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무엇과 '빠이' 하시겠습니까?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글 입력 2017.05.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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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이01.jpg
 

 저는 정말이지 이 책을 읽고서는 ‘당장 이번 방학 때에 떠나야 겠다!’라고 생각할 줄 알았습니다. 책을 읽기 전 만나보았던 ‘빠이’는 답답한 일상을 던져버리고 배낭에 짐을 챙겨 떠나고 싶게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입니다. 세계 배낭 여행자들이 안식처라니 이름만 들어도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하지만 ‘빠이’가 아닌 이 책의 저자 ‘노동효’의 이야기를 읽어보니 꼭 ‘빠이가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책의 제목을 통해 빠이로 오라고 말했지만 그보다도 더 큰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우선 2개의 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하얀 침대보가 눈처럼 깔린 침대에 누워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조금 읽다가 졸리면 자려고 했는데
중간에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새벽 2시.

호시노 미치오가 활용한 알래스카의 자연에 감탄하고,
그가 들려주는 에스키모 친구들 얘기에 감동했습니다.

열아홉 살 때 보낸 한 통의 편지가 이어준 에스키모와의 인연
알래스카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결코 잊을 수 없었던 푸른 스물.

학교를 마친 호시노 미치오는 알래스카로 날아가
평생을 그곳에서 사진 찍고 글 쓰고 여행하며 살았죠,
그래요, 열아홉 청춘은 한 통의 편지를 썼습니다.

수신자는 알래스카 쉬스마레프 마을 시장 앞으로.
시장이 없는 마을에선 주민들이 모두 편지를 돌려 읽었죠.
그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에서 그 마을 사진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곳 생활에 흥미가 많습니다. 방문하고 싶지만, 그 마을에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일을 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습니다.”

-청춘의 열정2





 지하철에 앉아 이 글을 읽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나오려고 했습니다.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었습니다. 잠시 책장을 덮고 몇 개의 역을 지나며 생각하고는 깨달았습니다. 아, 감동이구나. 시장이 없는 마을에, 모두가 편지를 돌려 읽은 주민들에, 편지를 보낸 19살의 호시노 미치오에, 평생을 알래스카에게 사진 찍고 글을 쓴 그에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 이야기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아마 눈물샘을 자극했나 봅니다.





당신의 위시 리스트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나요?

읽고 싶은 책?
먹고 싶은 음식?
가고 싶은 여행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거나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거나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거나

누구에게나 그럴 때가 있고
누구에게나 그런 것이 있지만
난 당신의 위시 리스트가 최소한이길 바라요.
위시 리스트에 담아둔 게 하나도 없다면 가장 좋겠죠.

바라지 말고, 저스트 두 잇!

-위시리스트





 위시 리스트가 ‘최소한’이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에 저는 조금 찔렸습니다. 항상 다이어리의 앞에는 5장이 넘는 위시 리스트, 버킷 리스트를 써넣기 때문입니다. 그 페이지의 수가 해가 지날수록 늘어만 가는 것이 담아두기만 하고 ‘아직은 아니야.’라며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것 때문임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늘리는 것은 그만하고, 실천하면서 줄여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바라지 말고, 저스트 두 잇!


 책의 중간에는 빠이에 머물고 있는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공통된 인터뷰 질문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답변들이 나온 질문은 ‘인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마디 해줄래? 였습니다. 이 질문에 어떤 사람은 ‘우리는 그동안 인간의 소중함을 지나치게 과장해 왔답니다.’라고, 또 다른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평화로움 속에서 당신의 삶을 살길 바랍니다.’, 또 ‘인생에는 추울 때도 있고, 더울 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라고 답했답니다. 당연한 말들이라 생각하며 읽었다면 위의 답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빠이03.jpg
 

 책을 다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행만 하면 직업이 뭐지? 뭐 먹고 살지?’이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문은 정말 멍청한 의문이었습니다. 사는 것이 꼭 직업을 갖는 것일까요? 우리 굳이 빌딩숲 속에서 직업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요? 나의 삶이란 단 한번 뿐인데, 지나쳐 가면 다시는 겪을 수 없는 그 순간들을 사회적인 분위기와 기준들에 맞춰 낭비하고 있어야 할까요?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는 물론 저에게 아름다운 마을인 빠이로 가게 하고픈 마음이 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삶에 있어서 좀 더 용기를 가질 수 있게 해준 것 같습니다. 삶을 사는 데에 있어서 직업을 갖는 것(have)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do)으로 볼 수 있게, 또 그렇게 실천할 수 있게 말입니다. 우리 세상을 바라 보는 데에 평면적이었던 렌즈를 좀 더 볼록하게 만들어보는 게 어떨까요? 미처 보지 못했던 세상을 사방으로 더 넓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시 리스트는 늘어만 가고, 떠나고 싶은 곳은 많지만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한다면 ‘빠이’를 만나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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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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