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자답게'의 의미는 바로 '나답게' [문화 전반]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지워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하여
글 입력 2017.04.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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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유치원에 다닐 즈음엔 '여자색'과 '남자색'의 구분이 뚜렷하게 존재했다. 특히 핑크색은 여자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고, 핑크색 옷이나 소품을 가지고 있는 남자아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심할 경우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핑크색을 입은 남자는 희화화되기 십상이었으며, 그도 그럴것이 핑크색이나 여성적인 아이템을 착용하는 것은 일종의 개그행위에서나 존재했던 것이다. 단순히 색깔에서만 해도 어렸을 때부터 남성성, 여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자라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러한 고정관념을 학습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전 나온 자동차회사 아우디의 광고이다. 장난감 가게의 불이 꺼지고, 모든 장난감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란색 코너에는 자동차, 블럭, 로봇 장난감들이 전시되어 있고 핑크색 코너에는 예쁜 옷을 입은 인형들과 인형의 집들이 즐비해있다. 그 중 한 인형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호박마차를 내팽겨치고, 스포츠카를 멋드러지게 운전하기 시작한다. 근육이 멋진 남성 군인 인형은 티타임을 즐기며, 치마를 입은 인형이 슛을 멋지게 때리거나 '마이리틀포니' 인형은 보드를 타며 다른 인형에게 윙크를 날린다. 이러한 광경은 참 신선하다. 달리 말하면, 익숙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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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카레이서, 커리어 우먼, 게이머 복장의 바비인형


  아우디의 광고나 아리따운 인형들이 전투복을 입고입는 광경은 생소하다. 이것들이 생소한 것은 '일반적인, 보통의 것'이 따로 존재한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보통의 것이란 남자들이 하는 것과 여자들이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차별적 인식은 결코 지금 당장 사고를 통해 든 생각이 아니며, 기억 언저리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고정관념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학습하며 자라면, 자신의 생각에 대해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생각에 한계가 생기기 시작하면 선택에도 한계가 생기기 시작한다. 나아가 아이들의 장래희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전투기 조종사나 프로게이머 같이 '남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직업을 장래희망이라고 적어낸 여자아이들에게 여자답지 못하다며 일침을 가한다. 그게 아니면 꿈 자체로 바라보기 보단, 조금 '독특한' 선택이라며 특별취급을 한다.

 


  위의 영상에 출연한 참가자들은 "여자답게 뛰어보라"는 요청을 받는다. 남자아이부터 어른, 성인여자까지 요청받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풀나풀 뛰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정작 여자아이들은 달랐다. '여자답게 뛰어보라'는 요청에 아이들은 무척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뛰기 시작한다. '여자답게 공을 던져보라'는 요청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여자답게'라는 말을 최선을 다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며 '여자답게'라는 말에는 불필요한 의미들이 하나씩 첨가된다. 조신함, 얌전함, 신체적 유약함··· 이러한 의미가 축약된 '여자답게'라는 말은 아이가 자라는 동안 점점 그들의 가능성에 제한을 두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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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마운틴 금광의 트럭 기사
 

  미디어에서 하나 둘씩 성평등에 관한 광고, 기존의 남자-여자 패러다임을 뒤집는 구도의 광고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어떤 이들은 변화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며 역차별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다는 것 자체가 무언가 기존과 다름을 느낀다는 것이고, 이것은 어쨌든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이 뚜렷이 구분되어 마음 속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여성이 지질학자, 트랙터 기사라고 하면  "여자인데, 대단하다!"라는 반응은 적절치 않을 것이다. 그분들의 직업에 대해서 굳이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서도 그 자체로 감탄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여자답게'라는 말은 그래서 결국, 여성들에게 있어서 '나답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야 하는 것이며 그 때에 비로소 '나답게'라는 말은 자기신뢰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이미지



최예원.jpg
 

[최예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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