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영화 분노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4.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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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살인사건, 세 명의 용의자, 충격적인 범인의 정체!
 
무더운 여름의 도쿄, 평범한 부부가 무참히 살해된다. 피로 쓰여진 “분노”라는 글자만이 현장에 남은 유일한 단서. 그리고 1년 후, 연고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난다.

치바의 항구에서 일하는 요헤이(와타나베 켄)는 3개월 전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딸 아이코(미야자키 아오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코는 2개월 전부터 항구에서 일하기 시작한 타시로(마츠야마 켄이치)와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요헤이는 타시로의 과거를 의심한다. 클럽파티를 즐기는 도쿄의 샐러리맨 유마(츠마부키 사토시)는 신주쿠에서 만난 나오토(아야노 고)와 하룻밤을 보내고 동거를 시작한다.

사랑의 감정이 깊어져 가지만, 유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나오토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다. 오키나와로 이사 온 고등학생 이즈미(히로세 스즈)는 새로 사귄 친구인 타츠야(사쿠모토 타카라)와 무인도를 구경하던 중 배낭여행을 하던 타나카(모리야마 미라이)를 만나게 된다. 친절하고 상냥한 타나카와 친구가 되는 두 사람. 하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범인을 쫓고 있던 경찰은 새로운 수배 사진을 공개하는데…

내가 사랑하는 당신… 살인자인가요?

[ 출처 : 네이버 영화 ]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집합해서 나오는 일본특유의 감성을 가진 스릴러 영화, <분노>

개봉하기 전부터 일본영화의 팬이라면, 스릴러 영화의 팬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졌던 영화. 제 40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최다 수상이라는 화려한 경력으로 단번에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정말 개봉하기를 기다렸던 작품이었다. 이상일 감독은 소설을 읽고 ‘나 스스로도 어떤 감정인지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눈물이 났다’라고 말했었는데, 지금의 이 영화를 본 내가 그렇다. 나도 잘 모르겠는 감정들이 울컥 울컥 동요하고 움직이게 됐다.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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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줄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캐릭터 관계 속에서 어느 누구도 오래 만난 인연은 없었다. 대부분이 갑작스레 알게 되고 서로를 믿고 의지하게 되는 관계들이다. 신뢰라는 것이 기간에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것임은 맞지만 스릴러 영화라 그런지 괜히 왜 저리 빠르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또 어쩔 수가 없다. 신뢰가 기간에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의심은 어떨까. 신뢰가 무너지는 건 얼마나 걸릴까. 의심. 누군가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 정말 찰나의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설마로 시작해 어느새 확정짓고 있는 순간들을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한 번 쯤은 겪거나 봐왔을 모습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마라면? 이라는 질문을 통해 가장 깊은 신뢰관계에 극도의 의심을 던진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는 하지만 어떻게 회복되는지 혹은 의심의 결과는 어떻게 돌아오는지에 대한 것 또한 던져주고 있다. 순간의 의심은 모든 관계를 엉망으로 만든다. 확실히. 믿음의 뿌리였던 하나하나의 순간들은 어느새 모든 게 의심으로 뒤덮어져 그를 봐라보게 만든다. 그 끝이 오해의 해결이라면 그건 best. 그게 아닌 넘겨짚기 혹은 의심에 따른 ‘결정’으로 만든다면 어떤 순간에서든 그 행동들은 후회와 선택의 결과가 되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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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든 생각은 사소한 판단이 만든 결과물이 바로 의심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의심의 시작이 과연 누군가가 하는 행동을 본 순간일까? 아니면 그런 순간들을 겪으면서 당시에 묻지 않고 스스로 판단내리거나 넘겨짚었던 지난날들이 모인 결과일까. 필자는 후자라고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주시하고 지켜보고 생각한다. 어딘가 말이 없는 것에 대해서, 혹은 내가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 그들은 생각하고 어딘가 불편하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꺼내고 나의 생각을 말하는가? 아니다. 마지막에 나온 내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자라는 물음에 대해서 지난날들은 당연히도 그 물음에 대한 답처럼 다가오게 된다.

 
 
뛰어난 연기의 향연

이미 캐스팅만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배우들의 역량은 전작들로 검증된 상태이다. 하지만 엄청난 캐스팅을 한 수많은 영화에서 몇몇 배우들이 빛을 못 받거나 역량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분노는 다르다. 각각의 배우가 빛나고 제 역할을 다했으며 어느 하나 아쉬움이 없었다. 장면 장면에 모두 녹아내려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보기 드문 영화였다. 정말 모두가 빛났던 배우. 특출하게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정말 모두가 그야말로 ‘열연’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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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마 역할을 맡은 츠마부키 사토시

 
그 중 인상 깊었던 한 배우의 연기가 있었다. 유마 역할의 츠마부키 사토시. 수려한 외모를 가진 이 배우는 이 영화로 일본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제 6회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워터 보이즈]로 얼굴을 알리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세와 많은 팬들을 얻었으리라 생각된다. 그가 연기한 유마 역할은 굉장히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캐릭터로, 자신의 약점은 아픈 어머니밖에 없는 인물이다 게이 캐릭터를 맡아서 팬들 사이에서는 꽤나 이목을 끈 듯하다. 그 중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장면은 바로 어머니의 비보소식을 듣고 뛰어와 병실 앞에 멈추는 장면. 병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애인에게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며 슬픈 얼굴이지만 애인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띄우는 것. 그리고는 ‘무슨 말을 해야하지’라고 말하며 극한의 아픔과 슬픔이 휘몰아치는 얼굴을 하는 모습. 자신의 가슴을 연거푸 치는 모습 등에서 정말 몇 초 안되는 장면이지만 캐릭터의 심경과 태도, 성격, 아픔 등이 절실히 느껴졌다. 다른 연기력이 돋보이는 장면들이 수없이 많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캐릭터의 상황과 심정을 제대로 느낀 것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오로지 배우의 역량으로 이뤄진 장면이라 생각된다.
 
 

의심의 근본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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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 중 요헤이와 아이코의 모습

 
이 영화에서 요헤이와 아이코의 관계 역시 눈여겨 봐야한다. 앞서 줄거리에서 말했듯이 아이코는 돌연 가출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다가 아버지인 요헤이가 다시 고향으로 데려온다. 작은 시골마을이라는 공동체는 좁고 빠르다. 요헤이 본인은 딸을 지켜내려고 노력하려 하지만 그 시작이 딸에 대한 걱정이 아닌 딸에 대한 요헤이 스스로의 ‘고정된 편견’으로 시작됨을 알 수 있다. 아이코의 곁을 지키고 아이코가 사랑하는, 아이코를 사랑하는 타시로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것이 딸 옆에 있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서가 아닌, 딸인 아이코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이런 딸을 사랑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일리 없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머리가 띵했다. 결국은 모든 의심이 타시로에게 향했지만 사실은 그 의심의 근거가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 의심의 근거. 의심의 근본.

우리는 계속 경계해야한다. 의심이 그 사람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이 의심이 왜 생겨났는지. 근거가 무엇인지. 사실은 다른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닌지. 내가 바꿔야 할 것은 진짜 무엇인지. 내 의심을 풀려면 ‘누구’와 풀어야 하는지. 우리는 누구를 판단하고 있는지.
 
 


 
생각한 것보다 짜임새 좋았던 영화 < 분노 >, 우리는 어디에 분노하고 있고, 무엇을 의심하고 있고 누구를 믿는가. 꽤나 철학적인 질문일 수 있는 이야기를 사건을 통해 잘 전달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믿음이란. 내가 생각하는 의심이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살인자라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많은 질문들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믿음과 의심의 관계에서 내가 가져야할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의심이 드는 순간 바로 말하고 물어보는 것. 혹여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다시 제대로 사과하는 것. 믿음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지만 그게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아님을 알았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우리가 살면서 명심해야할 가장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믿음’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분노. 믿어 의심치 않는 좋은 영화다.


[김정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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