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처음으로 사랑이야기로 다가올 이야기, 오페라 자명고

글 입력 2017.05.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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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랑이야기로
다가올 이야기
오페라 자명고


[최종] 포스터-오페라 자명고.jpg


혹자는 호동에게 속아 나라를 팔아먹은 멍청한 공주의 이야기라고 말했고, 혹자는 적국의 공주를 감언이설로 제 뜻대로 움직인 영리한 왕자의 이야기라고 말했습니다. 또 혹자는 낙랑공주가 죽고서야 뒤늦게 사랑을 깨달은 호동의 어리석음을 노래했고 혹자는 배신감의 치를 떨며 죽어간 낙랑공주의 처절한 감정을 노래했죠. 누구나 알고 있을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이야기’, 혹은 ‘자명고 이야기’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모두 달랐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없이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야기이기에, 그 누구도 객관적으로 딱 정의내릴 수는 없는 것이었겠죠.

그 중 이 이야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정의는 멍청한 낙랑공주와 비정한 호동왕자였습니다. 전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았거든요. 적국 왕자를 그리도 신뢰하고 그 부탁을 덮석 들어준 낙랑공주와,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일임을 알면서도 낙랑공주를 꾀어낸 호동왕자의 이야기는 비극적 사랑얘기보단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이야기로 느껴지기 까지 했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묘사되는 낙랑공주는 국제 정세를 살피고, 나라와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가 아니고 그저 호동에게 목을 매는 이었기에 더더욱 그랬습니다. 일국의 공주라는 사람이 자신 아래에 있는 수많은 백성들을 생각지도 않고 본인의 사랑에만 눈이 멀어있다는 것은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니까요. 설화나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저로서도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이야기가 바로 이 ‘자명고’ 이야기였습니다.


자명고 3.jpg
▲국립오페라단 제공


그럼에도 오페라 ‘자명고’는 보고자 마음을 먹은 것은, 그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확보한 스토리 때문이었습니다. 기존의 ‘자명고 이야기’가 낙랑과 호동의 사랑과 여성의 맹목적 희생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는 달리 오페라 ‘자명고’는 이 시대가 필요한 진정한 사랑과 희생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페라 ‘자명고’에서 낙랑공주는 오랑캐 진대철과 손잡고 고구려에 맞서는 낙랑국의 어리석음에 회의를 느끼고 민족통일에 대한 호동왕자의 신념어린 모습에 흔들립니다. 이윽고 낙랑공주는 진정한 민족통일을 위해 강한 고구려에게 힘을 실어 주어 분란의 원인인 외부 세력을 내몰아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되죠.

즉 낙랑은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사랑하기에 호동의 말을 따른 것이 아니라, 호동과 민족통일의 이념을 함께 하기에 호동을 도운 것입니다. 원래의 스토리보다는 훨씬 개연성을 획득한 모습이죠.

사실 자국을 패망으로 이끌면서까지 이룩해야할 ‘민족통일’은 무엇이며, 그 ‘민족’의 기준 자체도 굉장히 자의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합니다. 지금에 와서야 한반도에 있었던 모든 나라를 ‘우리’의 역사로 보기에 그 나라들을 ‘한 민족’이라고 칭하지만, 그 당시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고구려는 ‘적국’이었으니까요. 오랑캐는 ‘외부세력’이고 고구려는 ‘한 민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민족통일’이란 말은 결국 현재의 우리가 내리는 오만한 평가에 불과할지 모르는데, 그걸 당시 낙랑공주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요.


자명고 대표사진.jpg
▲국립오페라단 제공


하지만 이러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자명고’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존의 이야기보다 훨씬 공감가는 이야기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던, 혹은 이해하고 싶지 않던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이해’해보려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페라 ‘자명고’의 역할은 충분한 것 같습니다.

부디 이번 기회에 ‘낙랑공주와 호동왕자’이야기에 대한 제 부정적인 인식이 깨지길 바라며, 웅장한 음악소리와 함께 낙랑국으로 빠져들어보겠습니다.



예매는 여기. 아래는 상세정보입니다!


[최종] 자명고 웹배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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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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