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그 모든 눈부신 색깔들: 아이유 정규 4집 - Palette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4.22 01:5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img_20170420100700_4908d2ef.jpg


마침내, 그녀가 돌아왔다.

선공개 2곡이 모두 차트 1위를 독식하고, 
22일 전곡 공개 직후부터 모든 수록곡으로
소위 말하는 차트 '줄세우기'를 시작하며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독주를 시작한 아이유의 정규 4집 'Palette'.


 사실 그녀가 이만큼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모두가 알다시피 2년 전,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군 '제제' 논란 때문이다. 해당 논란은 이번 앨범에 대한 생각과는 거의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그녀와 그녀의 음악을 이야기 할 때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어 버렸다. 그 엄청난 논란 이후, 그녀에게 실망했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다시 음악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논란들에도 그녀가 보여주는 음악성을 더 높이 산 사람들도 있었다. 필자 역시 그런 입장이었다. 어찌 되었든, 사람들은 한동안 그녀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지금 생각하면 2년 이라는 시간도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대중 가요를 하는 가수로서는 꽤 긴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아이유와 함께 활동하는 가수들이나 아이돌들만 보더라도, 긴 공백기를 가졌다가 컴백한 이후 예전만 못한 평가를 받는 경우도 정말 많다. 그렇기에 2년 정도의 공백기를 가지고 다시 돌아올 때는 여러 가지 위험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긴 시간동안 쌓여 온 팬들의 기대, 혹은 그보다 더 풀기 어려운 여러 부정적인 이미지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치부하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ss_201724561492130996.jpg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은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기대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보통 이렇게 제어가 되지 않는 기대를 다 충족시켜주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런데 선공개곡부터 심상치 않더니, 전곡을 듣는 동안 그 많던 기대도 걱정도 그냥 다 없었던 일처럼 먼 나라 이야기처럼 어딘가로 없어지고 말았다. 아무리 나름대로 좋아하는 가수의 앨범을 듣는 것이더라도, 처음 들을 때 전곡이 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보통 필자는 좋아하는 가수들의 앨범을 처음 다 돌려 듣고, 그 중에서도 정말 취향에 맞는 노래들만 빼서 열심히 듣는 편이다. 물론 그러다가 나중에 가서는 처음에 별로라고 생각했던 곡의 매력에 빠져서 '회개'를 하는 경우도 많다. 어쨌든 중요한 건, 처음 들었을 때 전 곡이 좋았던 앨범은 정말 드물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힘든 일을 아이유가 해냈다. 음악은 물론 취향이지만, 그녀는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정말 오랜만에 멋진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사실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이 빼곡히 새겨진 차트를 보면, 이게 꼭 필자 본인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에는 음원 차트를 두고 각 가수들의 팬들 끼리의 경쟁이 무척 치열하기 때문에 내로라 하는 가수들이 신곡을 발표해도, 수록곡은 커녕 타이틀 곡 한 곡으로 1위를 하기도 어렵다. 수록곡 전체가 차트 상위권에서 도무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즉, 꼭 그녀의 팬들만이 아니라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노래가 좋다고 생각한다는 뜻일 것이다.





2017041302119_0.jpg
 

 이렇게 또 다시 전무후무한 기록을 써내려가는 아이유의 이번 앨범을 처음 감상하면서 느낀 감상을 짧게나마 정리해보았다. 각 노래 마다 인상적으로 귀에 들어왔던 가사들과, 짧은 감상, 그리고 앨범의 제목이 '팔레트'인 만큼 어울리는 색깔을 덧붙여 보았다.


# 이 지금
시간은 많아 이대로면 아마
영원히 살 수 있지 않을까 
(...)
더 놀라운 건 지금부터야
 
이번 앨범의 첫 트랙으로, 깃털같이 가벼우면서도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곡이다. 구름을 떠다니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자신이 본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하는 그림이 상상되었다. 소설 같은 이야기의 당당한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 속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이 지금'이라는 단어가 아이유의 SNS 계정명이라는 점을 알고 들어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팔레트
왜 그럴까 조금
촌스러운 걸 좋아해
(...)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때
그저 나일 때
가장 찬란하게 빛이 나

 이번 앨범의 두 타이틀 곡들 중 하나로, 빅뱅의 지드래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2년 전의 타이틀곡 '스물셋'에 이어 스물 다섯이라는 그녀의 나이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노래로 풀어냈다. 스물 다섯이라는, 어찌 보면 어린 나이에 '나를 좋아하기도, 나를 미워하기도' 하는 대중들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려 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에도 불구하고 흥얼거리듯이 스물 다섯살을 노래하는 그녀는 각자의 길을 찾아 허덕이고 있는 청춘에게 편안한 쉴 곳이 되어 준다.


# 이런 엔딩
어떤 맘을 준 건지 너는 모를 거야
(...)
네 말대로 언젠가 나도
나 같은 누군가에게
사랑 받게 될까

 '첫 이별 그날 밤' 혹은 'voicemail' 같은 아이유의 이별 노래 공식을 따라가는 느낌의 곡이다. 상대방에게 결국은 닿지 못할 마음을 풀어놓는 점에서 말이다. 소소한 반전이 있는데,  소위 '좋은 이별' 속에도 결국은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끝나고 난 뒤 좋은 사람 만나라는 겉치레의 인사가 얼마나 슬프게 다가오는지를 포착했다. 뮤직비디오에 김수현이 출현한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사랑이 잘
있잖아
아니야
말해 봐
이제 더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사랑이 잘 안돼

선공개곡 중 하나로, 혁오밴드의 보컬 오혁이 참여했다. 이별하는 연인들의 상황을 번갈아가며 제시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두 가수가 대화하듯이 진행되는 곡의 클라이막스가 참 서글펐다. '그냥 다 미안하다'는 남자와,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여자의 말, 그리고 어떤 부정도 하지 않는 남자. 이전에 아이유가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그려진 식어버린 사랑에 대한 추모곡같은 느낌이었다.


# 잼잼
알 만한 사람끼리 이 정도 거짓말엔
속아 주는 게 예의 아닌가요
될래 그깟 멍청이 뭐든 해봐요 우리
생각할 겨를조차 주지 마요

 이번 앨범의 전곡을 들으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곡이다. 읖조리는 듯 반복되는 가사와 몽환적인 느낌은 언뜻 F(x) 곡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F(x)처럼 하이텐션의 기운찬 노래는 결코 아니다. 작사 및 작곡에 선우정아가 참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자마자 예상했다고 반응하는 것으로 봐서는 독특한 느낌이 확실하게 살아 있는 것 같다. 이번 앨범을 정의하는 것 중 하나가 실험성이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보았는데,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노래가 아닌가 싶다.


# Blackout
오늘 다시 안 오겠지
당연히 올 리가 없지
여기부턴 기억 안 할래
(...)
두 갈래로 보일 때는
대개는 왼쪽이 맞아

 술에 취한 아이유가 '아무말 대잔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재밌는 곡이었다. '여기부턴 기억 안할거다!' 하고 선언하고는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말들을 하면서, 말도 안되는 말들을 정말 유쾌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목소리가 즐거워서 나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 마침표
아파 울지만 다신 너로 인해
웃지 않았음 좋겠어
(...)
전부 알 것 같아도 더 이상의
이해는 없었음 좋겠어

 역시 또 다른 이별 노래다. 보통의 이별 노래가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는 노래라면 이 곡은 조금 다르다. 사랑에 지쳐버렸다는 점까지는 똑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돌아오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정말 연애 관계에 있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 본 사람의 체념으로 느껴진다.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사실 이해하지 못하고, 나를 웃게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나를 울리고 마는 당신이 이제 더이상은 싫다는 것이겠다.


# 밤 편지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좋은 꿈이길 바라요

 이번 앨범의 첫 공개곡으로 아이유가 데뷔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서정성이 정말 극대화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지금 내 옆에 없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가 이렇게 쓸쓸할 수가 있을까? 하지만 의구심은 커녕 어느 새 그 감정에 설득당하고 만다. 새벽에 듣기 좋은 곡이다.

 
# 그렇게 사랑은
너를 사랑하는 
혼자만의 사랑이라도
시들지 않는 영원한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낮고 잔잔하다. 쭉쭉 뻗어나가는 고음은 없다. 고조되는 듯 하다가도 끝까지 감정은 절제된다. '짝사랑'이라는 소재를 잘 살렸다고 느껴졌다. 스스로의 감정을 폭발시킬 수 없는, 그리고 그럴 수조차 없는 사람들의 사랑을 잘 포착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들을 때는 스치듯 지나갈 수 있지만 곱씹을수록 매력적인 곡이다.


# 이름에게
춤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혀진 네 이름을 알아
멈추지 않을게
몇 번이라도 외칠게
믿을 수 없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았던 노래를 뽑아보라고 하면 정말 고민하다가 이 노래를 뽑을 것 같다. 들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세월호 사건이 떠오른다. 아이유만이 할 수 있는 쭉쭉 뻗어나가는 청아한 고음과 처음 들을 때부터 귀에 꽂히는 가사들이 인상적인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아이유는 '서정성'과 '실험성'에 방점을 두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미 너무나 서정적이었고, 지난 앨범에서부터 이미 그녀의 음악적인 실험은 시작되었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말들을 말뿐인 것으로 남기지 않았다.

 이번 앨범, 'Palette'에서는 어느 하나 버릴 색깔이 없다.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깔들을 섞어 놓은 듯, 상상도 못했던 조합과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눈이 부시다. 그녀가 섞어둔 그 모든 눈부신 색깔들이 음악을 듣고 있는 우리들까지도 물들여 버린다. 역시 아이유다. 언제까지나 이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다운로드.jpg
 

[최서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