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행복한 요리사. 포장을 뜯자 주연우 셰프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타이틀에 딱 어울리는 표정이다. 무엇이 그를 행복한 요리사로 만들었고, 무엇이 그를 그렇게 웃음짓게 했는가.

책 안에는 주 셰프가 차곡차곡 담아온 행복의 비밀이 들어 있다. 명동과 이태원에서 맛집으로 손꼽히는 일본 가정식 식당 '진돈부리'. 진돈부리에서만 맛볼 수 있을 예쁜 밥상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니. 평소였다면 귀찮다는 생각만 먼저 들었을 텐데, 고슬고슬 매끄러운 밥알과 그 위를 덮은 고소한 튀김, 혹은 촉촉한 어패류, 그리고 따듯한 미소 된장국 한 그릇을 상상하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꽤 일식을 즐겨 먹는 편이다. 매일 한식을 먹다가 질릴 때, 하지만 결국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인지라 밥이 먹고 싶을 때면 따듯한 일본 가정식이 떠오른다. 그릇마다 정성스레 담긴 소담한 음식을 보면 벌써 배가 부르고, 한 입 가득 먹고 나면 금새 마음까지 넉넉해진다. 한식도 따듯한 밥과 국 한그릇 먹고 나면 마음이 포근포근해진다. 다만 일식 가정식은 한식과 비슷한 듯 다른 매력이 있다. 조금 더 달콤한 맛이 휙 강하게 혀 끝에 차오르고,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재료들이 각각 담겨 있는 모양새가 그릇 위에 선하다. 플레이팅도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한식에 비해 반찬의 가짓수가 적기 때문인지 한 그릇으로도 한껏 푸짐해지는 음식이 참 많다.

 

마음 가득 식탐으로 채우고 페이지를 넘기자 가장 먼저 함박 스테이크가 등장했다. 앞뒤로 페이지를 스윽 넘기며 훑어보니 돈부리부터 나베, 도시락으로 싸기 좋은 음식까지 다양한 종류의 일본 가정식이 줄줄이 이어진다. 돈부리 류만 있나 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요리들이 올라와있다. 그래서 책이 이렇게 도톰했나보다.

그렇게 페이지를 계속 들추며 어릴적 그림책 읽는 기분으로 계속 웅크린 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다소 사소한 이야기지만, 플레이팅이 너무 예쁘고, 수록된 자료 사진의 색감도 참 때깔이 곱다. 최근 먹방이며 먹툰이 한창 유행하지 않았나. 레시피 북을 보는 기분이 그와 유사할 수 있겠다.

받자마자 야심차게 책을 열었던 내 손끝은, 사실, 끝내 부엌으로 가서 후라이팬을 잡아들기엔 실패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요리들이 많아 만들려면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내 마음이 단 하나의 페이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선택지가 너무 많다! 참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조만간 집에 친구들을 가득 부르고 북적북적 부엌을 붐비게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맛있는 건 함께 나눠먹을 때 더 맛있는 법이니까. 그 날을 위해서 계속 탐독할 테다.

나를 행복한 요리사로 만들어 줄, '오늘은 행복한 요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