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금희를 잘 읽는 방법 [문학]

글 입력 2017.04.22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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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서사 자체가 주는 흥미로움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하지만 다른 것도 아닌 순문학, 순수 소설을 읽는다면, 우리는 그 활동에서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나 오락 이상의 '가치로움'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소설을 좋아하고 오래 써 왔는데도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는데,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가 바로 그 가치로움을 건져 올리게 만들어 주었다.


  김금희의 소설에는 보통 이상한 인물 한 명이 등장한다. 너무 한낮의 연애에서는 양희, 문상에서는 희극 배우, 세실리아에서는 두말할 것 없이 세실리아인 식이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이상한 인물을 지켜보고, 그 인물의 일부를 발견한다. 이름은 없는 세계에 사는 조중균을, 홀로 동결해갔을 세실리아를, 나쁨을 온몸으로 견디는 희극 배우의 얼굴을 확인한다. 우리가 김금희의 작품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낀다고 말할 때는, 주인공과 그 이상한 인물에게 이입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도 이런 인물이 분명히 존재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현실에서 우리가 양희나 조중균을 만난다면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처럼 그 인물들을 기꺼이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을까? 그런 존재들이 실재함을 확인하는 정도 이상으로 그 사람들을 완전히 포용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닐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합리적인 인물들, 논리를 갖지 못한 그들은 현실에서는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것보다 더 함부로 판단되고, 어떤 배려도 없이 이야기되고는 한다. 우리는 아예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독서에서 무언가를 얻어야만 한다면 바로 이런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잠깐 그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해 보는 정도라면 소설보다는 기사를 읽는 것이 적합하다. 김금희의 소설만이 아닌, 모든 소설이 그렇다. 책을 읽는 일은 능동적인 행위이고 적극적인 독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수많은 활자 속에서 '가치로운 무언가'를 건져올릴 수 있으니까.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결국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함이니까. 그래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결과적으로는 더 나은 삶이 가능해지는 세계를 만들기 위함이니까.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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