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는 나의 단비 [문화전반]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글 입력 2017.04.2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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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내가 해본 적이 있었던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영화를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는 영화를  “혹독한 더위와 목마름에 빈곤하고 힘든 폭염의 날, 시원하게 그러나 서늘한 모양새를 풍기며 내리는 ‘단비’.”와 같은 것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폭염이 드리운 날은 아마도 평소와는 다르게 더욱 힘들고 지치고 짜증나는 일상의 연속인 나날일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그 뜨거움과 짜증의 열기가 팽만한 그곳에 ‘비’가 내려진다고 오롯히 상상해 보자. 비가 오는 순간 마치 그것은 ‘단비’ 처럼 느껴질 것이다. 금방이라도 빵하고 터질 것만 같은 답답한 열기는 떠나 버리고 점점 비의 서늘함이 과열 된 날씨를 식혀준다. 그리고 비의 시원함은 점점 한껏 달아오른 폭염과 내 마음을 중화를 시켜주는 것만 같다. 왠지 도망치고 싶었던 오늘, 하루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릴 여유와 비 소리만 가득한 고요함을 가져다가 주는 단비, 나에게 영화는 모처럼 꿀 같은 ‘단비’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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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나의 삶속에서 밀접한 사이를 맺고 있다. ‘영화’를 내 삶과 연관을 지어 말을 하자면, 나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고등학생 시절, 공부를 해야 하는 고단함은 나를 오히려 영화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공부라는 마른 현실의 목마름을 피해, 단비를 찾았던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나는, 현재 개봉한 영화부터 족히 우리 윗 세대들이 추억할만한 시대의 영화까지 참 다양한 시대의 많은 장르의 영화를 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미술반이라는 특성상 별종의 성향의 친구들이 꽤나 있었던 탓일까? 나처럼 영화에 빠진 세 명의 개성 짙은 학급 친구들도 나와 함께 영화에 취한 학교생활에 동참하였다. 우리는 공부대신 야간자율학습시간에 영화를 함께 몰래 돌려보기도 하고 영화라는 주제를 두고 작은 토론의 장을 열기도 하고 서로 갖고 있는 희귀한 영화들을 공유하며 나름 영화와 밀접하기 지냈 던 시기를 보냈다. 그 당시에는 단순히 재미있는 취미생활 중 하나가 영화이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시절의 영화는 나에게 큰 재미이자, 꿀 같은 휴식이자 탈출구 였다.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어딘가로 갈 수는 없지만 영화를 통해 다른 세상을 다른 문화를 간접적으로 접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니게 하는 가치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호기심 많고 뭔가 감옥에 갖혀 있던 것만 같던 그 시절 ‘단비’ 와도 같은 영화는 나에게 많은 애상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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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과 <허니> 같은 영화를 보고, 멋진 자연과 어울러져 살아가는 모습에 기염을 토하는 나를 발견 할 수 있다. 상상도 못할 멋진 자연과 함께 동화되듯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도시와 건물의 좁은 시야에 마음조차 좁아진 것 같은 때에,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탁 트인 열린 시야와 푸르름에 내 마음까지 한껏 푸르러 지고 트여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란영화 <택시>를 보면 나와 다른 그들의 사고방식과 다른 문화를 엿볼 수 있어서 견문이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또한 ‘이란’ 이라는 평소 낯설고 멀게만 생각 되었던 땅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 속 소소함을 엿볼 수 있어서 그들이 보다 가깝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카모메식당> 같은 영화를 보면, 마치 내가 자연이 아름다운 평화로운 도시 핀란드에서 식당을 차리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삶을 보내고 싶은 로망을 대신 현실화시켜 보여준다. <가장 따듯한 색 블루>를 보면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나를 지배하던 편견과 사랑의 감정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시 생각 해 보게 되는 경험을 갖게 해 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접하면, 물론 두 감독의 영화의 색은 각자 다르지만 소수의 이야기 혹은 있을법한 이야기를 실제처럼 구체화시켜 현실적이면서도 가상의 영화답게 그리고 미학적으로 잘 그려내어 적잖은 충격과 재미를 준다. 그들의 영화를 보고 나면 철학적이지만 인문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끈임 없이 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며 끝없는 몽상과 함께 어느 것 하나 답 없는 그 본질의 기로 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희열을 느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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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이나 <밀양>과도 같은 상처와 그를 극복해 나가는 영화를 보면, 공감과 함께 나도 아무에게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내면 속 깊숙이 첩첩산중 꽁꽁 숨겨놓은 트라우마와 같은 고질적인 상처들을 수면 위로 올려 보다 더 이성적으로 자아성찰하게 되며 영화와 함께 스스로 나를 가다듬고 먹먹한 위로와 보듬음을 건네어 받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듯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건네어 받는 따듯한 위로와 공감은 누구한테도 털어 놓지 못하는 어떤 것에 대한 외로움과 답답함 혹은 패배감과 우울한 좌절 속에서 뭉친 응어리를 풀어주는 매개체가 되어주는 것 같다.
 
가끔씩 사랑의 감정이 떠오르고 추억이 드리우는 날에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나 <클래식>같은 영화로 사랑에 대한 기억과 달콤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써 영화를 통해 미술과 영상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영화는 예술장르에 속하는 시각예술이다. 예술의 가치는 그 어떤 물질적 가치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예술이 갖는 그 가치는 상상할 수가 없으며 위대하다. 그 중에서 영화는 가장 쉽게 가난한 사람도 접할 수 있는 대중예술이다. 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예술의 가치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예술 중 하나가 바로 ‘영화’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삶 속에서 많은 핸디캡을 겪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영화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영화라는 매체가 없었다면 그런 세상을 생각하기 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하다. 영화는 가까운 데에 있으며, 삶과 가치관에 크나 큰 영향을 주는 예술이다. 영화가 없었다면 다양한 감성을 품고 나만의 풍부한 상상을 하는것, 스트레스를 저 구름 뒤로 날려 보내는 것, 위로를 건네받을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한정적이 되었을 것 같다. 영화의 부재는 삶을  보다 피폐하고 건조하게 되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영화는 내 삶에서 뗄 수 없는 스승 같은 친구 같은 존재가 되었다. 매 순간 함께 일 수 없지만, 말라가는 일상 속에서 이따금씩 ‘단비’가 되어 내게 다가와 때론 인생의 지표를 때로는 그저 재미와 힐링을 때로는 목표와 희망을 준다.


'당신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나는 오늘도 ‘단비’ 같은 영화와 함께 일상을 보낸다.


[서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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