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라비아 문화의 그들의 신을 만날수 있었던 전시회 "아라비아의 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글 입력 2017.05.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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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의 길


아라비아의길_ 포스터(200-300).jpg


 5월 9일부터 8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도 5월의 어느 주말에 다녀왔는데요, 사우디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중동지방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어서, 평소 익숙하게 접할수 없었던 그들의 문화를 만날수 있는 전시회었습니다.

 이슬람문화권에 속하는 중동지방의 문화는 서양의 문화에 비해 타자의 문화, 이해하기 힘든 이국적인 세계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메카를 중심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순례의 길을 떠나는 사람들, 온몸을 칭칭 감싸고 다니는 여성들의 의복, 유전으로 엄청난 부를 누리는 왕과 왕자들의 이야기, 최근에는 IS와 난민문제까지 겹쳐서 안타까우면서도 두려운 생각이 드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몇몇 뉴스를 통해 그들의 문화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하기는 어려웠어요. 특히 여성문제라던가 종교 등의 문제에 대해 듣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인과 관계와 결말로 이어져 있어 더 이해하기 힘들기도 한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중심으로 문명의 발생지이기도 한 그 곳은 어떤 역사를 가지고 2000년 현대까지 이어져 온 것인지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전시회장을 찾았습니다.

 초록의 아라비아로 불리우던 고대부터 현대적 국가를 건설하게 된 20세기까지의 모습을 시간 순서대로 만나볼수 있었습니다. 전시장 내부에는 신비하게 느껴지는 아랍풍의 음악이 흘러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발을 내디딘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느릿느릿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의 이미지는 우리의 마음속에 가장 익숙한 그들의 이미지이기도 하고, 가장 우리와 다른 그들의 삶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약 1만년전의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부터 만나볼수 있었는데요, 교과서에서 익숙히 보아왔던 뗀석기, 간석기들이 의외로 보석같이 반짝이는 윤기를 내며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고대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이었을지, 돌덩이 하나를 앞에두고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글로 남아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적 삶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나누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신기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기원전 2000년경, 딜문이라고 불리우는 고대문명의 흔적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타지역과의 교역이 활발했고 이를통해 그리스문명의 흔적을 찾아볼수 있는 기원전 400년전의 게라문명도 만나볼수 있었습니다. 기원전 3천년에서 2천년에 이르던 시기에도 이렇게 발달한 고대문명의 흔적을 찾아볼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것 같았습니다. 그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대화하고, 감정을 나누고, 사소한 이익을 겨루고, 노동에 참여하는 등 모든 삶의 문제를 경험했을까요? 인간의 언어라기보다 신의 언어와 더 가까운듯한 이상한 비문들은 신비로움을 더했습니다.


멜루하, 마간, 딜문 사람들이여,
와서 나 엔키를 보라.

딜문의 배에 나무를 실어라.
마간의 배에 짐을 하늘 높이 실어라.
멜루하의 마길룸 배에 금과 은을 실어 날라라.

-기원전 3천년기 엔키신 관련 비석중 엔키와 세상의 질서


 작은 마을 타즈에서 발견된 1세기 무렵의 어린 소녀의 무덤의 유물들도 만날수 있었는데요, 6세정도의 작은 어린아이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을 가면을 앞에 두고보니 참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쁘고 소중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떨리는 마음이 수천년의 시간을 너머 유물을 통해 전달되었습니다. 향로교역로를 중심으로 발달한 고대 도시들 타이마, 마다인샬레, 꺄르얏 알파우의 유물들을 마주하는 기분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기원전 1세기나 기원후 3세기까지의 유물들은 상당히 발달된 것들이어서 친근감이 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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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1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이슬람교 회복을 위해 메디나를 떠나 메카로 가면서 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이길을 따라가며 순례길이 만들어 졌다고 해요. 예전에 향로교역을 위해 사용 됐던 길은 순례길로 바뀌었습니다. 메카 사원의 거대한 문도 전시가 되어 있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의 성역인 사원의 문앞에서 서자뭔지 모를 숭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신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을 것만 같은.

 또 전시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말라지역의 묘비들이었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긴 비문들이었는데 9~10세기경 이슬람교도들의 삶과 종교에 대한 감정을 엿볼수 있어요.


"자비롭고 자애로운 신의 이름으로"

"신은 영원하다"

"자격없는 자,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신을 믿는 그가 알라에게 돌아가다"

"또한 그대도 영원할 수 없으며
그들이 영원할 수 있겠는가?"

"죽음은 세상에서 아름다움과 완벽함을 주었소"

"예언자 무함마드와 함께 갈리아를 천국으로 인도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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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아라비아 왕국은, 1902년 압둘아지즈왕이 오스만제국으로 부터 리야드를 탈환하고, 1932년에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을 건국하며 형성되었다고 하네요. 정말 불과 100년도 되지 않은. 한국도 그렇지만.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사우디 아라비아의 뿌리와 그들의 얼굴, 그리고 그들의 신을 직접 마주칠수 있었던 전시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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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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