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족한, 길거리 농구 [문화 전반]

길거리 농구에서 과연 승패가 중요할까?
글 입력 2017.05.0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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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들이 있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농구라는 스포츠에 매료되어있었다. 2002년 월드컵 이후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로 자리 잡은 축구와 달리, 농구는 손으로 공을 다룬다는 점에서 익숙한 터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려한 드리블로 시선을 끄는 선수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넘어 몸이 들썩이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스포츠로서의 농구보다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길거리 농구’였다.

 
Basketball02.jpg
 

  ‘프리스타일 농구‘ 혹은 ’스트릿 볼‘로도 불리는 길거리 농구는, 미국의 흑인들이 길거리에서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농구에서 유래되었다. 길거리 농구 역시 경기 도중 득점을 하지만, 무엇보다 ’승패’를 떠나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것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길거리 농구를 지켜보는 관객은 플레이어의 화려한 기술에 감탄하며, 경기의 승패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플레이어가 더 멋진 기술을 선보였는지에 더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길거리 농구는 어떻게 보면 스포츠라기보단, 쇼맨십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이라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 길거리 농구는 하나의 ‘예술‘보다는 승패를 구분 짓는 스포츠 중 하나로 밖에 평가되지 않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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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예로, 2016년 XTM에서 ‘사상 최초 길거리 농구 서바이벌‘의 타이틀을 걸며 방영했던 <리바운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규칙에 얽매인 농구보다는 자유로운 농구를 지향하며, 한국 길거리 농구의 최강자를 가린다는 목적 하에 진행되었다. 한국 길거리 농구계의 대부라고 불리우는 안희욱 스킬 트레이너를 내세우기도 하며 길거리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원래 목적인 길거리 농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것, 즉 플레이어의 화려한 기술에 집중한다는 길거리 농구의 본질적 특성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있었다. 그저 농구에서의 ’승패’를 가리는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서바이벌‘ 시스템은 출연자들 중 승자와 패자가 분명하여, 농구를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승패를 떠나 보는 이에게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길거리 농구만의 특성을 무시해도 될 만큼 그것이 중요했는지는 의문이다.
   
 


 
  위의 영상은 한국의 유명한 길거리 농구 선수와 실제 프로 농구 선수의 길거리 농구를 담은 영상이다. 하지만 이에 달린 수많은 농구인들의 댓글 역시 길거리 농구의 특성을 무시한 채, 단순히 경기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애초에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분야에서 승패의 중요성을 논하며, 이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불필요한 승패의 분석이나, 혹은 승패의 결정을 부추기는 행동은 우리 나라에서 길거리 농구에 대한 본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만 같다.

   “그저 보고 즐길 수 있으며, 반드시 승패가 중요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 길거리 농구는 시작된다. 길거리 농구에 경쟁이라는 요소의 중요성을 부각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쇼맨십을 중시하는 볼거리로서의 특색을 잃어버리며 일반적인 스포츠와 구분되기 어려울 것이다. 길거리 농구 또한 농구라는 분야의 하위 문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농구와는 다른 특징과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존중이 우선된다면 길거리 농구는 본래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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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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