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루의 완성은 ‘헤어스프레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5.03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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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를 시작하는 준비 중 항상 빼먹지 않고 챙기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경우에는 향수와 시계이다. 향이 오래 남도록 손등 안쪽에 바세린을 조금 바르고 그 위에 한번 칙, 손목끼리 톡톡 부딪힌 후에 목 뒤로 가져가 귀 뒤쪽에도 톡톡하고 시계를 손목 안쪽으로 돌려 찬 후에 비로소 나의 외출준비는 끝나는 것이다. 별것 아닌 일이건만 그 일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그 순간 이후에야 나는 완벽한 준비가 끝났다는 생각이 들고 이 작은 사건이 빠지게 된 날에는 계속 신경이 쓰인다. 오늘날 나의 경우에야 그렇지만 당신에게, 혹은 더 과거의 인물에게 이런 사건은 무엇이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1960년대의 소위 ‘좀 놀 줄 안다’는 인물의 작은 필수 사건은 알고 있다. 바로 ‘헤어스프레이’.



시놉시스

  볼티모어 십대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코니 콜린스 쇼’. TV 댄스쇼에 출연해 최고의 댄싱퀸인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것이 꿈인 슈퍼 헤비급 몸매의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는 한껏 부풀린 최신 유행 헤어스타일을 하고 언제 어디서든 유쾌! 상쾌! 통쾌한 성격을 잃지 않는다. 어느 날,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기 위한 ‘코니 콜린스 쇼’의 공개 오디션이 열리자, 트레이시는 쭉쭉빵빵 S라인 미녀들이 판치는 댄스쇼에서 그녀가 주눅들까 걱정하는 엄마 ‘에드나(존 트라볼타)’를 뒤로 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당당히 오디션에 참가한다.

  친구 ‘시위드(엘리아 켈리)’와 ‘페니(아만다 바인즈)’의 도움으로 슈퍼 헤비급 몸매를 자유 자재로 움직이는 수준급 댄스를 선보인 ‘트레이시’는 드디어 ‘코니 콜린스 쇼’에 입성한다. 그러나 볼티모어 TV 방송국 매니저이자 전 미스 볼티모어로 아름다운 외모가 곧 권력임을 강조하는 엉뚱한 악녀 ‘벨마(미셸 파이퍼)’와 그녀의 딸인 백치미 공주병 ‘앰버(브리타니 스노우)’에게 끔찍한 몸매에 숏다리인 ‘트레이시’는 눈엣가시이다. 그녀는 온갖 방해 공작을 벌이는 ‘벨마’와 ‘앰버’ 모녀에 맞서 볼티모어 최고의 댄싱퀸을 뽑는 ‘미스 헤어스프레이’ 선발 대회에 참가하는데.... 천방지축 슈퍼걸 ‘트레이시’는 과연, 꽃미남 꽃미녀들의 틈바구니에서 ‘미스 헤어스프레이’가 되는 기적을 이룰 수 있을까?

(출처 : 네이버 영화)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이다. 1988년에 처음 영화화되어, 2007년에 새로 리메이크되었다. 원작의 뮤지컬적 요소(넘버나 댄스 신 등)를 많이 반영한 뮤지컬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에 초연되어 꾸준히 막을 올렸지만 2012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연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 동부의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10대 소녀 트레이시의 꿈과 이를 이루는 과정 등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최고의 인기쇼 코니콜린스쇼에서 10대들의 가장 큰 영예 미스 헤어스프레이 왕관을 쓰기 위한, 더불어 연애 비스무리한 감정을 가진 링크와의 관계 유지를 위한 그녀의 ‘그야말로 좌충우돌인’ 성장기를 볼 수 있다. 뻔한 틴에이지 영화 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보다 조금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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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작품의 배경은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와 꽤나 밀접한 관련이 있다. 헤어스프레이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 미국은, 인종차별이 판을 치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별이 명확하고 또 그것이 당연시되던 시절, 흑인 동네는 위험한 곳이며, 흑인 학생은 문제아로 낙인찍히던 시절. 하지만 이 시대를 살면서도 이러한 부당함에 맞서고 이를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움직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트레이시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흑인과 같은 수영장에서 수영할 수 있니?’라는 방송국장 벨마의 질문의 ‘그럼요! 저는 인종통합에 찬성해요, 새로운 개척인걸요!’라고 대답한다. 그녀는 자신의 오랜 꿈과 흑인 친구들과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보다 부당한 것에 맞서고 어려움을 함께 하는 의리를 보여준다. 지금껏 내가 봐온 단순한 틴에이지 영화의 인물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그녀가 흑인 친구들과 함께 행진하며 부르는 ‘I Know Where I've Been’이라는 노래는 애환이 서려있다는 흑인들의 R&B 감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우여곡절 끝에 미스 헤어스프레이의 왕관이 씨위드의 동생 아이네즈에게 돌아갔을 때 어린 시절의 나는 트레이시가 받지 못함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을 가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처음으로 흑인이 미스 헤어스프레이 왕관을 쓰게 된 그 순간이 트레이시에게 있어 진정한 왕관이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노래와 리듬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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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헤어스프레이는 말했듯 이 영화를 처음 접했던 꼬꼬마 나 자신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줬었다. 영화의 주연 배우란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전부였던 나이였다. 뚱뚱한 트레이시의 등장과, 그런 그녀가 누가 봐도 빠질 것 같은 매력의 링크와 키스하는 장면은 나에게 낭만을 주지는 못했었다. 지금 돌아보면 이야말로 미디어의 노출에만 익숙해져 세상의 다른 부분을 바라보지 못했던 나의 협소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이후 나의 생각을 180° 반전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현재 나의 생각의 시발점이 되어준 것 같다. 코니콜린스쇼의 유행인, 헤어스프레이를 잔뜩 사용해 부풀린 머리를 고수하던 트레이시는 미스 헤어스프레이를 뽑는 쇼에 출연할 때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지 않은 생머리로 등장한다. ‘있는 그대로 아름다워’, 라는 정말 당연한 이념을 우리는 사실 정말 많이 잊고 살아간다. 이 소중한 가치를 잊었던 나에게 이를 다시 깨우칠 수 있도록 교육적인 메시지를 던진 첫 작품이 바로 헤어스프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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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어스프레이는 뮤지컬 영화인 만큼 OST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큰 메시지들을 담고 있다. 울트라 클러치 헤어스프레이의 후원을 받는 코니 콜린스쇼는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 직전까지 거의 모든 노래가 외모지상주의와 백인우월주의, 상업주의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렇듯 세속적인 쇼는 결국 세상의 움직임에 함께 변하기 시작한다. 노래와 리듬 앞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말했었다. 이 영화의 마지막 곡인 You Can't Stop the Beat에서는 흑인이든 백인이든, 뚱뚱하건, 바비인형 같은 몸매를 가졌건 함께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른다. 당신은 이 고동을 절대 결단코 멈출 수 없다는 노래를. 이들이 노래하는 이 울림은 세상의 움직임이 아닐까.



Nice white kids who like to lead the way
쇼를 이끄는 멋진 백인 아이들
And once a month we have our "negro day"
그리고 한달에 한 번은 ‘흑인의 날’도 있어요!
You`ll never get to college, but they sure look cool
대학은 못가겠지만, 여전히 멋져보이죠!
 
-The Nicest Kids in Town 中


What gives a girl power and punch?
무엇이 여자에게 권력을 주나요?
Is it charm, is it poise?
매력인가요, 품위인가요?
No, It's Hairspray!
아뇨, 헤어스프레이죠!
 
-(It's) Hairspray 中



  이러한 시대에 맞서 그들도 똑같은 사람임을 이야기하고 흑인이라고 해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흑인들의 노래도 있다. 나는 이들이야말로 스스로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The blacker the berry, the sweeter the juice
딸기가 검을수록, 쥬스는 더욱 달콤하지
The darker the chocolate, the richer the taste
초콜릿이 어두울수록, 그 맛은 더욱 풍부해져
 
-Run and Tell That 中


Big, blonde and beautiful
왜냐하면 난 통큰 금발의 미녀니까
There is nothin' 'bout us that's unsuitable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건 없어
They say that White is right And thin is in
피부는 희어야 하고 몸은 날씬해야 한다지만
Well that's just bull
그건 다 헛소리야
Cause ladies big is back
자 아가씨들, 몸집 큰 여자가 돌아왔어
And as for black It's Beautiful
검은 피부는 아름답지
 
-Big, Blonde, and Beautiful 中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OST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엔딩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Come So Far(Got So Far To Go)라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나는 이들이 지나온 2시간 가량의 여정들이 머릿 속에서 챠르르 펼쳐지며 내가 왠지 이들과 함께 한 듯한, 그래서 같이 그 추억을 돌아보고 노래하는 것 같은 아련한 기분이 든다. 빠르고 신나는 노래이지만 이 노래가 나에게 주는 감정은 절대 빠르게 스쳐지나는 어떤 것이 될 수 없다.



Hey old friend, let′s look back On the crazy clothes we wore
친구야, 뒤돌아보자구 우리가 입었던 미친 옷들을
Ain′t it fun to look back to see it′s all been done before
재밌잖아 다시 보는 거, 전에 그랬던 걸 보는 거
 
All those nights together Are a special memory
함께했던 그 밤들은 모두 특별한 추억이야
And I can′t wait for tomorrow Just as long as you′re dancing next to me
그리고 난 네가 내 옆에서 춤 추고 있는 한 내일을 기다릴 수 없어
 
Cause it′s so clear, every year We get stronger
매년 우린 더 강해져, 그게 정말 확실한거니까
Cause what′s gone is gone the past is the past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과거는 과거니까
 
Turn the radio up and then hit the gas
볼륨을 높이고 악셀을 밟아
Cause I know we′ve Come So Far, but we′ve Got So Far To Go
우리는 여기까지 왔지만, 그 만큼 더 가야하니까
I know the road seems long
But it won′t be long ′till it′s time to go
그 길이 멀어보여도
기다린 시간 만큼 길지는 않을 거야
 
Most days we′ll take it fast
대부분의 낮은 금방 지나갈 거고
And some nights lets take it slow
밤에는 가끔 지루하겠지
 
I know we′ve Come So Far
우리 여기까지 왔지만
We′ve Got So Far To Go
그 만큼 더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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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에게 있어 헤어스프레이란 단순한 영화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창 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를 건너던 꼬꼬마 중딩 시절의 내가 처음으로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관람한 뮤지컬이었으며 보고 또 봐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하여 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영화였다. 한마디로, ‘완전 완전히 막 내 취향저격이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항상 헤어스프레이를 생각하면, 그 내용이 결코 가벼운 내용만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 한 장면, 장면들이 떠올라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다. 헤어스프레이는 이제 우울할 때면 꺼내보는 영화가 되었다. 빈도는 훨씬 적지만 헤어스프레이라는 영화는 어쩌면 내 10대 후반부터 알 수 없는 언젠가까지, 그 삶 안에서, 1960년대 볼티모어 10대들의 헤어스프레이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그들에게 있어서 하루의 완성은 헤어스프레이였다. 나는 헤어스프레이를 볼 때마다 항상 그런 기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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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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