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의 향연, 디자인아트페어 2017

글 입력 2017.05.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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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의 향연
디자인 아트 페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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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전시를 좋아하는지라, 지금까지 수많은 전시를 다녀왔지만 ‘박람회’형태의 전시는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뭐랄까 박람회면 박람회고, 전시면 전시였지 그 중간개념에 가본 적이 없다고 해야하나. 그런 의미에서 내게 디자인 아트 페어 2017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디자인’의 D자도 모르고, 박람회를 다녀와 본 경험도 없는 내게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공간은 새로운 세계에 가까웠다.

가서 내 세계를 조금 더 넓힐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반, 적응 못하고 시간만 낭비한 기분이 들수도 있겠다는 불안감 반. 전시장 입구에 선 내 심정은 딱 그 정도였다. 디자인 관련 전문가들만 가득해 그 안에서 나 혼자만 도태되면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들었다. 그리고 대망의 첫 발자국을 전시장에 들여놓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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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평범한 전시장 분위기에 마음을 놓았다. 전문가들이 모여있지도 않았고, 또 각자가 물건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지도 않았다. 심플하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가구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간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너무 포근해보이는 쇼파를 쿡쿡 찔러도 보고, 나중에 우리 집에도 이런게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하면서 전시장을 둘러봤다.

이번 전시의 테마가 ‘소재의 소리’이니만큼 다양한 소재로 이뤄진 가구들이 많았다.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가구, 철로 만들어진 가구, 심지어는 시멘트로 만들어진 가구까지.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소재들로 만들어진 가구들은 정말이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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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감상을 설명해보자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가구는 ‘딱딱하고’ ‘차갑고’ ‘거친 촉감’을 가질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이었다. 바닥재나 테이블 재로 사용할 때와 다른 방식을 사용해서인지 같은 대리석인데도 평소 내가 알고있던 그 느낌과는 달랐다. ‘눈으로만 보세요’라 적혀있어서 뭘 해보진 못했지만. 대리석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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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로 만들어진 가구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실 철제가구! 라고 하면 메카닉한 느낌에, 굉장히 거칠 거라고 생각했다. 별로 앉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마주한 철제가구는 세련되기 그지없었다. 가구 옆에서 재생되고 있던, 이 가구들을 만든 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아니었으면 이것들이 철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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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관람 포인트는 프리뷰를 쓸 때부터 탐냈던 프리즘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과연 엄청나게 아름다웠다. 핸드폰 후레쉬를 잠깐 켜서 프리즘에 비춰도 봤는데,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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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가구였다. 콘크리트는 건물을 만들거나, 도로를 만들 때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편견을 깰 수 있었다. 콘크리트로 만든 욕조와 조리대는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고 세련됐다. 오히려 굉장히 가격이 나가는 돌을 다듬은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말 그대로 콘크리트니, 내구성 걱정 또한 할 필요가 없었다. 결혼을 먼 훗날로 바라보는 나조차도 신혼집엔 이런 가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가구들이 그래도 ‘박람호’보단 ‘전시’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이 이후를 넘어가서는 완전 박람회와 같은 분위기였다. 가구같이 가격이 나가는 것들은 선뜻 바로 구매를 결정하기 쉽지 않지만, 그 이후 소소한 것들은 상대적으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일까. ‘판매’의 느낌이 나기 시작헀다. 아무래도 ‘전시’라는 느낌은 덜 들어서, 앞서 가구들을 구경할 때처럼 여기저기 만져 보거나 오래 감상하진 못했지만. 수많은 작가들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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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앞선 전시보다 더 역동적이고, 다양해서 이후의 박람회가 더 마음에 들었다. 인상 깊었던 것은 너무 많았지만...그 중에서도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을 두 개 꼽자면 박람회 중간부에 있던 어느 애니메이션과, 박람회 마지막 부분의 동화 형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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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애니메이션을 말하자면, 색을 많이 쓰지 않고, 사람의 이목구비조차 제대로 드러내지 않는. 간략한 그림으로 이뤄진 애니메이션이었는데, 그 안엔 최근 우리나라에 일어났던 수많은 이슈들이 담겨있었다. 세월호 사건부터, 강남역 10번출구 사건,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사건은 물론 최순실과 정유라, 우병우 황제수사, 촛불시위, 그리고 촛불탄핵까지. 그 영상을 보고 있노라니 정말 대한민국이 격동의 시대를 겪었고 나 또한 그 역사를 함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아트 페어에서 느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그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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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형상화는, 사실 입구에서부터 살짝 그림자가 보여서 기대했던 것이었는데. 수많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빌과, 목을 움직이는 거북이,  빔을 쏴 바다 속처럼 보이게 만든 하얀 성의 콜라보였다. 일단 아름다웠을 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 내가 이런 모형으로 동화를 접했다면 지금보다 더 동화를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옆에 있던 어린 친구보다 내가 더 많이 감탄하고 좋아해 민망하기도 했지만. 나비 모빌은 그 자체부터, 그림자까지 너무 환상적이라 한참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나름대로 고정관념을 타파하려고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디자인 아트 페어를 보면서 나 또한 ‘디자인’이나 ‘소재’에 있어선 수많은 고정관념에 갇혀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소재로 가구를 만들고,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으로, 상상도 하지 못할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대단해 보였다. 역시 세상은 넓고, 아직도 내가 깨야만 하는 고정과념의 벽은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이 이러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부디 더 발전할 수 있길.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길 바라며 전시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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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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