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호모로보타쿠스

글 입력 2017.05.1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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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로보타쿠스_포스터.jpg
 

  연극 속 세계는 미래이다. 로보타쿠스를 개발한 인간들은 노동에서 자유로워진다. 인간의 대체품을 발견한 인간들은 주저하지 않고 다른 인간들을 생산해낸다. 종국에는 거의 찍어내는 수준이다. 로보타쿠스들은 그렇게 출현하고, 성장하고, 노동하며, 총을 잡는다. 인간들과 똑같은 기능을 하지만 인간이 될 수는 없는 로보타쿠스들,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 제작된 로보타쿠스들은 점점 자신들의 처지를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지배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얻어야만 한다는, 싸워야만 한다는 인간들의 논리에 천천히 따른다.


  이 작품은 카렐 차펙의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되었고, 호모로보타쿠스를 만든 '인간들'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품을 다 보고 난 후에 느껴지는 것들이 정말 인간에 대한 고찰인가에 대한 물음이 남았다. 이 이야기는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만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더 컸다. 이는 캐릭터들이 가진 오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오류는 헬레나다.

  이 서사에서 등장하는 헬레나는 아주 착한 인간이다. 모두에게 친절하고, 웃음이 많으며, 로보타쿠스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 헬레나라는 사람이 현실에 존재했다면 나는 그녀와 가까워지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헬레나가 연극의 주요 캐릭터라면? 나는 여기에 의문을 던지고 싶다.
  극의 주요 캐릭터는 결국 관객들이 이입해 극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한다. 관객들이 캐릭터에 이입하기 위해서는 그에게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 말은 그 캐릭터에 타당성이 반드시 존재해야한다는 말과 동격이다. 타인에게 너무 나약해 민폐를 끼치거나,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충동적이면 안 된다. 착하고 순진무구하기만 해서는 이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헬레나는 메인 캐릭터로 삼기에 너무 어려운 점이 많게 느껴진다. 헬레나는 너무 착한 나머지 로보타쿠스를 과하게 보살피고, 인류의 재산이라고 불리는 종이-후에 인물들의 목숨을 살려 줄 수도 있었을-를 태워 버린다. 
  이 순간부터 헬레나는 호모로보타쿠스를 개발하는 인간들에게, 아니, 적어도 관객들에게는 명백한 눈엣가시가 된다. 로보타쿠스들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는 인물이라고 할지라도 사리 분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요건은 갖춰 주어야 그 인물의 행동에 설득력을 느낄 것이 아닌가.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들이 불쌍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만으로 극을 극한까지 몰아넣는 인물을 만드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일이다.

  같은 맥락으로, 캐릭터의 일관성이나 타당성의 문제는 헬레나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죽기 직전의 위기일발 상황에서 그건 전부 내 잘못이라며 시인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는지 나는 의문스럽다. 로보타쿠스들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 서로의 잘못이라고 한참 싸우며 텐션을 팽팽하게 올려놓더니, 갑자기 '당신 말이 맞았네요' 라고 말하며 자신이 희생하는 캐릭터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성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논리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캐릭터들은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관객의 이입을 막는다. 더군다나 인간성을 다루고 싶었다는 작품 내에서 이런 캐릭터들의 모순이 너무 많이 산재해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오류다.


  이 작품은 카렐 차펙의 원작을 기반으로 각색되어, 호모로보타쿠스를 만든 '인간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양한 층위의 이기심, 다양한 층위의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이것보다는 더 치열한 논리가 존재해야한다. 관객들이 인물들의 논리 자체에서 오류를 발견한다면 그 이상으로 극은 나아가지 못한다.


호모 로보타쿠스_공연상세페이지.jpg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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