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0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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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연인들의 복잡한 감정, 가족 간의 풀기 힘든 감정, 혹은 개인의 깊은 내적 갈등들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숫하게 접해왔다. 그러나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의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묘사한 영화가 있었던가. 보통 다운로드(다운로드는 밝은 경로로, 굿 다운로드^^) 받은 영화들은 크레딧을 다 안보고 창을 끄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이 영화는 그럴 수 없었다. 감정의 여운이 어느 영화보다도 길어서 누가 감독을 맡았고 누가 출연했으며 어느 분들이 도움을 주었는지, 이런 명작을 만든 사람들을 모두 눈에 다 담고 싶었다.(한 명씩 안아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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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사춘기’라는 이름아래 묵살되는 많은 감정들이 있다. <우리들>에서도 엄마, 아빠나 선생님과 같은 무딘 사람들에 의해 아이들의 수많은 복잡한 감정들은 사춘기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에도 자존심은 분명히 뚜렷하게 존재하며,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 것’ 이라는 말은 아이들에게도 유효한 말임을 다시 한 번 크게 느꼈다. 결국 지아의 그런 행동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대의 방어막이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어렸을 때의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 있을 텐데, 이 영화는 그런 잊고 있던 감정들을 끄집어 내주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알 수 없는 감정에 빠지고 이유 모를 눈물이 난다. 아이들의 연기도 말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자연스럽고 맛스럽게 하는지. 어느 누구의 연기 하나, 장면 하나, 대사 하나 억지스러운 게 없다. 물 흐르듯 흘러가고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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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프로그램에서 소설가 김중혁이 명대사로 꼽았던 남동생 윤이의 “그럼 언제 놀아?”는 알고 들어도 정말 명장면이었다. 지아와 크게 싸운 선이가 친구랑 놀다가 맞아서 상처가 난 동생 윤이에게 “같이 놀면 어떡해. 다시 때렸어야지” 라고 꾸중하자 윤이가 한 말이다. 이 해맑은 동생의 한 마디가 선이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크게 다가왔다. 이런 재고 따지고 하는 것 없는 어린이의 마음이 부럽기도 했다.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과 비슷하지만 그 주인공이 선이에서 지아로 바뀐 상황이다. 여기서 선이가 지아 편을 들면서 둘의 모습을 한 명씩 비추며 끝이 난다. 여기서 관객(나)은 둘의 화해를 간절히 바라지만 영화는 끝이 나고 화면은 암전되어 아이들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다. 그저 선이 손톱에 남아 있는 약간의 봉숭아물이 우리를 더 기대하게 만든다. (봉숭아물은 지아와 같이 물들인 것인데 영화에서 선이의 마음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영화에서 아이들의 치열한 마음싸움은 사실 성인이 된 지금도 아예 끝났다고 하긴 어렵다. 그런 비슷한 것들로 혼자 상처받기도 하고 서운해 하고 하니까 말이다. 티를 내냐 안 내냐의 차이 같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지금은 연락이 끊긴 초등학교 단짝친구가 생각났다. 그 친구도 이 영화를 보고 나를 떠올린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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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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