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모 로보타쿠스 (4/27–5/07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글 입력 2017.05.1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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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호모 로보타쿠스
(4/27–5/07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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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카렐 차펙의 '로섬의 만능로봇'을 각색한 연극인 '호모 로보타쿠스'를 관람했다.
 원작이 자본주의 속 부유계급을 비난하고 노동자들을 로봇에 비유하여 그들의 각성을 촉구한 것과는 다르게,각색된 연극에서는 원작의 로봇과 같은 '호모 로보타쿠스'를 만든 '인간들'에 더 집중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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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매우 작은 소극장이었고, 심오한 주제 답게 무대 연출 또한 보통의 연극들과 달랐다. 입장 티켓도 'VISITOR'라는 글자가 적힌 목걸이를 매는 것으로 대신하고, 관객들이 사각형 테두리를 이루며 앉아, 중간 공간과 관객 사이사이를 지나다니는 배우들의 연기를 감상하도록 되어있었다.
  
 ​관객이 이 연극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다거나 극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관객 내부의 무대만으로 '같은 공간에 있다'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이것만으로도 관객이 극에서 전달하는 생각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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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은 호모 로보타쿠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회사인 R.H.C.로 재력가의 딸이자 인권운동가인 헬레나가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VISITOR'이라고 쓰여있는 목걸이를 매고 있는 나또한 헬레나와 함께 회사를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헬레나는 호모 로보타쿠스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그들의 인권을 주장한다. 회사의 대표인 해리 도민은 그 나름대로의 논리로 헬레나를 설득하여 생각을 바꾸어놓으려하고 그렇게 된 듯 보였지만, 결국 헬레나는 호모 로보타쿠스에게 왜?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반항정신을 깨어나게 한다. 해리도민과 친구들이 뒤늦게 사태를 수습하려 해보지만 헬레나가 이미 생산 비밀 문서를 불태워 협상이 어려워지고, 이로써 호모 로보타쿠스가 점령하는 세상이 되어버린다.​
  
 인간들이 호모 로보타쿠스에게 점령당하는 과정에서, 해리 도민과 수잔 등 남은 인간들은 '호모 로보타쿠스'를 만들어냄으로써 이루려고 했던 자신들만의 유토피아에 대해 말한다. 이 점이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호모 로보타쿠를 만든 인간들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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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을 보면서 각색한 연극에서는 왜 '로봇'이란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호모​ 로보타쿠스'라고 지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아마도 그들도 인간과 다르지 않음을, 그리고 인간이 호모 로보타쿠스라는 '신 인류'와 다르지 않음을 더 강조하고 싶어서인 것 같다.
 
 어쩌면, 요즘들어 더 팍팍해진  삶 속에서 우리 또한 호모 로보타쿠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잃어가고,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고 정해진대로 받아들이고 사는, 노동만 하는 기계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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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이유로 해리 도민과 그의 친구들은 모두가 일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행복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든 일을 대신 할 호모 로보타쿠스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원작에서처럼 계급을 나누기 위해서가 아닌 계급을 없애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로봇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연극을 관람하면서 과연 그것이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될 수 있을까?, 항상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안한 것 만이 진정한 유토피아일까?, 호모 로보타쿠스 처럼 사는 인간들에게는 아무런 행복도 느낄 수 없는 것일까? 그들에게도​ '왜?'라고 물을 수 있는, 자신의 생각을 비출 수 있는 교육과 영감이 주어진다면, 바뀔 수 있지 않을까?라는 여러가지 물음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 연극이 끝나고 나서 함께 간 친구와 다양한 주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연극이었고, 자칫 심오할 수 있는 내용을 빔프로젝터를 이용한 영상활용과 무대 연출을 다르게 하는 방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 메시지를 그저 전달받는 공연이 아닌 관람 후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할 수 있는 공연을 선호하는 분들에게 적극 추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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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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