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은 그렇게 합리화 될 수 있는 영역인가 [문학]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읽고,
글 입력 2017.04.2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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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한 청년의 1인칭 서술로 전개된다. 일어나보니 집 안에 어머니가 죽어있는, 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청년은 마치도 함정에 빠진 것만 같다.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먼저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종의 기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찰스다윈일 것인데,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부모가 가지고 있는 형질이 후대로 전해져 내려올 때 '자연선택'을 통해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아 내려옴으로써 진화가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즉,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적응하여 여러 가지 변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 중 자신의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변이로의 선택이 일어나서 후대까지 전해져 내려간다는 것이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다면) 필요한 진화는 다 끝난 것 같은 우리 시대에 어떤 것을 최종적으로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이 소설은 <종의 기원>이라는 제목을 붙여, ‘악’ 이라고 대답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자연선택을 통해 선택된 마지막 형질은 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유진은 떨어지는 유민을 보며 ‘살아남는 쪽이 이기는 거야’라고 생각한 것을 회상한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선 악이 필요하다고 말 하는 것 같다. 이런 ‘악’한 부분은 사이코패스인 유진에게도 있을 거고, 9살 개구쟁이 유민에게도 있을 것이며, 성격 좋은 해진에게도 있을 것이다.

 찰스 다윈의 눈에는 그런 악이라는 형질을 가장 두드러지게 가지고 있는 유진이 가장 진화된 생물이라는 결론이 나올까. (책을 같이 읽은 친구의 말로는 유진의 이름이 eu(좋은)+gene(유전자)의 의도적 배치가 아닐까 했는데 이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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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진과 엄마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우선 나였다면 ‘그 날’의 사고 후 경찰에게 얘기해야 되기 전에 유진과 따로 얘기를 해볼 것 같다. “근데 그 때 엄마가 잠에 덜 깨서 비몽사몽이었는데 유진이를 본 것 같다? 그 날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라는 식으로라도 말이다.

그 때 유진이 거짓말 할 확률 99%더라도, 물어보고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과 아예 묻지도 않는 건 큰 차이가 있다. (비록 결과는 같을지라도) 뭔가 정성의 차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이런 작은 것들이 쌓여 유진이 엄마의 모든 감정들을 살해 후 일기장을 통해서 느껴야 하는 것은 비극이다. 사이코패스에게 비극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사이코패스도 정신병환자 중 하나로 간주할 수 있다면, 아이를 속여 약을 먹게 하는 방법보다 모든 걸 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읽는 내내 다음 문장이 궁금해서 읽는 속도가 느린 나를 원망했다.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오는 한숨이 길다.

 *기억에 남는 문장들.
- 망각은 궁극의 거짓말이다.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완벽한 거짓이다.
- 나를 향한 연민은 눈물이라는 형태로 가볍게 소진돼버렸을 것이고.
- 멀미를 한다 하여 태평양 한복판에서 배를 떠날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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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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