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모두에게 힘든 인간관계:영화 '우리들' [시각예술]

우리 모두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글 입력 2017.04.2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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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오피니언에는 영화 <우리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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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


  영화 <우리들>은 어느 초등학교의 한 반에서 피구시간에 팀을 나누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각 팀의 주장끼리 가위바위보를 하고 이긴 사람이 원하는 아이를 자기 팀으로 데려가는 식이다. 자연스럽게 피구를 잘하는 아이들부터 한 명씩 팀이 결정되고 남아있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한 아이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무도 끝까지 원하지 않는 아이, 영화의 주인공 '이선'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이선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선들'이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난해서, 촌스러워서, 너무 공부를 잘해서... 때로는 이유가 없기도 하다. 반 안의 권력싸움에서 이도 저도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자연스레 외톨이가 되곤 한다. 특히나 학교라는 좁고 제한된 사회 안에서 그 권력관계는 더욱 절대적이다. 영화의 첫 장면처럼 피구경기 팀을 나눌 때 뿐만이 아니라 새학기 첫 날, 소풍 갈 때 등등. 그 미묘한 권력관계는 학교 생활 전반에 걸쳐 친구관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학창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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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이름이 뭐야?"


  그러던 어느 날, 이런 권력관계 바깥에 있는 전학생 '한지아'가 선에게 다가온다. 우연히 만나게 된 둘은 방학 기간동안 속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둘은 물론 다르다. 선에게는 당연한 평범한 가정이 지아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반면 지아는 선에게는 없는 많은 용돈과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둘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둘이 공유하는 추억만큼이나 서운한 감정들이 쌓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서운한 감정 이전에 쌓아온 우정이 더 깊었기에 이들의 사이는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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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쟤 알아?"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반이라는 사회를 공유하고 있고 그 중에 한명이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인 상황에서 선과 지아의 관계를 좌우하는 건 이 둘 뿐만이 아니다. 전학생 지아가 새 학교의 울타리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고 그 반 안에 존재하는 권력관계를 온 몸으로 체험하게 되면서 선과의 우정에는 금이 가기 시작한다.한 번 금가기 시작한 둘의 사이는 끝이 없이 벌어진다. 지아는 새로 전학온 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선은 어렵게 사귄 친구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애를 쓴다. 둘은 각자 반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인데 그 결과 남은 것은 서로에게 던진 모진 말들과 그로 인한 상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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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이런 둘을 보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사이좋게 지내야지'라는 말로 문제를 무마하려 한다. 이미 복잡한 인간관계를 많이 경험해 온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세계는 싸웠다가도 금방 화해할 수 있는 단순한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 안에 얼마나 복잡한 권력관계와 눈치싸움이 존재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말은 어른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선과 지아는 그 권력관계와 눈치싸움의 시소 위에서 멀어졌다가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진다. 비밀을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는 '우리'는 한없이 소중하고 무거운 단어이다. 그러면서도 사소한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해체되는 '우리'는 얼마나 불완전하고 연약한 단어인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혼자 살다가 혼자 죽을 수는 없다. 사람들은 '우리'라는 굴레 속에서 기쁨을 얻는 동시에 고민하고 슬퍼한다. 혼자였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감정들이다. 모든 관계는 어렵고 흔들린다. 결국 이 영화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흔들리는 관계가 선과 지아 뿐이랴. 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관계, 보라와 지아의 관계, 심지어 동생과 연우의 관계까지. 관계는 나무블럭을 쌓듯 어느 시점에 이르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계속 유지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관계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상대방과의 관계가 조금만 달라져도 불안해하고 더 나아가 그 사람과의 관계가 끝났다고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지아와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크게 싸우고 난 뒤 선은 연우와 매일 서로 때리며 놀아서 얼굴에 상처가 생기는 윤을 보고 속상한 마음에 '니가 맞은만큼 똑같이 때려'라고 말한다. 그런 선에게 윤은 천진난만하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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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인간관계에는 정답이라는 게 없지만 어쩌면 윤의 말에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약간의 힌트가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인간관계란 세상에 없다. 관계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계속해서 변한다. 멀어질대로 멀어진 인간관계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선택지가 늘 존재한다. 오늘도 수많은 관계의 끈을 손에 쥐고 힘겹게 하루를 보낸 우리에게 영화 <우리들>은 우리 모두가 그렇다며 조용한 위로를 건낸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우리들'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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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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