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오늘은 행복한 요리사

글 입력 2017.04.3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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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일본어로 '잘 먹겠습니다.'라는 이 말은 사실,
'당신에게서 생명을 이어받겠습니다.'라는 뜻이란다.


  요즘 나는 밥을 먹으면서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은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아마 그건 내가 식사라는 개념에 대해서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식사는 사실 일종의 교감의 행위이다. 정성스럽게 차려진 음식과 교감하고, 나를 위해 그 음식을 준비한 사람과 교감하고, 나와 그 음식을 같이 나누는 사람과 교감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바쁜 일상에 지쳐 이러한 교감의 행위를 그저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계적인 행위로 여기고 있었다. 쏟아지는 의무와 공부와 과제에 지쳐, 특히나 얼마 전까지 학기말을 뺨치는 과제, 팀플, 발표, 시험 콤보가 쏟아지는 바람에 정말로 '밥을 떼우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누구랑 같이 밥을 먹는 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일도, 누군가를 위해-나를 포함하여- 음식을 준비하는 일도 하질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 자연스럽게 "잘 먹겠습니다"라는 말을 잊었고, 식사라는 행위를 통해 생명을 이어받는 일을 -여기서 생명이란,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의 나눔이다- 소홀히 해왔던 것이다.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식사를 하면서 그 생명을 이어받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불행하게도, 나는 아직도 이 바람을 이루지를 못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쏟아지는 할 일들 때문이었다. 하루 하루 '자퇴하고 싶다'를 반 장난삼아 외치던 시험기간, 나 대신 이 책을 받으신 엄마는 당신이 이미 다 아는 것만 나와있다고 말씀하시며, 나에게 언제 집에 내려오냐고 물으셨다. 사실 이 책을 신청할 때의 계획이 집에 내려가서 엄마와 함께 책을 보면서 요리를 하는 것이였어서, -내가 사는 기숙사는 취사가 안 되고, 나의 요리실력으로는 혼자 요리하기가 불가능하여-  이런 질문이 나왔는데, 나는 정작 집에 내려가지 못해서 엄마에게 다시 이 책을 우편으로 받았다.

  흔히들, 멍청비용이라고들 말한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부주의해서 꼭 돈을 쓰게 만드는 멍청한 행위를 말이다. 내가 바로 스스로 이 멍청비용을 만들어 낸 셈이었다. 하지만 이 멍청비용보다도 집에 내려가서 밥을 못 먹은 게 너무 속상했다. 나는 집에서 가족들이랑 집밥을 먹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것조차 여의치 않는 상황이 참 야속했다. -그래서 더욱 자퇴짤을 열심히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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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이런 짤들. 과제버전, 시험버전, 팀플버전, 자퇴버전 등 다양하다.


 아무튼 힘든 시험기간을 다 거치고, 들여다 본 책은 매우 깔끔했다. 레시피들의 수가 굉장히 많은데 비해, 레시피 설명은 한 페이지 안에 딱 들어가게끔 편집이 되어있어서 초반에는 얼핏 너무 간단하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기한 건 찬찬히 살펴보면 들어가야 할 설명이나 절차는 나름 다 들어가 있는 듯 했다. 글을 쓰든, 말을 하든 장황하게 설명하는 버릇이 있는 나에게는 신기할 정도로 귀신같은 요약이었다. 그래도 나 같은 '요알못'에게는 이 간단한 설명과 깔끔한 구성이 약간은 버거울 듯했다. 반대로 영양학과 출신에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갖춘 엄마에게는 쉽게 느껴진다고 하니, 어느 정도 요리를 하는 자취생들이라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교환학생을 갈 때 이 레시피 북을 들고 갈 것이다.  시험기간 때문에 집에 못 내려가서 요리를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곧 연휴가 오고 3일 뒤면 집에 내려갈 수 있으니 못했던 걸 그때 해보아야겠다. 이번 학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집에서 가족과 식사를 할 수 있겠다. 얼른 행복한 식사를 하고 싶다.





저 자 : 주 연 우
규 격 : 신국판 변형(210×225)
쪽 수 : 272쪽
출간일 : 2017년 3월 30일
정 가 : 13,000원
ISBN : 979-11-85973-23-4(03590)
출판사 : 도서출판 따스한 이야기
문 의 : 070-8699-8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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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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