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KEEP GOING ON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글 입력 2017.05.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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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GOING ON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나무발전소-빠이표지-평면.jpg
  
 
뒤쫓아온 경찰차를 등 뒤에 두고 델마가 소리칩니다.
"우리 잡히지 말자!"
루이스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습니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니?"
델마가 눈시울을 붉히며 대답하죠.
"Keep going on!"
 
어떤 여행자는 자신이 탈출한 '그것'에게 두 번 다시 붙잡히지 않습니다.
 
-86p-
 
 
 
황홀하면서도 슬픈 영화,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영화 속 한 장면과 대사를 인용한 작가.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메세지는 "Keep going on"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170507_223644824.jpg
  
 
바쁜 일상 속 겨우 짬을 내 (사실은 매우 갑작스러운) 혼자 강릉 여행을 다녀왔다. 1박 2일간 강릉 이곳 저곳을 구경하고, 오죽헌 안 벤치에서, 바다 모래사장에서,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를 읽었다. 참 여행과 어울리는 책이었다. 떠나 있는데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랄까. 사실 '떠나온'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한 여행이긴 했다.
 
 
이 책은 태국의 한 산골마을 '빠이' 여행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여행 전반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더 짙게 묻어있는 책인듯 하다. 작가가 여행하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과 여행에 대한 꿈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했다. 의대를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 이, 약혼식 전날 파혼하고 여행길에 오른 이. 남이 정해준 길이 가기 싫다는 어린 여학생들.. 작가처럼 '후천성 샛길 증후군'이나 '로드 페로몬'에 중독된 사람이 아니라면(나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일상을 뿌리치고 나서는 일이 절대 쉬운 것이 아니다. 떠나고 싶지 않은 이, 과연 어디 있겠는가.
 
 
keep going on이 쓰여진 페이지를 읽고, 또 읽고 한참을 읽었다. 함께 여행을 가지 않아 서운하고 속상하다고 말했던 누군가 떠올라 씁쓸했다. 나중에, 이것만 지나면, 좀 더 여유로워지면, 그 때가 오면, 그런 무의미한 '가정'들로 미뤄왔던 그 여행의 의미는 뭐였을까?
 
 
빠이03.jpg
  
 
세계 여러 곳을 다녀본 작가에게 '빠이'는 어느 곳보다도 특별하고 소중한 곳인가보다. 꽤나 아끼는 공간이구나 싶었다. 대한민국 아닌 다른 곳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 있다는 게 조금은 부러웠다. 그리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처럼 3박 4일, 4박 5일이 아니라 일주일 더 나아가 한달, 더 나아가 한 계절, 그리고 모든 사계절을 지나서까지 있어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지?
 
 
읽기 전에는 그저 단순한 여행서 이면 어쩌지 싶었다. '빠이'라는 곳에 대한 책이라면, 굳이 지금 읽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빠이'라는 곳에 대한 책이자 '빠이'를 통해 '여행'의 의미를 돌이켜 보는 책이기도 하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남이 알려준 정보로 가득한 계획으로 꽉 채운 여행이 진정한 여행일까. 작가는 '시간을 가지고' 여행을 떠나라 한다. 여행지의 충분한 매력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그런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서울행 버스를 다시 탔다. 동의하는 말이지만 나는 돌아와야했다. 끝끝내 나는 델마가 될 수 없구나. 델마보다 더 슬펐다. 그치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일상을 살고 이겨내는 힘이 바로 '언젠가' 떠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언젠가' 빠이로 향하는 델마와 루이스가 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또 오늘을 산다.
 
 
 
 
아트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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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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