오면 맞게 되는 곳은 초목으로 이뤄졌던 아라비아 반도의 선사시대이다. 이 곳에서 발견된 말과 다양한 동물의 뼈, 조각품들을 통해 고대에는 이 곳이 초원이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딜문 문명은 고대 교역의 시작으로 기원전 4천년기 말 부터 3천년기 초까지 이뤄졌던 고대 문명으로 타루트 섬은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 인더스 문명의 중심에 위치한 교역 중심지가 되었다. 또한 고대 도시 '게라'가 기원전 이미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려주는 다양한 유물들 역시 전시되어 있었다. 타즈는 고대 도시였던 '게라'의 위치로 추정되는 마을인데, 이곳에서 발견된 어린 소녀의 무덤엔 황금 가면과 온갖 보석으로 장식된 목걸이와 귀걸이, 단추들이 함께 부장되어 있었다. 또한 소녀가 누워있던 침대의 다리는 마치 그리스 신전의 기둥과 같은 모습으로 아라비아 동쪽까지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퍼졌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곳에서 발굴된 소녀의 장신구들은 기원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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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곳을 지나면 전설적인 향료 교역로가 된 타미아, 울라, 까르얏 알파우라는 고대 도시들이 등장한다.  이 길 위에서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국제 도시들이 탄생하였다. 타미아는 바빌로니아의 마지막 왕인 나보니두스가 10년동안 지배하면서 새로운 예술 양식이 전파되었고 울라는 거대한 사원과 조각이 가득한 웅장한 도시였다. 까르얏 알파우는 가장 부유했던 도시 중 하나로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다. 전시장 중앙에는 고대 신전을 상상하게끔하는 거대 조각상들이 디피되어 있었는데, 그 장엄함과 웅장함, 섬세함이 당시 알울라라는 도시의 위엄을 느끼게 해주었고 마치 내가 그 유적지에 와있는 듯한 기분을 들게해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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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2년 이슬람교의 창시자였던 무함마드가 박해를 떠나 메카를 떠나 메디나로 향한 이후 이슬람교는 아라비아를 넘어 급속히 퍼졌다. 이제까지 향로를 운반하던 교역로는 성지를 향해 모여든 이들의 순례길이 되었다.  순례길로 접어들면 가정 중앙에 전시된 이정표를 볼 수 있다. 이 이정표에 의해 마치 관람자가 순례길로 여정을 떠나고 있는 기분을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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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연자의 모스크 샤미 문을 덮는 천> 이슬람의 화려한 자수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번 전시의 가장 매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카바 신전의 문>은 실제 메카의 신전의 문를 전시한 것으로 술탄 무라드와 그의 어머니가 기증한 신전의 문과 향로, 쿠란을 통해 오스반의 술탄과 그의 가족들이 메카와 메디나의 수호자로서 이슬람에 헌신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길 경로인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사우디 왕국의 형성과 실제 왕이 입은 의복과 칼, 총 등과 함꼐 당시 유향한 장신구, 커피 끓이는 그릇들이 전시되었다. 화려한 세공이 돋보이는 칼은 사우디 왕국의 화려함과 위엄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부각되고 강조되었던 이슬람 문화 위주의 전이 아니라 정말 아라비아 반도의 선사시대부터 사우디 왕국까지 장대한 역사를 길이라는 형식 속에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역사적 이해와 배경 지식을 요하는 전시인 만큼 도슨트 시간에 맞춰 도슨트 설명과 함께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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