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비극 속을 서성이는 자들을 향한 북소리, 창작 오페라 < 자명고 >

글 입력 2017.05.08 01: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종] 포스터-오페라 자명고.jpg
 


"제8회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
오페라 <자명고> by. 노블아트오페라단

2017. 5. 19~21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Preview >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이야기. 사랑과 야욕, 죽음과 같은 사건들이 빚어내는 비극들이 연이어 그려지며 꽤나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설화다. 인물들의 성격이 뚜렷한 편이고 비극이 장대하여서인지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안겨 주고 만화나 뮤지컬, 게임, 오페라 등으로 재해석 되고 있다. 이 고전 콘텐츠가 우리 민족의 정신 속에 강렬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문화적으로 여전히 큰 힘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서사적 측면에서만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조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인물들간의 사랑이 비극적인 결말을 갖는다는 점이다. 보통 한 나라의 왕자와 공주의 결혼이 성사되는 장면은 성대하지만 로맨틱하게 그려지는 법이다. 그러나 호동과 낙랑의 관계는 그렇지 않다. 이들의 혼인은 거대한 정치적 음모와 외교적 책략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위태롭다. 사랑을 느끼는 자가 많은 것을 잃고 그것을 감내해야만 하는 관계인 것이다. 여기에서 그 비극의 주인공은 낙랑이다. 호동은 자신에게로 향한 낙랑의 마음을 이용하여 낙랑국을 정복하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낸다. 국가의 존망과 사랑을 위한 희생 사이에서 운명의 칼자루를 쥐고 선 여인의 모습을 보며 보는 이들도 함께 무거운 비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둘째, 고구려와 낙랑국이라는 고대 국가들 사이의 긴장과 갈등 양상이 상당히 풍부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 설화는 고증의 절차를 거친 사료가 아니다. 그러나 고구려 왕위 상속을 둘러싼 암투, 호동과 낙랑의 결혼을 의도한 낙랑국 왕 최리의 속내, 고구려의 침략과 낙랑국의 함락과 같은 역사적 정황들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흐름들이 호동과 낙랑의 사랑 얘기를 둘러싼 흐릿한 배경으로 있지 않고 서사 전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자기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셋째, '자명고'라는 환상적인 소재 역시 큰 역할을 한다. 자명고는 낙랑에 있었다고 하는 전설적인 북으로 적들이 처들어올 때 스스로 소리를 울려 그 위험을 알렸다. 압도적 존재감으로 적국으로부터 낙랑국을 지켜냈던 이 고각은 공주의 손에 찢겨짐으로써 설화 속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스토리에 신비감을 더하는 것 이상으로 서사 속 세계의 인과관계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noname01 (1).jpg
 (사진) 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자명고>는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 이야기의 뼈대를 최대한 존중하되 이를 현재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69년에 김달성 작곡으로 초연된 바 있으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대표적인 창작 오페라다. 사실적 드라마 진행으로 단순한 사상과 가치의 강요가 아닌, 음악과 무용, 무대 미술과 영상, 그리고 조명의 예술적 조합으로 신비하면서도 진지한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내고자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궁금하다.

  또한 〈자명고〉는 국내 최고의 출연진과 왕성한 해외 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차세대 젊은 성악가들이 함께 만들어 낸다. 노블아트오페라단 신선섭 단장이 예술총감독을, 성신여자대학교 겸임교수 김숙영이 연출을 맡았고, 과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서진이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음악을 담당한다. 출연진으로는 이탈리아 최고의 테너상을 거머쥔 이동명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주역 가수 이성구가 호동을, 미주지역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조은혜와 이탈리아 무니치팔레 시립극장 주역 가수 김신혜가 낙랑을 맡았다. 그 외 한국 정상급 성악가인 바리톤 박정민과 이승왕이 진대철을, 베이스 박준혁과 서정수가 최리왕을, 바리톤 김종표와 박세훈이 주발이를, 메조소프라노 최승현과 변지현이 민들레를 맡는다.




< Synopsis >

낙랑국의 신비의 북 ‘자명고’는 나라가
위태로움에 처할 때 마다 스스로 울려,
민족통일을 염원했던 고구려는 늘 패배했고
이에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오랑캐 진대철과 손잡고
고구려에 맞서는 자국의 어리석음에
회의를 느낀 낙랑은 호동왕자의 신념어린 모습에 흔들린다.

낙랑공주는 진정한 민족통일을 위해
강한 고구려에게 힘을 실어 주어
분란의 원인인 외부 세력을 내몰아야 한다는 확신을 하게 된다.

한편 아버지 최리왕은
진대철과 낙랑공주의 정략결혼만이
낙랑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하지만,
낙랑공주는 미래의 통일 조국은 고구려의 승리뿐이라 여긴다.

낙랑국의 패망을 감수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자명고를 찢어버린 낙랑공주는 이것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진정한 선택이었음을 자신하며
호동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최종] 자명고 웹배너.jpg
 

<공연정보>


공연장소 ㅣ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날짜 ㅣ 5월 19일(금), 5월 20일(토) 오후 7시 30분/ 5월 21일(일) 오후 3시
공연시간 ㅣ 총 4막 120분(인터미션 포함)
문의 ㅣ 노블아트오페라단 02) 518- 0154


[김해서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