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파리대왕, '환경' 속에서의 인간의 본성 [문학]

글 입력 2017.05.1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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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인가에 관한 여러 가지 고민들


인간의 본성에 관한 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에 대한 연구는 기존부터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사회 계약설을 설명할 때 홉스는 인간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로 자기 보존의 욕구를 들었으며, 모든 인간은 생존과 이익 추구를 위해 이기적 행동에 돌입한다는 성악설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경험주의적 입장은 로크에 의해 체계화되었고, 그는 원래 백지 상태인 인간의 마음이 감각적 경험을 통해 생긴 관념들로 채워진다는 백지설을 주장하였다. 루소는 이와는 다른 새로운 견해를 보여주었는데, 루소는 인간은 태어날 때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인간이 악하게 되는 것은 사회적인 폐단을 접하게 됨으로써 그 본성을 상실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인간의 존재에 대해서 가진 많은 호기심과 이를 설명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노력들은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윌리엄 골딩과 「파리대왕」의 집필


윌리엄 골딩이 「파리대왕」을 집필할 때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이후였다. 전쟁을 경험하기 전 작가는 인간의 본성은 선하며, 이러한 인간은 계속해서 그 본성을 발전시켜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은 그런 인간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웠으며 그들에게 숨겨진 악한 본성을 드러나게 하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작가는 「파리대왕」을 통해 인간 사회의 문제점과 그로 인한 파멸은 사회적인 외적 원인이라기보다는 내적인 본성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주장을 밝히고자 했다. 또한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파리들을 끌어들인다는, 곧 악으로 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은 소년들을 실은 비행기가 인적 없는 열대 섬에 추락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처음에 아이들은 나름대로 회의를 하면서 자신들이 이 섬에서 살아나갈 방법과 어떻게 구조되어야 할지에 대해 이성적으로 토론하고, 규칙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이들 사이에도 분열이 생기게 되고, 이성적인 본래의 규칙들은 무시되기 시작한다. 작품에서 이성은 곧 ‘소라’로 묘사되는데, 이는 소년들이 처음 무인도에 추락했을 때 발견한 것으로 지도자인 랄프가 아이들을 결집시키는 질서와 권위를 담당하는 것이었다. 무인도에의 체류 기간이 늘어갈수록 랄프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게 된 잭은 소라가 더 이상 쓸모없다고 선언하며 아이들을 불러 모아 야만적인 축제를 자행하고, 문명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 모습을 보인다. 내재되어 있는 악한 본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아이들은 급기야 무서워했던 사냥도 잔인하게 저지르게 되었으며, 결국 같이 있는 아이들마저도 죽일 정도로 이성을 상실한다. 같이 지내던 아이를 죽이고도 축제에 가담하여 유희를 즐기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 심지어 지도자였던 랄프까지 이에 가담한 모습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악한 본성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에 잭 일당은 계속해서 의견 대립이 나타나는 랄프, 그들의 지도자였던 아이를 죽이고자 섬 전체에 불을 지르게 되고, 랄프는 도망치는 중에 자신들을 구하러 온 해군 장교를 발견하고 눈물을 흘리게 되며, 다른 아이들도 같이 눈물을 흘린다. 그들이 얼마나 문명에서 멀어졌는지, 그들의 모습이 얼마나 악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으며 눈물을 흘린 것이다. 무엇보다도 과거의 순수했던 어린 모습에 대한 상실을 온몸으로 느낀 그들은 눈물을 통해 그간의 모습들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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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골딩이 말하는 파리대왕의 의미


 「파리대왕」을 통해 인간에게도 잠재된 악한 본성, 어떻게 보면 동물보다도 열등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이며 이성과 합리성을 통해 상상도 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일구어 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과연 인간이 완벽하게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전제할 수 있는지, 과연 인간이 바람직한 모습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파리대왕」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 중에는 동물보다도 못한 사악하고 부끄러운 부분이 정말 많지만, 인간은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는 불신과 의심, 폭력성 등 인간의 악한 본성의 발현으로 인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리대왕」은 우리가 이러한 본성을 잘 통제하고 바람직한 사회를 구성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인간에게는 이 책에서 드러난 악한 본성뿐만 아니라, 선한 면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선한 본성을 최대한으로 발현하기 위해서 인간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인 참된 이성을 계발해야 한다. 명확한 이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결함, 내재되어 있는 본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고쳐 나가는 것이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인간의 ‘악’때문인 것인가.


 그러나 「파리대왕」에 드러난 인간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 모두 악한 본성으로부터 기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하루하루를 생존하기조차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하고, 이러한 상황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그들의 행동을 모두 악하다고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들의 행동은 내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외적의 상황 또한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내적인 악한 본성에 의해 나타나지만, 외적인 요인이 오히려, 어쩌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악한 행동이 일어나기 위한 상황적 조건을 방지하는 것이 개인의 성격과 그 본성을 탓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서 개인을 비난할 수 있을까. 다시 한 번 환경의 중요성과 그 안에서의 인간을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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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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