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가들을 만나고 오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7.05.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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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삶과 작품은 분리할 수 없다!”

 미국 <뉴욕커> 잡지의 미술평론가인 캘빈 톰킨스, 그는 총 10 명의 현대미술가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작품과 삶을 기록했다. ‘아주 사적인 현대미술’ 은 10 명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의 작품은 어떠한지 속속히 분석해주며 그들의 삶과 작품은 뗄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 책에는 내가 들어보지도 못한 특이하고 개성 있는 10명의 예술가들이 담겨져 있었는데 그중 내 마음대로 골라본 인상 깊은 작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신디 셔먼


 신디 셔먼은 여성 사진 아티스트로 보통 예술가들이라고 하면 괴짜 이미지를 생각하기 쉽지만 그녀는 오히려 온화하고 침착한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녀의 성격과 삶을 보면 유별나지는 않지만 그녀의 작품들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신디 셔먼의 작품들은 사진 작품들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옷 갈아입고 화장하며 역할 놀이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직접 자신이 모델이 되어 옷을 입고 화장도 하고 포즈를 취하며 작품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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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셔먼


 그녀가 ‘재앙’이라는 작업을 제작할 때였다. 한 인터뷰에서 그녀는 “내가 반대하는 것은 현재 자신의 모습 대신 되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모습 때문에 얼마나 사람들이 망가지는가 하는 점이에요. 패션지에 나오는 모델은 내 보기에 대부분 혐오스러워요. 몇 번인가 모델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는데, 삼지안이 달린 사람마냥 기괴했어요. 작은 머리통, 길고 가느다란 몸, 완벽하게 대칭을 이루는 모습이 기이해보였죠.”(pg. 66-67) 라고 말한다.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 할리우드 배우처럼 보이지만 젊어 보이기 위해 망가진 여성들, 기괴한 모형을 사용해 만든 여성의 이미지 등 그녀는 불편한 이미지를 만들며 사람들을 도발하고 있었다. 페미니스트들조차 그녀가 페미니즘의 대의를 저해한다고 비난하였으나 그녀는 오히려 남자들이 연약한 여성들의 이미지를 보고 자신의 딸이 취약한 상태에 있는 기분을 들게 하여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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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영화 스틸 #153, 살인을 당한 여성 피해자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그녀의 독특한 사진 촬영방식과 작품은 점점 인기를 얻고 있었으나 정작 그녀는 미디어와 미술계에서 멀어지고자 했다. 자신보다 뛰어난 동료들이 아직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신을 외부에 잘 드러내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녀가 자신을 평범하게 보이려 노력한다 해도 그녀의 감수성은 평범하지 않았다. 작품 속에는 분노, 폭력, 기괴한 이미지들이 그녀의 조용한 내면과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원래 다정한 사람들이 한 번 화나면 무섭게 변하는 것처럼 그녀도 그녀의 내면을 작품으로 다 보여주며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창조하고자 했다.





제임스 터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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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터렐과 로덴 분화구


 제임스 터렐은 미국 애리조나 북부 오색사막 서쪽 변두리에 있는 사화산, 로덴 분화구 작품에 평생을 받쳐 작업하고 있다. 그는 빛 자체가 작품이라 생각하며 빛을 담아두고 빛에 대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제임스 터렐은 한국에서도 알려진 아티스트로 현재 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에 빛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자연 속 예술공간을 만들고자 한 그의 집념은 로덴 분화구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다. 1977년부터 약 30년 간 그는 11개의 방과 그 방들을 잇는 터널들을 만들었고 분화구에서는 해, 천체의 궤도, 달의 움직에 따른 빛의 변화를 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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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 위치한 '뮤지엄 산', 스카이스페이스


 자연을 이용하여 빛 작품을 만들고자 하니 재정적 지원도 어마하게 필요했다. 새로운 작품들을 후원하는 디아 재단으로 인해 1단계는 어찌어찌 마무리가 되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보통 예술가들이라 하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제임스 터렐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터렐은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목장주가 되기도 하고, 항공기술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자동차, 비행기를 조립하여 돈을 벌기도 하고, 작품을 전시회에 전시하기도 했다. 그는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가 작업하고 있는 ‘로덴스 분화구’도 비행기를 타며 자연을 몰색하다 발견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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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덴 분화구, Easter Porter


 그는 왜 이렇게 자연의 빛만 집중하는 것일까? 이는 바로 퀘이커 교도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에 신성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기르는 법을 배우면 모두가 구원 받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한국에서는 종교친우회라고 불린다)였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영향 덕분이었다. “안에 들어가서 빛을 영접한다” 라는 말은 터렐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종교의 이유뿐만 아니라 그는 어렸을 때부터 별자리와 빛의 존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생긴 그의 관심사는 자연과 빛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의 재정적인 상황과 개인사는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고 언제가 완성이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 그의 태도와 생각은 세상을 움직일 것이라 본다. 언젠가 로덴 분화구는 완성될 것이고 함께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마우리치오 카텔란, 그는 10 명의 아티스트들 중 미술 전공으로 대학교를 다녀본 적 없는 유일한 예술가였다. 카텔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한 곳에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더 규칙을 깨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그는 그의 작품들을 만들어 나갔다. 그의 작품들은 그림들도 있지만 밀랍인형을 이용하여 만든 작품들도 많다. 그가 직접 밀랍인형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기획, 어떠한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는 그가 결정한다. 그의 작품은 모호하지만 재치 있으며 항상 작품 이상의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예시로 그는 한 밀라노 광장에 나무 가지에 줄로 목을 매단 밀랍 소년 세 명을 전시했던 일이 있다. 당시 시민들의 반발로 인하여 오래 걸려있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사회의 논란거리를 밖으로 끄집어내긴 했다. 밀라노의 아이들이 실제로 겪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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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치오 카텔란


 그는 정말 재미있고 창의적인 아티스트이다. 1992년 밀라노에서 열리는 단체전 작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자 그는 경찰서로 가 도독 맞은 작품에 대한 신고서를 쓴 후 그 신고서를 다시 갖고 와 액자에 넣어 전시했다. 또한 어느 한 날은 전시회 오프닝 전 날 자신에게 할당된 한 층을 작품으로 채워 넣지 못한 채 창문에 하얀 천을 묶어 걸어놓아 마치 도망간 것처럼 전시했다. 그는 미술행위라고 하며 절도까지 한 적이 있는데 암스테르담의 한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던 전시물을 통째로 옮겨 다시 설치를 했다. 도용이 아니라 그저 자리만 바꾼 것이라고 주장하는 카텔란은 누구도 제지하지 못할 장난꾼 같다.

 그는 작품들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 항상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구한다. ‘가족사업’이라고 칭하며 ‘나’보다는 ‘우리’라는 말을 더 자주 쓴다. 아마 그가 이탈리아 사람이라 가족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이러한 그의 성격은 작품이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그’라는 작품이었는데 이는 히틀러의 모습을 한 밀랍인형이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었다. 과연 하느님도 그를 용서해주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지금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판을 깨는 장난 많은 아티스트이며 한 번 그의 유쾌한, 하지만 현재의 논란거리를 반영하는 그의 전시회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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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him'







 작가의 삶이 정말 작품에 영향을 많이 끼쳤을까? 삶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가들이 있는가 하며 그렇지 않은, 오직 자신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작품을 만든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나 영향이 끼쳤는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떠한 태도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며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한 메시지이다. 나는 이들의 삶이 일반인인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현실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 자신의 이상, 목표, 신념을 따라 열심히, 우리보다 더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한테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현대미술은 어렵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가치가 왜 그렇게 높을 수밖에 없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계기는 되었다.

 소개한 3 명의 작가 이외에 나머지 7명의 작가들도 모두 독특하고 훌륭한 아티스트들이다. 책에 나오지 않은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있다. 그들이 유명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길을 고독하게 걸어가는 이 사람들이 언젠가 자신의 작품으로 빛을 발하길 바라며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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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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