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야수의 그림은 색채로 포효한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전

글 입력 2017.05.24 10: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야수의 그림은 
색채로 포효한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전


poster.jpg
 

야수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금방이라도 덮칠 듯 위협적인 움직임을 하는 재규어가 떠오르는데요. 야수는 동물, 짐승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야수의 뜻은 ‘사람에게 길들지 않은 야생의 사나운 짐승’인데요. 정의에 ‘사납다’는 말이 들어있는 만큼 ‘야수’라고 하면 굉장히 거친 느낌이 납니다, 최근 인기를 끌었던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남자주인공을 ‘짐승’이 아닌 ‘야수’라 표현한 것 또한 그 광포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이런 ‘야수’와 같은 느낌을 그림에서 받아볼 수 있다니, 상상이 가시나요? 사실 저는 처음 ‘야수파’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떤 그림들이 나올지 상상이 잘 안 갔습니다. ‘인상주의’라고 하면 ‘인상’, 초현실주의라고 하면 ‘초현실’을 그렸을 것이라는 대강의 추측을 할 수 있었는데. ‘야수주의’는 ‘야수’를 그린 것이 아닌 이상 제가 추측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막상 그림을 보니,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였습니다. 일단 시각을 지배하는 강렬한 색채가 마치 저를 위협하는 야수처럼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으니까요. 형태마저도 등한시 할 정도로 ‘색’을 열정적으로 추구했던 야수파는 색을 단순한 자연을 재현하는 데 쓰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그 제약에서 벗어나고자 했죠. 때문에 그들의 그림엔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과 같은 원색이 주를 이룹니다. 그들에게 ‘원래’ 그 대상이 어떤 색을 띠는가와 그것을 어떤 색으로 묘사하는 가는 다른 문제죠. ‘색’이 가장 중요하기에 대상의 본디 형태나 명암은 그들의 관심대상이 아닙니다. 형태, 명암, 양감은 모두 파기됐죠.


52 - Retour de peche. Bretagne, 1947, oil on canvas, 60 x 73 cm.jpg
 
30 - Rue de village en hiver, 1928-30, oil on canvas, 60 x 73 cm.jpg

 
거칠게 포효하는 야수처럼 야수파는 ‘색’으로서 포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 성격부터 화법까지도 모두 ‘포효’하는 듯한 야수파 작가가 있습니다. 바로 모리스 드 블라맹크입니다. 원체 자유롭고 반항아 기질이 강해 ‘야수’같았던 그는 반고흐의 전시에서 크게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림을 시작하고도 그 기질은 죽지 않아, 당시 화가들에겐 ‘당연한’ 일이었던 드로잉 연습을 거부했다고도 하죠. 야수파 특유의 생생한 색감에 더해, 블라맹크의 성격을 반영한 듯한 속도감 있는 필치는 그를 마티스와 견줄만한 야수파의 주역으로 올려놓습니다. 사실 ‘야수파’라는 말은 인상주의와 마찬가지로, 비평가가 비꼬듯 한 말이 정착된 것이지만. 블라맹크의 그림은 진정으로 ‘야수’같았던 거죠.

야수의 형형한 눈빛은 직접 마주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서 본 야수의 눈빛은, 본래 그 눈빛이 주는 압도감의 반도 주지 못하죠. 마찬가지로 블라맹크의 그림 또한 실제로 마주해야 그 진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캔버스에 직접 물감을 짜며 그려낸 그의 그림은, 스크린에 비춰지는 색과 형태로는 말할 수 없는 풍부한 ‘질감’을 갖고 있죠. 이는 평면적인 상태에선 도저히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감각입니다. 꼭 직접, 눈 앞에서 확인해야만 그 진가를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야수를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고 싶은 이는 없을 것입니다. 야수의 앞에 선 순간 목숨을 빼앗길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강렬한 ‘압도감’자체는 경험해봄직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야수파의 그림은 ‘목숨을 위협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 압도감만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을 뿐이죠. 우리에 갇힌 야수처럼 전시장에 얌전히 걸려서도 엄청난 기를 뿜어대는, 모리스 드 블라맹크의 그림을 보며 간접적으로나마 ‘야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20170414104138358.jpg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http://www.artinsight.co.kr)와 함께합니다!


[권희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