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처럼 낯선 [시각예술]

영화 클로저
글 입력 2017.04.28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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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낯선사람?"이란 대사로 시작되는 영화 클로저에 대한 내 첫 느낌은 정말 최악이었다. 마치 미국식 막장드라마를 섞어놓은 듯한 전개는 내 미간을 찌푸리게 했으며, 결국 나는 반을 남겨놓은채 영화를 꺼버렸다.

 우연히 거리를 거닐다 서로에게 매료된 댄과 앨리스는 연인이 된다. 소설가를 꿈꾸지만 신문에 부고 기사를 쓰는 댄은 앨리스를 소재로 작가로 데뷔한다. 운명의 장난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앨리스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프로필 촬영으로 안나를 만나게 된 댄은 자신의 연인 앨리스를 숨기지 않으면서 그녀에게 반해 대쉬한다. 앨리스는 그 사실을 알게되지만 모르는 척 넘어가고 댄은 안나가 자신을 받아주지 않자 랜덤채팅을 이용하여 안나에게 무안을 주려고 한다. 댄 덕분인지 래리와 안나는 또 다른 낯선만남을 하게 되고 이 둘은 결혼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속 댄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없이 철부지 아이처럼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랑하는 이가 있으면서 또 다른 낯선 이에게 사랑을 말하고 또 그녀가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또한 래리는 안나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자꾸 성적인 것에 집착하고 안나 역시 댄의 끊임 없는 구애에 흔들린다. 이 이상한 스토리로 맘이 불편해진 나는 영화를 끄게 됐지만 자꾸 어딘가 여운이 남고 찝찝한 마음에 결국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반을 넘어가고 있었지만 이 막장 전개는 계속 되었다. 결국 댄과 안나는 본인들의 애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남을 계속해 왔고 댄과 앨리스는 헤어지고 래리와 안나 역시 이혼했다. 하지만 댄은 불안한 사랑의 시작 때문이었는지 안나의 사랑을 계속 의심하고 댄 역시 래리처럼 잠자리 문제에 집착한다. 안나와의 이혼 이후 힘든마음을 달래기 위해 간 클럽에서 래리는 앨리스를 만난다. 이미 이름을 알고있는 래리는 앨리스에게 이름을 요구한다. 본인이 알고 있는 이름과 다른 이름을 계속 알려주는 앨리스에게 래리는 진실을 말하라며 절규한다.

 이 네 주인공들 모두 사랑의 진실이 필요했던 것이다. 결국 안나는 댄에게 지쳐 래리와 재결합하고 래리를 찾은 댄에게 래리는 앨리스가 일하는 곳을 알려준다. 댄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앨리스는 그를 예전처럼 받아준다. 영화 첫 장면에서 앨리스가 낯선 뉴욕으로 떠나온 것에 대해 사랑하지 않아 떠나왔다고 얘기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 상대방의 진실이 흔들리더라도 떠나지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냥 이렇게 서로가 각자의 사랑으로 돌아가 끝나는 영화였다면 정말 막장 영화에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내겐 한없이 불편하기만 했던 이 영화가 내 마음 한켠에 자리잡게 된 이유는 바로 이 앤딩 부분이었다. 댄은 결국 돌아온 앨리스에게도 진실을 요구하면서 그녀가 원치않는 물음에 대답을 강요하게 된다. 화가나 밖을 나간 댄은 다시 들어와 그녀에게 사랑을 얘기하지만 그의 모습에서 마음에서 이미 사랑은 사라진지 오래일 뿐이다. 그는 진실없는 사랑 속 외로움만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사랑을 말하는 그에게 앨리스가 묻는다. "사랑이 어딨어? 보여줘","몇 마디 말로 들리긴 하지만,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아." 이 말과 함께 그녀는 그에 대한 본인의 마음이 떠났음을 깨닫고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 끝에서 댄은 앨리스라는 이름은 가짜였음을 알고 절망한다. 결국 영화에서 가장 거짓없이 사랑했던 앨리스 역시 언젠가 본인의 사랑이 끝날 것이라는 것을 예언이라도 했듯 자신이 사랑했던 이에게 끝까지 자신의 본명을 말하지 않았고 오히려 낯선이인 래리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힌 것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천 수만가지의 감정을 한 단어로 정리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은 수만가지 감정을 담아 사랑을 말한다. 그래서 때론 우린 수만가지 행동 대신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행동과 마음이 없는 사랑은 그저 한 단어에 불과할 뿐 그 어느것도 대신해주지 않는다.

 영화 마지막 장면의 앨리스 대사는 이런 사랑이라는 단어의 공허함을 잘 집어냈다. 사랑은 단어 하나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지만 결국 말 뿐인 사랑은 잔인하고 공허할 뿐이다. 이 영화는 결국 진실없는 사랑의 최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세상에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랑도 진실과 믿음 없이는 유리처럼 가볍고 약하다는 것이다. 영화 클로저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 하다. 당신의 사랑을 정녕 진실한지.


[김휘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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