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김종욱 찾기 > 당신의 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 [시각예술]

그 날의 공기, 거리의 냄새, 사람사는 느낌...
글 입력 2017.05.10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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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네 번째 본 영화이다. 모든 이가 극찬할 명작은 아닐지라도 필자에게만은 늘 다시 보고싶은 영화 중 하나이다. <김종욱 찾기>, 이 영화의 매력은 수없이 많지만 크게 세 개정도 꼽고 싶다. 먼저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김종욱'을 찾는 이야기이다.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모두에게 다르겠지만 '첫사랑'이 가지는 풋풋함과 아련함은 많은 이들이 함께 느끼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둔 첫사랑의 기억을 대신 꺼내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게다가 이 첫사랑은 여행지에서 일어난다. 많은 이들이 은연 중에 꿈꾸고 있는 판타지가 아닐까. 여행이라는,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속에서 찾아오는 사랑이라니, 낭만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소재일테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서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인물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실제 친구라는 두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이고, 그들의 눈빛이 기억에 강하게 남는다. 둘만의 이야기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일까 잦은 클로즈업샷, 혹은 클로즈샷이 눈에 띄는데, 두 배우의 유독 맑고 깊은 눈빛이 몰입감을 더해준다. 그 외에도 흥미로운 1인 2역 설정과 공유의 깨알같은 코믹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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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뮤지컬 공연의 무대감독을 맡고있는 '지우'가 아빠의 등쌀에 못이겨 '기준'의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찾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우의 첫사랑은 바로 십 여년 전 여행지 인도에서 우연히 만난 한 남자였다. 무려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녀는 일상 속에서 인도에서의 기억을 추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김종욱'이라는 이름 하나. 고지식한 원칙주의자 기준은 감정적인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첫사랑 사업 첫 의뢰를 성공시키기 위해 발로 뛰며 '인도에 다녀온 김종욱'을 찾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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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이 알아낸 김종욱 리스트 속 진짜 김종욱을 찾기 위해 둘은 함께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배를 타게 된다.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기에 둘은 티격대기 일쑤였지만 오랜 시간을 함께하고 대화하며 서로에 대해,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을 알게된다. 이를테면 지우는 '엔딩'을 싫어한다는 것. 그녀는 책의 마지막은 읽지 않고, 마지막 남은 호두과자 하나는 먹지 않는다. 좋을지 나쁠지 모르는 끝 대신에 그 직전 좋은 기억을 그대로 둔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녀에게 사실은 첫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김종욱을 찾으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변해버렸을지 모르는 첫사랑을 찾기가 두려웠을 뿐이다. 매일 추억하는 그 행복한 기억이 혹여나 깨져버릴까 겁이 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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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그렇게 첫사랑을 떠나보내었다. 그녀가 십 년동안 잊지못했던 건 어쩌면 첫사랑이 아니라 젊은 날의 추억이었으리라. 끝은 곧 시작을 의미하는 법이다. 정반대였던 지우와 기준은 어느새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가 인도를 추억하며 잊지 못했던 '그 날의 공기, 거리의 냄새, 사람사는 느낌'을, 기준이 궁금해 하게 되었듯이 말이다. 기준은 지우를 잡았고, 지우도 기준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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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서 누군가 말했다. "인연을 붙잡아야 운명이 되는거지." 때로 우리는 관계의 기로에서 '운명'을 이야기한다. 그 운명론에, 관계가 스치는 인연이 되기도 하고 평생의 인연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인연, 人緣이 아닌 因緣(인할 인, 연줄 연)이다. 단순히 사람간의 관계를 넘어 무언가로부터 '인하는' 관계이다. 즉, 나와 당신의 관계는 마땅히 '나'로부터 인하는 것일테다. 운명이라는 허울좋은 말에 숨을 뿐 인연은 정해진 것도, 우연한 것도 아닌, 자신이 만들어 가는 관계이다. 지금 느끼는 그 감정에 솔직해진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길지 않은 인생에서 감정까지 재어야 하는 건 조금 슬플테니까 말이다.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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