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환경을 변화시키는 디자인, CPTED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05.09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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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디자인, CP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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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효과‘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넛지효과란 팔꿈치로 꾹 찌르듯이,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넌지시 알려 주는 방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특정한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나타나는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행동의 결과를 바꾸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가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인식되면서, 흥미롭게도 이를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설계에 적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넛지효과와 범죄예방의 관련성은, 얼핏 들으면 잘 이해되지 않겠지만, 범죄가 일어나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그 연관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넛지효과가 주변의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식이었듯이, 범죄 또한 범죄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나타난 도시설계방식 중 일명 범죄예방디자인인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하 CPTED)가 주목받고 있다. CPTED는 구도심, 좁고 어두운 골목길, 낡고 칙칙한 담장, 방치된 공터 등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한 지역의 디자인을 개선해 범행기회를 차단함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도시설계방식이다.



마포구 염리동의 CPTED 디자인


이러한 셉테드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마포구 염리동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염리동은 곳곳에 계단과 언덕이 많아서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으며, 야간에는 조명의 빛 역시 어두워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범죄 사각지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곧 주민들이 범죄와 안전문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더하여 염리동은 재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었고, 이웃들 간 사회적인 연계나 교류 상황 또한 어려워졌다.

그러나 염리동은 주민 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된 마을기업인 ‘솔트카페’에서 주민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염리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CPTED의 원리를 적용하여 마을을 개선시키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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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ED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고 염리동을 방문하였던 경험이 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점은 골목의 벽 색깔이었다. 일반적인 회색 시멘트나 벽돌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색깔의 벽들이 눈을 사로잡았고, 곳곳에 그려진 그림들도 볼 수 있었다. 또한 일반적인 동네와 달리, 염리동에는 ‘소금길’이라는 운동 공간이 있었다. 주민들이 지나다니기 불안해했던 골목길을 운동 공간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셉테드 디자인의 중요 원리인 ‘공간 활용성’과도 밀접히 연결되는데, 곧 공공장소에 대한 시민들의 사용을 유도함으로써 자연스러운 감시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범죄 발생이 감소되고, 주민들의 안전 또한 보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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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특징은 염리동의 전봇대마다 번호가 적혀 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이 번호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는데, 이는 위기 상황에 신고자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쉽게 하기 위해서 설정해 놓은 것이라고 한다. 마을에 설치된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를 달아서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전봇대와 더불어 몇몇 주민들은 ‘소금지킴이집’이라는 이름으로 동네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소금지킴이집’은 대문을 노란색으로 칠했으며, 밝은 조명과 카메라, 비상벨 등이 설치되어 있다.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이러한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한 후, 염리동 주민들의 범죄노출 두려움은 자기 자신과 가족에게 있어 모두 감소했고, 지역에 대한 애착 역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범죄 불안감이 있던 공간을 운동공간으로 변화시킨 소금길에 대한 만족도 역시 굉장히 높았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범죄에 대해 일반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것보다 특정 행동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그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염리동과 같이, 셉테드 디자인이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깨진 유리창’이 있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유리창에 돌을 던져도 상관하지 않지만, 깨끗한 곳에서는 행동을 조심하는 사례에서 나타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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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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