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시] 내려놓음의 미학

손희락 시인의 를 보며 내려놓음을 배웁니다.
글 입력 2017.05.2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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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뒤면, 대학 시절도 끝이다. 4년하고도 반년을 더해 나의 마지막 학기가 지나가고 있다.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다 보니 나의 지난 날들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찾아냈던 것은, 분에 넘치게 쏟아 붓던 나의 ‘욕심’들이었다.

  내 손에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흘려 보내는 법을 알지 못해 두 손 가득 채워 달려온 그 길 끝엔 결국 반도 못 되는 것만 남아 있었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손에 담았던 것뿐만이 아니었다. 더 담을 것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던 나의 눈과 쏟아질까 두려워 꼭 붙여 놓았던 나의 손과 뒤쳐질까 불안해 쉽게 잠들지 못했던 나의 마음들이 있었다. 꽉 쥔 그것들을 잃지 않으려 외면했던 나의 즐거운 나날들이 있었다.

 과거를 돌아볼 때, 후회되는 것 하나 없는 삶이 어디있겠냐만은, 괜시리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늘어난다. 후회되는 것들을 기억 저편으로 남기고, 조금은 비우는 '오늘'을 살아가라고 토닥이는 시를 가져왔다.

 

그대는 욕심 많은 사람
무쇠로 만든 물지게
빛깔 다른
몇 개의 항아리 가졌습니다
 
욕심 많은 까닭에 제정신이 아니어서  
온종일 물을 길어
근심의 항아리 채웁니다
탐욕의 항아리 채웁니다
 
그 물 밤새도록 퍼마시고
복통, 설사 하느라
충혈된 눈빛으로   
아침을 맞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무거운 지게를 지고
비틀비틀, 항아리마다 가득 가득 채웁니다
그 물 퍼마시고 다시 설사합니다
 
목마를 때
옹달샘, 바가지 띄우면 되는 것을   
항아리 채우느라


-손희락, 항아리 채우다-



 시인은 우리에게 '목마를 때 옹달샘에 바가지 하나 띄우라'고 말한다. 그걸로도 충분하다고. 충분의 기준은 각자 다르기에, 지금의 우리는 바가지 정도로는 충분하다고 느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 우리를 엇누르는 항아리들의 무게를 줄여나가다보면, 언젠간 우리도 바가지 하나 들고 다니며 목이 마를 때 목을 축이는 그런 사람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의 어깨는 얼마나 무거운가? 무거울 땐 조금 내려 놓아도 된다. 때론, 그게 더 큰 행복을 가져오기도 할 테니까.


[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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