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우리의 노동이 나아갈 세계에 대하여, < 호모 로보타쿠스 >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글 입력 2017.04.24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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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은 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서, 흔히 인간은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이 이념체제 속에서 개인이 가진 자본의 양은 개인의 삶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며, 나아가 한 사회의 권력구조를 생산하는 근본이 된다. 생계를 위해 모든 이에게는 자본이 필수적이고 고로 노동 역시 필수적이지만, 우리는 때로 더욱더 많은 자본을 획득하여 사회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노동하고 또 노동하기도 한다. 우리는, 로봇이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연극 <호모 로보타쿠스>는 이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과연 우리가 잊었을 지도 모르는 '목적지'에 물음을 던지며 시작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 노동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노동이 이미 나의 삶을 잠식해버리지는 않았는가.

  이 연극은 1920년 체코, 카렐 차펙의 희곡 R.U.R (Russon's Univeral Robots)을 각색한 것이다. 설명을 약간 덧붙이면, 원작에서 '로섬'이라는 과학자는 인간보다 우월한 생명체를 창조하기 위해 '로봇'울 만들었다. 이렇게 하나둘씩 인간의 모든 노동행위를 장악하게 된 로봇은 창조주 인간을 넘어 반란을 꿈꾼다. 노동을 로봇에게 빼앗겨버린 인간은 결국 그 반란에 대항해 살아남지 못한다. 1920년대 성공한 공산주의 국가였던 체코슬로바키아의 문학답게, 전반에 마르크스의 사상이 눈에 띄게 녹아들어 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노동자는 노동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 노동이 있어야 내가 있다. 이러한 전제 때문에 희곡에서 노동하지 못하는 인간은 몰락하고 만 것이리라. 하지만 편리만 추구하는 인간이 점점 더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병들어가는 이 시대를 보면, 그러한 상상이 꼭 비현실적인 것만도 아닐 것 같다. 마르크스의 주장에 따르면 공산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의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공산주의 혁명을 이루어내고 새로운 사회가 도래한다. 지배계급과의 갈등 속에서 연대하면서 노동자들이 힘을 키우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즉 다시 말해 원작 희곡의 이야기는 이 '로봇 노동자'들 역시 마르크스의 이론대로 힘을 키우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어버린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이 신성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막연한 두려움이 기저에 강하게 깔려있었을 것이다.

  공산주의라니 멀게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념을 차치하고 우리는 더이상 노동의 몰락을 지켜볼 수는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본주의로부터 한 발짝 후퇴하여 사회민주주의를 지켜가는 북유럽 국가들은 연일 '유토피아'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고, 노동에 관한 화두가 많은 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이 되는 것을 우리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있기에 <호모 로보타쿠스>가 원작에서 어떻게 각색된 모습으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지 너무나도 기대가 되는 바이다. 원작이 로봇의 반란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나아가야할 길을 제시해주었다면, 이 연극은 로봇의 창조주 인간이 가지는 자기모순에 보다 주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이 낱낱이 보여주는 이기적 인간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내면에 모르는새 녹아있었을 지 모르는 것이다. 이 시대 인간상에 대한 속깊은 통찰을 기대해본다.



공연정보

호모 로보타쿠스_포스터.jpg
 

<호모 로보타쿠스>
2017.04.27 – 05.07 /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평일 8시/ 토요일 4시 , 7시/ 일 4시 (월 공연없음)
    
티켓/ 정가 20,000원 
예매처/ 인터파크 ticket.interpark.com 1544-1555 
제작/ 큰새프로젝트 

바로 예매하기

 

시놉시스
    
  이스트반 대륙 외곽, 에린 섬. R.H.C.(Rossum's Homo-robotacus Company)
R.H.C.는 인간의 모습을 한 노동 기계, 신 인류 호모 로보타쿠스를 생산/판매 하는 회사이다. 감정도, 욕구도 없이 지치지 않고 일만 하는 이들의 탄생으로 인류는 노동과 가난으로부터 해방된다. 어느 날 그의 회사로 재력가의 딸이자, 인권운동가인 헬레나가 찾아와, 호모 로보타쿠스들의 인권보호를 주장하며 회사의 생산을 막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R.H.C. 심리연구소장 수잔 박사의 우연한 실험으로 인해 호모 로보타쿠스들은 자체 진화를 겪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인격이 형성된다. 인격이 형성된 호모 로보타쿠스들은 인간의 지배자가 되고 싶어 하고, 결국 혁명을 일으키는데...
 
 
 
연출의 글
 
1920년 이 작품의 원작 희곡인 “R.U.R.”의 세계관에서 무려 1세기가 흘러간 지금, 과거의 상상 속 유토피아적인 세계는 더 이상 픽션이 아니다. 카렐 차펙이 창조해낸 ‘로봇’이라는 것은 이미 자동차의 부품을 만들고, 인간의 병을 고치며, 심지어 누군가의 방을 청소해준다. 세상은 가끔 불편하다 싶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급변하는 이 세상은 ‘편리’를 추구한다. 인간은 늘 편리해져만 가는 이 세상에 적응해야 하고, 또 다른 그 ‘무엇’을 향하여 끊임없이 갈구하며 살아간다. 도대체 이 ‘무엇’은 뭘까? 우리는 이 변화를 온전히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해결되지 않는 고민, 어쩌면 정답이 없는, 아주 원초적인 질문이 생겨버렸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호모 로보타쿠스_공연상세페이지.jpg
 

강우정.jpg
 

[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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